최근 5년 연구개발 지원 현황 분석 결과, 서울대 2천억 이상 확보

[청년의사 신문 박기택]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보건복지부가 연구개발에 지원한 금액은 약 1조5,000억원. 이는 복지부 전체 R&D 예산 중 기관 운영비 등을 제외한, 말 그대로 순수한 연구개발 지원 규모다. 그럼 이 1조5,000억원은 어느 기관 혹은 기업이 어떤 주제의 연구로 가져갔을까?

본지는 최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최근 5년간 정부출연금으로 실시한 R&D 지원 현황’ 자료를 입수해 분석해 봤다.

이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병원, 기업, 연구소 등 총 292개 기관이 1,991개 연구과제로 총 1조4,923억6,190만원을 지원받았다.

각 연구과제는 짧게는 3개월부터 길게는 10여년에 달하는 장기 연구과제까지 기간이 다양하고, 주제도 새로운 질환에 대한 기전 연구에서부터 신약 개발, 보건의료 연구자 양성 등 광범위했다.

연구기관도 산학협력단, 병원, 연구소, 기업 등으로 다양했다. 이 중 단일 기관으로 가장 많은 과제를 확보한 곳은 연세대학교산학협력단으로 177건의 과제에 1,120억3,400만원의 정부 출연금을 확보했다. 산학협력단으로는 연세대산학협력단에 이어 서울대산학협력단이 165건 893억9,600만원, 고려대산학협력단이 70건 872억8,500만원, 이화여대산학협력단이 35건 420억700만원, 가톨릭대산학협력단 60건 418억7,300만원 등의 순이었다.(표 참고)


▲ *진행 중인 연구과제일 경우 집행이 이뤄진 출연금만 집계(예: 2013년 시작된 5년 연구과제에서 2013년, 2014년, 2015년 분의 출연금만 합산되고 2016년, 2017년 출연금은 미적용됨) 남두현 기자

단일 병원으로는 서울대병원이 117건의 과제로 1,121억6,800만원을 확보, 뒤를 이은 서울아산병원 86건 696억4,900만원, 삼성서울병원 84건 673억9,600만원, 국립암센터 9건 461억5,700만원, 경북대병원 5건 236억6,500만원 등과 비교해 과제 실적 수나 금액 면에서 압도했다.

흥미로운 점은 빅4병원 중 한 곳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산학협력단에서 수위를 차지했지만, 단일 병원별로는 2건 66억6,000만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름으로 수주한 과제는 ‘글로벌 의료수요 해결을 위한 전략적 기술통합의 개방형 연구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연구책임자 이은직 교수, 연구기간 8년 6개월)으로 2014년과 2015년 각각 25억원과 41억6,000만원이 지원됐다. 사실상 1건인 셈이다.

이는 다른 병원들과 달리 세브란스병원은 소속 연구자들이 과제를 신청할 때 산학협력단의 이름으로 지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산학협력단이 확보한 과제들 가운데 대부분에는 세브란스병원 소속 연구자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산학협력단 관계자는 “내부 지침에서 정부 과제는 산학협력단에서 일원화해서 지원하게끔 돼 있다. 연구과제가 특별하게 의료기관에서 실시해야 하는 것이 아니면 산학협력단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가톨릭대의 경우도 상황은 연세대와 비슷했다. 고려대의료원 소속 병원들이 지난 5년 사이 수주한 정부 과제는 ▲융복합 중개연구를 통한 새로운 의료기기 및 치료기술 개발(구로병원 은백린, 6년, 10억원) ▲바이오메디컬 중개연구 인재 양성 프로그램 개발(구로병원 은백린, 2년11개월, 10억원) ▲미래의료수요 대응 의료기기 개발 및 글로벌화를 위한 개방형 연구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안암병원 이상헌, 8년1개월 10억8,000만원) ▲중개 임상 연구 인력 양성(안암병원 최재걸, 3년, 1억원) 등 4건에 불과했다. 같은 시기 고대산학협력단은 70건으로 산학협력단 중에선 연대, 서울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금액의 정부과제를 확보했다.

가톨릭의료원도 지난 5년 간 소속 병원이 확보한 과제는 서울성모병원이 임상연구 인프라 조성 분야에서 확보한 ‘체외진단 의료기기 중개·임상시험지원센터’(김용구, 4개월, 2,000만원) 과제 1건이 전부였다.

서울대 보건의료 분야 연구 수주 단연 TOP


반면 서울대병원의 경우 산학협력단 못잖게 많은 정부과제를 확보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특별한 규정은 없다. 교수들이 원할 경우 어느 소속으로나 지원이 가능하다. 산학협력단 외에 병원 내에서도 연구를 위한 회계 등 행정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연구자 편의에 따라 선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과 함께 빅5병원으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되레 각 병원이 산학협력단보다 많은 정부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었다.

울산대는 30건(80억6,700만원), 성균관대는 29건(104억6,400만원)의 과제를 지난 5년 사이 각각 확보하여, 서울아산병원 86건 696억4,900만원, 삼성서울병원 84건 673억9,600만원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연구자가 병원 소속으로 지원하는 등과 같은) 특별한 규정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병원과 대학 겸직교수는 물론 임상교수들까지 병원 소속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산학협력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부과제가 모두 병원 소속 연구자들이라고 할 수는 없다. 최근 보건의료 분야에 다양한 학문을 접목하는 시도와 연구들이 이어지며 공학이나 자연과학계열 등의 연구자들도 보건의료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의료의 특성상 의료기관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빅5 각 병원과 관련 대학 산학협력단의 실적(지원금액)을 합쳐서 살펴봤다.

이 경우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 서울대치과병원 제외)이 2,020억7,400만원으로 다른 빅5병원들을 한참 앞섰다. 이어 세브란스병원이 1,187억6,400만원, 서울아산병원 779억800만원, 삼성서울병원 778억6,000만원, 서울성모병원 418억9,30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이밖에 빅5병원과 고려대의료원을 제외한 단일 의료기관 중에선 국립암센터가 9건 461억5,700만원으로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암센터에 지원된 정부 출연금 중 95%(438억6,000만원, 2015년까지 지원)가 ‘시스템통합적 항암신약개발 사업단’에 지원된 금액으로 전체의 95%를 차지했다. 서울대병원 분원인 분당서울대병원도 지난 5년간 209억2,400만원 규모의 38건의 연구과제를 따내며 단일 병원 중에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표 참고)

줄기세포·바이오 기업들, 대세 재확인

산업군에선 줄기세포와 유전자 등 최근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 관련 기업들의 행보가 두드러졌다.

지난 5년간 보건복지부 출연 연구개발에는 131개(기업 소속 연구소 포함) 기업이 255건(1,818억4,090만원)의 과제에 참여했다. 가장 많은 정부 지원금을 받아간 기업은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까지 받은 메디포스트로, ‘카티스템 일본 시장 진출 및 글로벌 도약을 위한 차세대 줄기세포치료제 플랫폼 구축’(책임연구자 오원일, 3년, 17억6,500만원) 등 4건의 과제로 141억6,000만원을 확보했다.


이어 바이오벤처 기업인 제넥신이 ‘(임상1상) 자궁경부전암 DNA 치료백신 GX-188E의 임상1상 완료 및 임상2상 승인’(연구책임자 진현탁, 1년11개월, 3억8,600만원) 등 110억원 규모의 7건 과제를 진행 중이다. 이 두 기업에 이어 유한양행이 88억1,000만원 규모의 9건 과제를, 차바이오텍이 69억1,000만원 규모의 3건의 과제를, 바이로메드가 68억1,400만원 규모의 2건의 과제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녹십자(7건, 67억1,400만원), JW크레아젠(4건, 44억5,500만원), 동아에스티(연구소)(5건, 43억4,700만원), LG생명과학(7건, 41억1,100만원), SK바이오팜(4건, 38억8,500만원) 등이 기업들 중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 10개 기업 중 유한양행, 녹십자, 동아에스티, LG생명과학 등을 제외한 기업들은 줄기세포치료제 및 유전자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였다. 지난해 수조원대 기술수출로 주목을 받은 한미약품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폐암 치료 한약 개발 등 한의학에도 510억 지원

한의학 분야에는 500억원대 규모의 지원이 이뤄졌다.

지난 5년간 한의약선도기술개발 분야에서 96건(369억1,500만원), 양·한방융합기반기술개발 분야에서 46건(141억1,000만원), 질환극복기술개발 분야에서 1건(6,000만원) 등으로 총 143건의 연구에 510억8,500만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이는 전체 연구과제 대비 건수로는 3.8%, 금액으로는 3.4%의 비중이다.

정부 지원이 이뤄졌거나 진행 중인 주요 연구들은 ▲한약 제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CP001 개발 연구(연구기관 경희대학교산학협력단) ▲비만치료용 복합한약제제의 임상 2상 연구(구주제약) ▲화병 임상 진료 지침 개발(경희대학교산학협력단) ▲파킨슨병 치료 한약제제(MBH) 개발을 위한 비임상연구(경희대학교산학협력단) ▲지주막하출혈 후 뇌혈관연축에 대한 침치료 기술 개발(경희대학교산학협력단) ▲알츠하이머성 치매환자에 대한 구기지황탕정(PM012)의 임상 2상 시험(경희대학교산학협력단) ▲폐암 치료 한약제제 HAD-B의 비임상시험 연구(대전대학교 산학협력단) 등이었다.

정부 지원 어디에 집중되나 봤더니…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액수 규모가 큰 부분은 사업단 운영 부분이었다.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 사업단(고려대 산학협력단, 책임자 김우주)에 5년간 506억원 ▲차세대 맞춤의료 유전체 사업단(이화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 책임자 김형래)에 284억4,000만원 ▲선도형 난치암연구사업단(삼성서울병원, 책임자 남도현)에 5년간 198억5,000만원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서울대 산학협력단, 책임자 박정규)에 135억5,000만원 등의 사업단 및 센터들에 100억원대 이상의 비용이 투입됐다.

특히 서울대병원에 이같은 사업단을 많이 운영하고 있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외에도 ▲국가임상시험사업단(책임자 신상구, 3년간 393억2,600만원) ▲선도형 세포치료 연구사업단(책임자 김효수, 5년간 152억원)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책임자 김상준, 2년간 67억4,000만원) ▲맞춤형 암-만성염증 극복을 위한 개방형 연구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책임자 방영주, 2년간 66억6,000만원) ▲희귀질환진단치료기술연구·지원센터(책임자 정해일 4년간 31억3,300만원) ▲희귀질환 진단치료기술 연구(책임자 정해일, 1년 간 31억2,000만원) 등 굵직한 사업단을 맡았다.


다른 주요 대학병원 또한 상황은 비슷했다. 세브란스병원(연세대 산학협력단 포함)도 ▲선도형 뇌심혈관질환 융합연구사업단(책임자 김동익, 4년간 148억8,300만원) ▲글로벌 의료수요 해결을 위한 전략적 기술통합의 개방형 연구 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책임자 이은직, 2년간 66억6,000만원) ▲심뇌혈관 및 대사질환 원인연구센터(책임자 김현창, 3년간 60억) ▲심혈관 제품 유효성평가 센터(책임자 장양수, 69억5,000만원) 등의 대형 프로젝트를 맡아 꾸려나가고 있었다. 이 중 심장내과 장양수 교수는 ‘심혈관질환 T2B 기반구축 센터’, ‘심장줄기세포 기반 3-D 패치형 난치성 심장질환 재생치료제 개발’, ‘다기능성 혈관 스텐트의 개발’ 등 42억원 규모의 과제도 맡아 총 110억원대의 과제를 진행하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울산대 산학협력단 포함)은 ▲선도형 암 연구 사업단(책임자 이정신, 5년간 148억원) ▲국가지정 항암 선도기술 개발지원 센터(책임자 최은경, 4년간 70억원) ▲국가지정 신약개발 융합 바이오이미징 센터(책임자 명승재, 2년간 30억) ▲다기관 산/학/연/병원 협력 인프라 구축 및 융합 중개의학 연구를 기반으로 한 췌장암 조기진단 신의료기술 개발 및 맞춤형 치료전략 개발(책임자 김송철, 2년간 30억) ▲한국 알츠하이머 치매 뇌영상 선도 연구(책임자 김성윤, 3년간 35억원) 등이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성균관대 산학협력단 포함)은 ▲선도형 난치암연구사업단(책임자 남도현, 5년간 198억5,000만원) ▲다제내성감염병 대응 통합기반시스템 구축(책임자 송재훈, 4년간 60억원) ▲만성/난치질환치료제 개발 글로벌 선도를위한 줄기세포재생의료 개방형 연구비즈니스 플랫폼 구축(책임자 임영혁, 2년간 23억3,000만원) ▲선도형 암맞춤의료 프로그램의 임상적용(책임자 박웅양, 3년간 37억5,000만원) ▲슈퍼제네릭 DDS 기반기술 개발사업(책임자 박은석, 3년간 30억원) 등이 있었다.

연구 성과는 어떻게 확인할까?


그럼 이렇게 지원된 연구들에 대한 성과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관리규정 23조 1항에선 ‘보건복지부장관은 제출받은 연구개발 최종보고서 등 연구개발 결과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관련 연구기관·산업계 및 학계 등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널리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그 제공처 중 하나로 국가과학기술종합정보시스템(NTIS, www.ntis.go.kr)이 활용되고 있다. NTIS는 각 부처에서 추천받은 정부연구개발 우수성과 등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

이에 전체 1991개 연구과제 중 2012년에 자금이 지원되고 연구기간이 6개월부터 2년 이내의 몇몇 과제를 실제로 검색해 봤다. 연구기간을 6개월~2년 이내로 한정한 이유는 연구결과가 나와 논문 발표 등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기간을 고려했다.

이 사이트에서 성과는 ▲논문 ▲특허 ▲연구보고서 ▲소프트웨어 ▲생명자원 ▲연구시설장비 ▲화합물 ▲기술요약정보 ▲기술료 ▲사업화 ▲정부연구개발 우수성과 등으로 구분됐다.

예컨대 ‘(비임상) 신생혈관 억제 활성을 가진 벤조피란 유도체 화합물을 이용한 신생혈관 안질환 점안 치료제 개발’(한림제약, 연구기간 1년11개월, 4억4,100만원)을 검색해 본 결과 1건의 성과가 검색됐는데, 그 성과는 연구시설장비(생물형현미경) 공동활용 허용 가능이었다.

또 ‘보험용 한약제제의 위장관 기능 개선 적응증 탐색 연구’(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 2년, 3억원)의 경우 논문 1건이 성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연구기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성과가 검색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진흥원 성과관리혁신단 연구성과정보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성과는 NTIS 등에 게재하게끔 돼 있다. 다만, 연구자가 성과에 대해 비공개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심의를 통해 비공개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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