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가위 기반·차세대 신속진단법 등 다양한 시도…"패키징 전략이 중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법이 진화하고 있다. PCR을 이용한 기존 분자진단법에서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진단법, 코로나바이러스에만 존재하는 단백질을 검출하는 소위 '차세대 신속진단법'까지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표준진단법인 RT-PCR 검사

차세대 신속진단법을 내세운 대표적인 곳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지난 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신속진단키트가 다양한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가 공통적으로 보유한 N단백질을 검출하는 원리여서 양성 판단이 나와도 RT-PCR 검사로 다시 확인해야 하지만, 개발 중인 진단키트는 코로나19에만 존재하는 S단백질을 검출하는 방식으로 현재 코로나19 표준 진단법인 RT-PCR에 근접한 성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검사결과도 15~20분이면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진단키트는 항원이나 항체를 이용하는 다른 신속진단검사법이 분자진단법보다 검사 속도는 빠르지만 민감도가 분자진단법의 50~70%에 불과한 단점을 보완했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이에 대해 '차세대 신속진단키트'라고 칭하며 "PCR 검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셀트리온은 오는 4월 말 시제품 생산을 완료하고 5월 말까지 임상을 마무리한 후 유럽 수출용 CE 인증 등을 거쳐 해외 보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전자를 편집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반의 진단법을 개발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연구팀을 비롯해 미국 바이오벤처들이 크리스퍼 기반 진단키트를 개발 중이다.

크리스퍼 기반 진단키트는 RNA 추출과 증폭이라는 PCR 검사와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환자 검체에서 RNA를 추출해 증폭한 뒤 RNA를 절단하는 CAS12 단백질에 원하는 RNA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 RNA를 추가해 코로나19 게놈에 해당하는 서열을 찾는다. 가이드 RNA를 탑재한 CAS12가 해당 서열에 도착하면 색이 변하는 분자를 방출해 양성임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한 바이오벤처가 환자 샘플로 테스트한 결과 PCR 검사와 비슷한 정확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RNA 증폭을 등온증폭법(Loop-Mediated Isothermal Amplification, LAMP)을 사용해 약 30분 정도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진단법들이 현재 표준으로 쓰이는 RT-PCR 검사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혁민 감염관리이사(세브란스병원)는 셀트리온의 차세대 진단법에 대해 "S단백질은 검출해 민감도를 올린다고 해도, 대표적으로 변이가 잘 되는 부위"라며 "항원·항체검사법은 기본적으로 변수가 많아 PCR 검사보다 통제가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크리스퍼 기반 진단법에 대해서는 "크리스퍼 방식이 가이드 RNA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서 PCR 검사보다 민감도를 더 올릴 여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코로나19 진단 방식이 민감도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민감도로 응급 수술 등을 바로 진행할 수 있는 검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개발할지 전략을 잘 짜는게 중요할 것 같다. 등온증폭법을 사용하면 PCR 검사처럼 복잡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부족한 민감도를 보완하면서도 장비를 단순화할 순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이사는 "최근 미국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진엑스퍼트처럼 PCR검사를 어떻게 '패키징(packaging)' 하느냐에 따라 응급검사가 가능할 수도 있다"며 "같은 기술도 전략에 따라 굉장히 다른 키트가 나오기 때문에 운용 전략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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