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정준 교수, "생존율 개선‧임상적 성과 뛰어나"

로슈가 개발한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투주맙 엠탄신)'가 작년 8월 국내에서도 전이성 환자에 이어 조기 유방암 환자에까지 적응증을 확대했다.

조기 유방암 환자의 수술후 보조요법으로 캐사일라가 기존 표준치료제인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대비 재발 위험을 50% 가량 낮춘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이례적으로 빠른 허가가 이뤄진 것이다.

이에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정준 교수를 만나 HER2 양성인 조기 유방암 환자의 수술 전후 치료요법 현황 및 케싸일라가 국내 유방암 치료 환경에서 가지는 의미를 들어봤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정준 교수

-국내 유방암 환자의 전반적인 유병적 특징은.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환자들이 확실히 많아졌다. 한국유방암학회의 통계를 보면 0~1기까지의 환자가 거의 60%다. 일반적으로 2기까지 조기 유방암으로 보기 때문에 0~2기 환자들의 비율을 놓고 보면 현재 전체 유방암 진단 환자의 90%가 조기 유방암 환자다.

-조기 유방암 환자 가운데 HER2 양성으로 진단받는 환자는 어느 정도인가.
HER2 양성 유방암 환자가 전체 유방암 환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다. 이 비중이 병기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는다. 이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으로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해외도 비슷하다.

-현재 국내 치료 환경에서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는 수술 전∙후 어떤 치료를 받나.
과거에는 수술전 보조요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때문에 수술을 먼저 하고 필요한 경우 항암 치료를 시행하거나 경과에 따라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법이었다. 최근에는 수술전 보조요법 치료가 활성화됐다. 수술 전 환자의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항암 치료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서면 수술전 보조요법 치료를 시행한다.

통상 병기, 암종의 성질 등 여러 가지를 살펴보는데, HER2 양성인 환자들은 종양의 크기가 1cm를 넘으면 표적치료제를 포함한 수술전 보조요법 치료 대상이다. HER2 양성 유방암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 옵션이 많으며, 현재 치료요법상으로는 표적치료제와 항암화학요법을 같이 병용 투여토록 돼 있다.

-수술 전 항암 치료를 결정하는 이유 중 하나가 병리학적 완전관해(pCR) 도달률을 높이기 위함이는데, 조기 유방암 치료에서 병리학적 완전관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고 가정할 때, 수술전 보조요법으로 병리학적 완전관해를 보인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와 비교해 좀 더 예후가 좋다. 예를 들어 병기가 같고 종양의 크기나 림프절 전이 여부 등이 비슷한 환자라고 하면, 병리학적 완전관해를 보인 환자의 치료 예후가 더 좋다.

연구에 따르면, 병리학적 완전관해를 보인 조기 유방암 환자의 경우 무사고생존율(event free survival, EFS)이 52%, 전체생존율(overall survival, OS)이 64%의 개선을 보였다. 하위그룹 분석으로 살펴본 결과,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는 무사고생존율이 61%까지도 개선됐다. 확연한 차이다. 때문에 병리학적 완전관해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병리학적 완전관해를 보인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는 이후 어떤 치료를 받나.
기존에는 병리학적 완전관해 여부와 관계 없이 치료가 이뤄졌다. 하지만 수술후 보조요법 치료 성과에 관한 캐싸일라의 KATHERINE 연구가 나오면서 변화가 생겼다. 이 연구에서 수술전 보조요법과 수술을 시행한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캐싸일라를 투여했더니 기존의 표준치료요법(트라스투주맙)과 비교해 예후가 크게 개선됐다. 표준치료요법을 투여한 환자들의 3년차 무침습질병생존율(invasive disease free survival, iDFS)이 77.0%이었던 것에 비해 캐싸일라 투여군에서는 88.3%까지 개선됐다. 절대값으로 봤을 때는 11%의 차이지만 위험비로 하면 50%가 개선된 것이다. 이는 재발 위험을 절반으로 줄였다는 뜻이다.

조기 유방암 치료에서 표준치료요법과 비교해 이렇게 치료 성과를 향상하기는 쉽지 않다. 의미 있는 임상적 개선이다. 캐싸일라 치료를 통해 수술전 보조요법과 수술 후에도 병리학적 완전관해가 나타나지 않았던 고위험군 환자들에게서 재발할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캐사일라의 연구 결과가 국내 조기 유방암 환자 치료에 미치는 영향은.
조기 유방암 치료 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국내 유방암 환자의 유병적 특징은 40~50대 유방암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평균 발병 연령이 약 51세다. 많은 여성들에게 40대 후반, 50대 초반은 자녀들을 막 대학에 보내고 자기 생활을 가지려는 시기이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매우 많다. 때문에 이 연령대에 많이 발생하는 유방암은 환자 개인에게도 문제가 되지만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된다. 당연히 가정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70대 이상 인구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암과는 사회적인 영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캐싸일라는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로써 항암화학요법과 병행할 필요 없이 단독 투여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때문에 부작용이 많지 않아서 환자들이 캐싸일라 치료를 받으면서도 사회생활을 병행할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정준 교수

-조기 유방암 치료에 캐싸일라를 건강보험급여 적용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생존율을 5% 올리는 치료제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생존율 90%를 95%가 되게 만드는 치료제와 생존율 20%를 25%로 만드는 치료제의 가치는 분명히 전자 쪽이 더 클 것이다. 하지만 어떤 치료제가 생존율을 90%에서 95%로 개선한 반면, 다른 치료제는 생존율을 20%에서 40%까지 개선했다면 고민이 깊어진다. 기존의 치료 성과를 얼마나 개선했는가를 놓고 보면 후자가 더 큰 임상적 개선을 보였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치료제의 임상적 효용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문제다. 캐싸일라의 경우 생존율 향상의 측면에서 보면 임상적 성과가 매우 뛰어나다. 조기 유방암 환자들의 다른 특징을 고려했을 때도 국가가 충분히 자원을 투입할 가치가 있는 약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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