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PA-HF 연구의 획기적인 결과, 심부전 치료 변화"…심부전 치료 시장 후발약제에도 관심 고조

아스트라제네카의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가 미국에서 심부전 치료제로 인정 받으며 SGLT-2억제제 계열 약물 중 최초로 '심장약' 타이틀을 거머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5일(현지시간) 당뇨병 유무와 상관없이 심박출률이 저하된 만성 심부전(HFrEF, LVEF ≤40%) 성인 환자의 심혈관 사망 및 입원 위험 감소를 위한 포시가 사용을 승인했다.

이로써 포시가는 당뇨병 유무와는 상관없이 심장약 타이틀을 가진 최초의 SGLT-2억제제가 됐다.

총 4,744명의 HFrEF 환자를 대상으로 포시가의 치료 효과를 평가한 랜드마크 3상 임상 DAPA-HF 연구에서, 포시가는 표준치료에 더해 위약 대비 심혈관 사망 및 심부전 악화 위험을 26%까지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기간 동안 포시가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21명 당 1명 꼴로 심혈관 사망 혹은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및 응급실 방문을 피할 수 있었다. 미 FDA는 이같은 연구 결과를 근거로 심부전 치료에 포시가를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미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심혈관·신장 품목 담당자 노먼 스톡브리지(Norman Stockbridge) 박사는 "미국에서 사망자 8명 중 1명은 심부전으로 사망하며, 약 650만명의 미국인이 심부전 영향 아래 있어 심각한 보건 문제"라며 "이번 승인은 HFrEF 환자에서 생존율을 개선하고 입원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추가적인 치료옵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DAPA-HF 연구를 주도한 영국 글래스고대학 존 맥머레이(John J.V. McMurray) 박사는 "DAPA-HF 연구에서의 획기적인 결과는 심부전 치료를 변화시켰다"며 "오늘날의 이 승인은 의료진에게 HFrEF 환자의 예후를 크게 개선시킬 수 있는 새로운 약리학적 접근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GLT-2억제제 중 포시가가 심부전 치료제 시장을 선점함에 따라 후발주자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포시가의 가장 강력한 경쟁품목인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 역시 심부전 치료 시장에 만만찮게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디앙의 심부전 개발 프로그램에는 총 6개의 3상 임상시험이 포함돼 있다.

심박출률 보존 및 저하된 만성 심부전 환자에서 자디앙의 운동기능 개선 효과를 평가하는 ▲EMPERIAL-Preserved 연구와 ▲EMPERIAL-Reduced 연구, 심혈관 사망 및 입원 위험 감소 효과를 평가하는 ▲EMPEROR-Reduced 연구와 ▲EMPEROR-Preserved 연구, 자디앙을 복용한 심부전 환자에서 심장기능(31P MRS 측정 PCr/ATP 비율)을 분석한 ▲EMPA-VISION 연구 및 가장 최근에 임상 개시를 알린 안정기에 접어든 급성 심부전 입원 환자에서 자디앙을 평가하는 ▲EMPULSE 연구 등이 있다.

이 중 운동기능 개선 효과를 연구한 EMPERIAL 임상 프로그램이 지난해 말 실패로 끝나버리며, 심부전 환자에서 다양한 지표 개선을 입증하겠다는 베링거인겔하임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또 포시가의 DAPA-HF 연구와 유사한 EMPEROR 임상 프로그램 결과는 올해 하반기에나 발표될 전망이다. 미국 임상등록 사이트 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심박출률이 보존된 만성 심부전(HFpEF) 환자 대상 EMPEROR-Preserved 연구는 올해 11월 종료 예정이며, HFrEF 환자를 대상으로 한 EMPEROR-Reduced 연구는 7월 말경 종료된다.

따라서 올 7월 자디앙이 EMPEROR-Reduced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신속심사 과정을 밟는다 해도 내년 초에야 현재 포시가와 같은 적응증으로 미국 시장에 합류할 수 있다.

자디앙의 또 다른 3상 임상 EMPA-VISION 연구 역시 올해 5월 연구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이 임상시험은 자디앙의 심부전 개선 기전을 밝히기 위한 연구로 허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디앙에게도 새로운 시장 선점의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현재까지 치료제가 전무한 HFpEF 환자에서는 먼저 연구 결과가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자디앙의 EMPEROR-Preserved 연구가 올해 말 완료 예정인 반면, 이와 유사한 포시가의 DELIVER 연구는 2022년 6월에야 종료될 예정이다. EMPEROR-Preserved 연구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자디앙은 HFpEF 환자의 유일무이한 치료제로써 포시가에 앞서 1년 이상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현재 포시가가 진행 중인 HFpEF 대상 3상 임상은 2개 연구로, 심혈관 사망,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및 응급실 방문 등의 복합변수 최초 발생기간을 평가하는 DELIVER 연구와 운동기능 개선 효과를 평가하는 DETERMINE-preserved 연구 등이 그것이다.

DETERMINE-preserved 연구는 올해 7월 완료 예정이지만, 이와 유사한 자디앙의 EMPERIAL-Preserved 연구가 이미 실패로 끝났기 때문에 긍정적 결과에 대한 예측은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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