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몸값 최소 5조원…미국 승인 신약만 2개
브릿지바이오·티움바이오, 글로벌 기술수출로 기대감↑

올해 여러 악재로 침체됐던 바이오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바이오 대어'로 거론되는 기업들이 잇따라 IPO(기업공개)를 선언하면서 시장에 활기를 북돋는 모양새다. 특히 이들 기업은 기술력과 기술수출 등으로 주주들에게 '신뢰도'를 더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기업 중 한 곳은 SK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이다. SK바이오팜은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지난달 25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에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12월 말 거래소 심사 결과가 나오고 이르면 내년 1월 상장할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을 두 개 보유한 국내 첫 제약사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신약 개발에 도전한 지난 1993년부터 27년간의 노력이 올해 결실을 본 것이다.

우선 지난 3월 FDA로부터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성분명 솔리암페톨)'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7월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수노시는 SK바이오팜이 지난 2011년 기술수출한 신약으로 현재 재즈파마슈티컬즈(Jazz Pharmaceuticals)가 아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상업화 권리를 갖고 있다. 지난 6일 재즈 실적발표에 따르면, 수노시는 지난 3분기 98만7,000달러(약 11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나아가 SK바이오팜은 독자적으로 미국 관문을 넘는데 성공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에 대해 FDA 허가를 획득한 것. 국내 기업이 기술수출 없이 직접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허가 심사를 거쳐 FDA 허가를 받은 최초의 사례다. 전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약 7조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중 미국 시장이 54%로 약 4조원을 차지한다.

수노시와 엑스코프리는 유럽 진출도 앞두고 있다. 수노시의 경우 최근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승인 권고를 받았으며, 엑스코프리도 아벨테라퓨틱스를 통해 상업화 절차를 밟고 있다.

두 건의 글로벌 신약을 탄생시키며 SK바이오팜의 가치도 고공행진 중이다. 금융업게에서는 SK바이오팜의 시가총액이 최소 5조원 이상 최대 10조원까지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달 코스닥 상장을 앞둔 브릿지바이오는 국내 대표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기업으로 주목받는 바이오 벤처다. NRDO는 신약후보물질을 직접 발굴하지 않고 외부에서 도입한 뒤 개발에만 집중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자원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미국 바이오 벤처가 흔히 활용하는 모델이지만, 국내에서는 생소한 모델인 탓에 브릿지바이오는 상장까지 여러 부침을 겪어야 했다. 특히 기술 특례 상장 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기술성 평가가 전통적인 연구 기업에 평가 항목이 맞춰져 있어 브릿지바이오는 두 차례 기술성 평가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7월 글로벌 빅파마에 총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브릿지바이오는 NRDO 기업에 대한 편견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릿지바이오 이정규 대표는 지난 22일 열린 IPO 간담회에서 "과거 기술성평가 항목이 연구개발을 하는 전통적인 형태의 기업에 맞춰져 있었는데 이제는 평가 항목이 다양화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 진행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 두 건 중 하나는 글로벌 아웃, 하나는 아시아 아웃을 이루면서 브릿지바이오는 올해 559억원 매출을 냈다. 순전히 기술료 유입으로 낸 성과다. 나아가 내년에는 827억 매출에 영업이익도 흑자전환할 것으로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

지난 22일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티움바이오는 설립 2년 만에 두 건의 기술수출 성과를 낸 곳이다. 올해 1월과 2월 이탈리아와 국내 제약사와 각각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티움바이오는 희귀 질환을 전문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다. 김훈택 대표를 비롯한 주요 연구진들은 SK케미칼에서 연구개발을 주도했던 인물들이다. 특히 김 대표는 SK케미칼 재직 당시 국내 1호 신약 선플라,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 등 신약 개발에 참여했으며, 미국 허가를 받은 신약을 만들어 본 경험을 지니고 있다.

다만 임상이 초기 단계라는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이 때문에 티움바이오는 희망밴드보다 아래인 1만2,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향후 기술수출한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행에 따라 티움바이오의 가치가 시장에서 재평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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