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붐의 허와 실②]1만여개 후보물질 중 1개 상용화…전문가들 "국내선 실패 용인되지 않아" 지적도

신약 개발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면서 많은 기대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 또한 바이오헬스 산업을 미래 먹거리산업 중 하나로 꼽고, 적극적인 육성책을 펼치면서 기대를 한층 더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발맞춰 글로벌 신약 개발에 뛰어드는 국내 제약사 및 바이오벤처들이 급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등의 맹점을 악용해, 임상시험 결과를 확대 해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발 중인 신약의 가치를 확대 해석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의 결과는 결국 투자자의 손실로 이어졌다. 이에 본지는 2회에 걸쳐 국내 바이오벤처들의 글로벌 신약 개발 현주소와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편집자 주>

"신약개발은 'high risk & high return' 산업이다. 신약개발에 걸리는 총 시간과 비용, 성공 확률을 고려할 때, 하나의 임상시험에 대한 단기적인 평가로 해당 기업의 성공을 이야기하기란 매우 어렵다. 투자 시 정확하고 객관적인 결과 해석과 전체 신약개발 과정상의 장기적인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

임상시험에 대한 해석, 투자시 고려할 점 등에 대한 모 다국적제약사 임상시험 전문가의 조언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 산업, 그 중에서도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다. 바이오벤처 붐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 다수가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는 잘못된 정보들이다. 신약의 성패는 임상시험 결과로 결정되는데, 한 임상시험의 진행 여부나 중간결과 등으로 주가가 들썩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앞선 전문가의 조언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임상시험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신약 개발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1차 평가변수가 뭐지?"…임상용어 이해하기!

신약은 기초연구를 통한 후보물질 개발부터 전임상연구, 임상연구 등의 과정을 거쳐 신약허가신청, 보건당국 허가 승인을 통해 탄생한다.

의약품임상시험관리기준(KGCP)에 따르면, '전임상시험'이란 새로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을 사람에 사용하기 이전 동물에게 사용하여 부작용이나 독성, 효과 등을 알아보는 시험이다. 전임상시험을 통과해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 돌입할 수 있다.

'임상시험'은 임상시험용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증명할 목적으로, 해당 약물의 약동(藥動)·약력(藥力)·약리(藥理)·임상(臨床) 효과를 확인하고 이상반응을 조사하기 위해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 또는 연구를 말한다.

임상시험의 단계는 임상시험용의약품을 최초로 사람에게 투여하는 제1상(임상약리시험 등), 환자군에서 치료적 유효성을 탐색해 가능한 용량, 투여기간 설정 등 다양한 정보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제2상(치료적 탐색 임상시험 등),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증하기 위한 제3상(치료적 확증 임상시험 등), 품목허가 후 허가사항의 범위에서 수행하는 제4상(치료적 사용 임상시험 등)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임상시험에 대한 내용 중 바이오벤처 투자자들이 각종 언론보도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용어 중 하나가 바로 '1차 평가변수'다.

'1차 평가변수'는 임상연구가 입증하거나 도출하고자 하는 목적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된 변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1차 평가변수가 존재하며, 대부분 확증시험에서의 1차 평가변수는 '유효성'으로 대상자 수를 추정하는데 이용된다. 때로는 '안전성/내약성'이 1차 평가변수가 되기도 한다.

임상연구에서 1차 평가변수를 선정할 때는 관련 연구 분야에서 선택된 기준 및 표준에 근거하고, 기존 연구 또는 이미 발표된 논문에서 얻어진 경험이 뒷받침된다.

2차 평가변수는 주 목적과 관련된 보조적인 측정치 또는 2차적 목적과 관련된 효과의 측정치이며, 임상시험 결과 해석 시 상대적 중요성 및 역할 등을 하기 때문에 사전 임상시험 계획서에 정의된다.

2차 평가변수에 대한 해석의 신뢰도가 궁금하다면?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을 때 '임상시험이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단,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어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2차 평가변수의 성공이 의미가 있다면' 그 자체 또는 추가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보완된 유효성 결과와 함께 신약허가 승인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여러가지 상황'에 대한 해석이다. 최근 몇몇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의적 해석을 내놓으며 2차 평가변수를 강조한 바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럴 경우 '모니터링위원회의 검토 여부 및 결과'를 참고하라고 조언한다.

모니터링위원회(DMC 혹은 IDMC)는 신약을 개발한 회사나 연구를 주도하는 연구자, 혹은 규제당국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되어 임상시험이 적절하게 진행되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

이들은 중간 데이터 분석을 통한 무용성평가(futility analysis)를 가지고 해당 신약이 환자에게 무용한지 여부를 확인한다. 시험대상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면 임상시험의 중단을 권고하거나 반대로 신약의 효과가 좋다면 연구의 조기종료를 결정해 보다 빠르게 신약개발이 진행되도록 한다.

회사는 이를 통해 시험대상자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신약개발을 위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연구 결과에 대한 연구자의 의도를 배제하고 객관성을 유지해 결과의 과학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 바이오주 전문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임상연구의 경우 Clinicaltrial.gov 등 임상시험 정보 사이트에서 해당 임상연구의 고유번호를 검색하면, 모니터링위원회의 검토를 받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바이오벤처가 자체적으로 내는 보도자료에서 그 근거가 모니터링위원회의 분석 결과라면, 결과의 내용과 상관없이 객관성 면에서는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결과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5000~1만개 후보물질 중 하나에서 신약 탄생

투자하는 입장에선 하나의 신약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가 수반되는지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해 있는 국내 바이오벤처들은 대부분 파이프라인이 1~2개로 협소할 뿐더러 전임상 단계, 혹은 임상 단계라 해도 조기 임상 단계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앞서 임상시험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기초연구 개발 단계에서 확보된 5,000~1만개의 신약 후보물질 중 전임상 단계를 통과하는 것은 약 250개, 이 중 1~3상을 거쳐 최종 신약 승인 허가를 받게 되는 것은 고작 1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재 전임상 단계의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고 있다면, 투자자는 '이 물질이 1상 임상시험 진입에 성공했다 해도 신약이 될 가능성이 약 0.4%에 불과하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후보물질이 1상 단계라면 63.2%만이 2상에 진입하며, 2상 단계라면 30.7%만이 3상으로 진입한다. 3상의 경우 절반 이상(58.1%)이 임상 성공으로 이어지지만, 신약허가신청서를 제출한 임상시험 중에도 약 14.7%는 허가 단계에서 실패의 고배를 마시고 있다.

신약개발은 이처럼 수많은 실패를 바탕으로 발전해나가는 과학이다. 단순히 '모 아니면 도'로 끝나버리는 게임이 아닌, 실패가 다음 성공의 디딤돌이 되는 과정의 일환인 것이다.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은 하나의 임상 성패에 따라 과도하게 투자의 향방이 갈리는 국내 투자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임상시험 실패가 곧 회사의 실패로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회사가 개발중인 후보물질이 더이상 무용하다는 판단이 섰더라도 개발 중단을 선언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부 바이오벤처들은 이런 투자심리를 이용해 소위 '한탕'을 하려는 곳도 없지 않다"며 "무엇보다 하나의 파이프라인에만 목을 메고 회사의 사활을 거는 바이오벤처들은 좀 더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갖춰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