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주의대 감염내과 임승관 교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이 언제 대한민국을 휩쓸었나 싶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정부도 종식 선언을 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메르스 사태 관련 백서 제작에도 돌입해 한 달 뒤인 9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메르스 종식 선언 이후 모든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외양간을 고치겠다고 나선 것이지만 수리할 부분에 대한 진단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메르스 사태 수습을 졸속으로 진행해 ‘날림 공사’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메르스와 사투를 벌인 70일간의 전쟁을 자세히 기록하고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메르스 사태 초기부터 환자 발생 추이를 분석해 온라인을 통해 공유해 온 아주대병원 감염내과 임승관 교수는 “사건으로 끝날 일이 사태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의대에서 만난 임 교수는 현장을 무시한 관료주의가 사건을 사태로 키웠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와 함께 70일간 이어진 메르스와의 전쟁을 되돌아 봤다.

청년의사는 지난 20일 아주대병원 감염내과 임승관 교수를 만나 70일간 진행된 '메르스 전쟁'을 되돌아봤다.

#1. 5월 18~2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 발생

임 교수는 국내 첫 메르스 환자를 진단하는 과정에서부터 문제는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18일 평택성모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온 60대 남성, 폐렴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진료에 참여했던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이 남성이 메르스 발생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바로 옆에 위치한 바레인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질병관리본부에 메르스 유전자(PCR) 검사를 의뢰했지만 거절당했다.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 10개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거절의 이유였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끈질긴 설득 끝에 입원한 지 하루 뒤인 5월 19일 60대 남성의 검체가 질병관리본부에 접수됐고, 이튿날인 20일 오전 6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 이 때문에 메르스 발생국 관련 지침에 바레인을 포함시켜야 했다는 비판도 나왔었다.

질병관리본부가 검체 접수를 받지 않은 것은 환자 사례 정의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적용했던 메르스 대응 지침(2014년 12월판)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10개국이 메르스 발생국으로 돼 있었다. 이들 10개국을 다녀온 뒤 열이나 기침 증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질병관리본부 공무원은 철저하게 매뉴얼대로 한 것이고 매뉴얼에 없는 것을 요구하니까 받아줄 수 없는 것이었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규정에 없는 일을 했다가 문제가 생기는 게 더 큰 일이라고 한다. 한국 공무원 사회는 유연성이 없고 관료주의 시스템 안에서 굳어 있다.

- 당시 매뉴얼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지침과 매뉴얼이 없거나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문제가 커진 게 아니다. 지침과 매뉴얼을 너무 잘 따라서 문제였던 셈이다. 지식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의심하고 문제제기하는 자세가 부족했다고 본다. 당시 공무원은 매뉴얼 테두리 안에서만 사고하고 접근한 것이다. 감염병 관련 매뉴얼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는데, 아무리 매뉴얼을 자세히 써놓는다고 해도 그 내용을 이해하고 사고할 줄 모른다면 소용없다. 사용자가 매뉴얼을 해석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 어찌됐든, 국내 첫 메르스 환자를 발견한 데는 삼성서울병원의 공이 컸다.

그래서 이후 메르스 사태에서 삼성서울병원은 공세적이고 주도적인 자세를 취한 반면 질병관리본부는 수세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 것 같다. 질병관리본부 입장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진단된 배경 등을 자세히 이야기할 입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시작부터 당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러니 평소 자기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평소 질병관리본부가 그 정도로 실수를 연발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허둥대다보니까 자신감이 떨어진 것이다.

#2. 5월 21일 병실 한 개 봉쇄에 그친 대책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5월 20일 평택성모병원 등에 역학조사관을 보내고 전문가 자문회의를 잇따라 개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역학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5월 21일 메르스 1번 환자와 접촉한 총 64명을 격리대상으로 발표했다. 1번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 8104호를 봉쇄하고 이곳을 드나든 사람들과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격리조치한 것이다.

임 교수는 여기서 또 현장을 무시한 관료주의가 그대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1번 환자가 입원해 있던 2박 3일 동안 병실 밖을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는 ‘잘못된 가정’ 하에 처방을 내렸다는 것이다.

- 평택성모병원 등에 역학조사관을 파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는 건가.

그렇다. 역학조사관들은 8104호에 드나들었던 사람들을 파악해 오라고 하니 그렇게 한 것이다. 경험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현장에 갔어야 했다. 1순위가 현장파악이다. 현장에서 파악한 사실들을 갖고 전문가 자문을 받아야 했는데 그걸 안했다.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데 더 많은 비중을 두고 현장을 소홀히 했다. 그 결과 강력한 정책으로 채택한 게 병실 하나를 봉쇄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만약 이 방식이 틀렸다면?’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플랜B를 세웠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

- 메르스 밀접 접촉자를 선정하는 기준인 ‘2미터 1시간’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메르스는 비말 감염이다. 비말 감염에서 1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24시간을 메르스 환자와 같이 있어도 멀리 있으면 침방울이 튀기지 않는 것이고, 1분만 같이 있어도 가까이 있으면 침방울이 튀어 감염될 수 있다. 2미터라는 것도 그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침방울이 튀는 거리’라고 그 뜻을 이해했어야 한다. 1번 환자가 1인실에 격리된 거였다면 그 병실에 들어간 사람들만 접촉자로 분류하면 되겠지만 이 환자는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폐렴을 앓고 있던 1번 환자가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기침을 했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2미터라는 거리 기준은 소용이 없는 것이다. 현장을 철저하게 조사했다면 병실 하나만 봉쇄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 예방의학과, 감염내과 등 전문가들이 모인 자문회의를 거쳐 결정한 대책 아니었나.

전문가들이 제공 받은 정보도 한계가 있었던 거다. 경력이 있는 전문가들이 현장에 가봤다면 달라졌을 것이다. 전문가들을 현장으로 안내하지 않았다. 현장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자문을 했고 8104호를 드나들었던 16명을 기준으로 접촉자를 선정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지 못한 점은 아쉽다. “현장에 한 번 같이 가보자”고 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3. 5월 27일 접촉자 명단에 없는 환자 발생

평택성모병원 8104호 봉쇄 정책의 실패는 이내 드러났다. 정부가 발표한 접촉자 64명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가 속속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월 26일 여의도성모병원에 입원해 27일 확진 판정을 받은 6번 환자가 그랬다. 이 환자를 진단하는 과정도 1번 환자 진단 과정과 비슷했다. 메르스 PCR 검사를 요구하는 여의도성모병원 의료진에 보건당국은 중동을 다녀오지도 않았고 접촉자 64명과도 관련 없다며 수차례 거절한 것이다.

- 보건당국이 방어막을 너무 좁게 쳤다는 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당시 의료진에게도 메르스 관련 의료기관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었다. 여의도성모병원에 5월 26일 밤 증상이 이상한 폐렴 환자가 입원했고 이튿날 평택성모병원을 거쳐 온 환자라는 사실이 파악돼 보건당국에 문의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보건당국은 병원명을 알려줄 수 없다며 사실 관계 확인을 거절한다. 결국 사적인 통로로 평택성모병원이 메르스 발생 병원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격리조치에 들어갔다.

- 6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PCR 검사도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보건소에 메르스 PCR 검사를 요청하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메르스 대응 지침에 나와 있는 환자 사례 정의에 맞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메르스 첫 환자를 진단하는 과정에서 삼성서울병원이 겪었던 일이 한 번 더 일어난 것이다. 관료주의가 얼마나 뿌리 깊게 스며들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의료진은 검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정식으로 접수했고, 오후 5시가 넘어서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이 방문해 검체를 수거해 갔다. 5월 2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가 8104호 밖에서 감염된 첫 번째 환자였다. 질병관리본부는 6번 환자에 대해 “대단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발표했다.

- 6번 환자는 평택성모병원에 장염으로 입원했던 기간에 1번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3~4일 뒤 폐렴으로 평택성모병원에 다시 입원한다. 왜 이때 메르스를 의심하지 못했을까.

당시 평택성모병원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1번 환자가 입원했던 2박 3일 동안 8104호에 들어갔던 간호사들은 모두 격리됐을 것이다.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8층 병동을 운영할 수 없었을 테고 환자들을 7층으로 내려서 섞는다. 위험 지역에 있던 사람들을 섞지 않는다는 기본적이고 절대적인 원칙이 깨진 것이다. 8104호 봉쇄 정책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보여준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제2 유행지가 되면서 응급실을 폐쇄했었다.

#4. 5월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제2 유행지가 된 원인도 ‘8104호 봉쇄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을 초토화시킨 14번 환자도 보건당국이 발표한 접촉자 명단에 없어 파악이 늦었다는 것이다. 14번 환자는 평택성모병원에 폐렴으로 입원했다가 1번 환자와 접촉했으며 퇴원한 후 다시 평택성모병원에 재입원한 뒤 평택굿모닝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갔다.

- 14번 환자도 6번 환자와 마찬가지로 평택성모병원에 재입원했었다.

그래서 보건당국 책임자가 현장 중심으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하는 것이다. 14번 환자는 슈퍼전파자가 되기 적합한 조건을 갖춘 환자였다. 이미 폐렴을 앓아서 기관지가 나쁜데 또 폐렴에 걸렸다. 체격도 건장하고 가래도 많았다. 처음 폐렴으로 입원하고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던 환자가 다시 폐렴으로 평택성모에 입원했으면 이상하게 생각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된 메르스 환자가 최소 25명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인지되지 않은 환자 5명이 의료기관 7곳에 메르스를 전염시켰다.

- 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메르스가 다시 한 번 유행하면서 정보를 숨기고 있다는 등 논란이 일었다.

삼성서울병원이 보건당국에 접촉자 명단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삼성의 비밀주의가 문제라든지, 정부가 봐주기를 하고 있다는 등 논란이 일었는데 선의와 자신감에서 비롯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삼성서울병원이 역학조사를 자체 인력으로 하는 건 당연하다. 자기 병원 사정을 자기들이 가장 잘 알지 않겠나. 역학조사관이 자료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병원 감염관리실 직원이 만들어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병원 규모가 크다 보니까 완성된 자료를 만들기까지 며칠이 걸렸을 것이다. CCTV를 일일이 다 분석해야 하고 검사해야 할 환자들이 많았다.

- 삼성서울병원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다고 볼 수는 없지 않나.

처음부터 특별히 나쁜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을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기업 이익에 맞춰 행동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관련 정보들이 삼성서울병원에만 필요한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필요한 거였다는 데 있다. 이 정보는 공공재였지만 삼성서울병원은 자신들의 병원 방역 문제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그러니까 정보 공유를 지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연히 이런 판단의 잘못은 비판받아야 한다. 또한 이 무렵부터 메르스 사태가 정치적인 일이 돼 버렸고 좀 더 복합적인 문제가 됐다. 삼성서울병원이 잘했다는 게 아니라 모든 부분들이 다 의도를 갖고 추진했다는 의심은 지나치다는 의미다.

#5. 5월 29일~6월 7일 사라진 정부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다시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질병관리본부에서 보건복지부로 바뀌었다. 5월 29일 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가, 31일에는 민관합동대책반이 출범했다. 임 교수는 발생 병원 정보 공개가 이뤄지고 즉각대응팀이 가동한 6월 7일 전까지 ‘행정력 부재’ 현상이 계속됐다고 했다.

- 5월 29일부터 6월 7일까지 정부 컨트롤타워가 없었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평택성모병원에서 유입된 메르스 감염으로 인해 평택굿모닝병원의 기능이 마비되고 있을 때 정부는 대체 무슨 지원을 했는가. 역학조사관과 보건소 공무원 말고 대체 누가 그 곳에 갔었나. 직접 방문한 적은 없지만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 같은 곳도 비슷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이 실수를 하고 있을 때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삼성서울병원 측은 여기저기서 정보를 달라고 요청해서 매일 정보를 줬다고 한다. 하지만 매번 달라는 정보가 다르고, 공식적인 것인지 비공식적인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고 하더라. 복지부로 지휘본부가 격상된 이후 새로 바뀐 팀이 메르스 유행의 문제를 파악하는 데 일주일 이상 걸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환자, 소모적인 정치 공방,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 방문 등 상황이 역동적으로 돌아간 것도 문제를 파악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원인이 됐을 것이다.

- 지휘본부를 질병관리본부에서 복지부로 바꾼 게 오히려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교체하는 것은 맞다고 보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조화와 협력이 이뤄졌느냐가 문제다. 그 과정에서 정보가 단절되기도 했다.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한 건 국무총리실이 들어왔을 때부터인 것 같다. 정치적인 문제까지 얽히면서 복잡한 사안이 되니 총리실까지 올라가야 정치력 등을 발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컨트롤타워가 어디에 있느냐보다 그 조직에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가 중요하다. 질병관리본부를 컨트롤타워로 두기로 결정했으면 정부 차원에서 힘을 실어줬어야 했다. 거버넌스가 사라지면서 통제도 없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6. 7월 28일 메르스 종식 선언 이후

정부는 메르스의 사실상 종식을 선언한 이후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백서 제작에도 들어갔다. 메르스 관련 추경도 편성돼 일부는 집행되고 있다. 하지만 임 교수는 순서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방법을 찾은 다음 관련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 메르스 관련 백서가 오는 9월 중 발표된다고 한다.

임승관 교수는 정부가 메르스 사태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방법을 찾은 후 그에 맞춰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야 해결 방법과 필요한 예산을 짤 수 있다. 얼마 전 경기도에서 예산은 배정돼 있으니 사업 아이디어를 조언해 달라고 하기에, 돈을 쓰는 일은 올해에는 안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예산을 배정받고 그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자는 게 많은 사람들의 요구이기도 하지만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은 써야 한다. 문제의 본질을 세세하게 이해하고 고민하고 토론해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역순으로 한다.

- 현장을 무시한 관료주의가 메르스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는데,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한다고 해서 갑자기 관료주의적인 사고가 사라지고 조직 자체가 바뀔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민간 전문가나 시민사회가 정부 기구에 유연하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책을 생산하는 게 질병관리본부이고 그걸 실행하는 게 보건소라면, 현장 상황을 체크하고 피드백을 주는 중간 톱니바퀴 역할을 시도 할 수 있다. 즉 시도가 현장 관리의 역할을 맡아야 하며, 이런 새로운 조직 구성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

극복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광역자치단체의 지리적 경계를 넘어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료전달체계의 특성이 있으니까 17개의 조직 형태는 효율적이지 않다. 전국을 4~5개 권역으로 나눠 감염병 유행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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