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대책위 조사 결과 발표…서울시 산하 공공병원 괴롭힘 실태조사 권고

서울의료원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에 대해 3개월여 동안 조사해 온 진상대책위원회는 그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 때문으로 결론 내렸다.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는 6일 서울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 간호사 사망사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사망이자 공공의료기관에서 벌어진 중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서 간호사에 대한 괴롭힘이 조직적으로 이뤄졌으며 서울의료원 차원에서 이를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서지윤 간호사에서 무슨 일 있었나

서 간호사는 서울의료원에 입사한 지난 2013년 3월부터 2018년 12월 17일까지 102동 병동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102동 병원은 49병상으로 내과계 입원병동이면서 간호간병통합병동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서 간호사는 지난해 동료들보다 2배 이상 야간근무를 많이 했으며 그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는 서 간호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2018년 기준 102동 병동 담당 간호사 30여명 중 10명이 야간전담을 했으며 2~3개월 이상 장기간 수행한 간호사도 여러 명 있었다.

서 간호사는 2018년 들어 근무 일정이 자주 변경되고 신규간호사 사직 문제 등으로 파트장과 갈등이 생기면서 부서이동이나 사직하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해 12월 서 간호사는 간호행정부서로 이동배치됐다. 서 간호사가 원하는 부서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102병동 파트장과 병동간호팀장, 간호부장과 여러 차례 면담을 가져야 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병동으로 이동한 동료간호사들은 간호관리자와 면담 없이 자신들이 희망한 부서로 이동했다는 게 대책위 설명이다.

서 간호사는 간호행정부서로 이동한 후 개인 컴퓨터나 책상 등 업무에 필요한 사무기기를 받지 못했다. 서 간호사를 세워두고 “네가 그렇게 잘났어”라는 등 대놓고 모욕을 주기도 했다.

또 간호행정부서 업무가 아닌 당일병동으로 파견근무를 나갔다. 서울의료원에서 간호행정부서 간호사가 당일병동으로 파견 나간 경우는 지난 7년간 한 번도 없었다.

서울의료원 당일병동은 8병상이지만 응급시술, 응급수술을 바로 준비해야 하고 진료과마다 업무 요청이 달라 숙련도가 높은 주임 간호사급을 배치해 왔다고 한다.

서 간호사는 사망하기 이틀 전인 지난 1월 2일에도 당일병동에서 근무했으며 9일에도 파견이 예정돼 있었다. 서 간호사는 1월 4일 퇴근 후 그날 밤과 5일 새벽 사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원회는 6일 서울시청에서 지난 3개월간 진행된 故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고했다.

대책위 “서울의료원 직원 대다수, 故서지윤 간호사와 같은 경험 있을 것”

대책위는 이번 사건에 대해 3개월간 조사한 결과, 서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서울의료원 차원의 조직적이고 환경적인 괴롭힘이라고 판단했다.

대책위 김종진 위원은 “고인이 겪은 괴롭힘은 서울의료원 경영진과 관리자들이 직원들의 권리와 안전을 무시한 채 외형적 성장과 성과만을 추구해 온 것과 관련이 깊다”며 “현재 간호사들을 비롯해 서울의료원 직원 대다수가 공통으로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환경적 괴롭힘”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서울의료원은 최근 10년간 조직 규모를 확대하며 외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평간호사들의 처우는 나아지지 않았다”며 “서울의료원은 비합리적인 조직체계와 불투명한 인사제도, 사전에 정보나 준비 없이 이뤄지는 병동체계 변화, 부족한 인력 등으로 평간호사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높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근무표와 부서이동 등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가진 간호부장, 병동팀장, 파트장이 평간호사인 고인에게 차별적이고 의사에 반하는 행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의료원의 조직운영과 병원 경영의 불투명성과 불합리성에 있다”며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내부 고충처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환경이었으며 경영진은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서울의료원 현 원장은 3차례 연임하면서 강한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의료원의 외형적 성장에만 주력해 왔고 내부구성원의 성장과 안전을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이 시기에 병원 경영과 조직 관리 전반에 거쳐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서울의료원 경영진 교체, 공공병원 괴롭힘 실태조사 등 권고…박원순 시장은 유족에 사과

이에 대책위는 서울의료원 조직 개편 등 9개 분야 20개 영역 34개 과제를 개선 대책으로 권고했다.

대책위는 서울의료원 경영진을 징계하고 교체해 인적 쇄신을 이뤄야 한다고 권고했다. 간호관리자에 대한 인사처분과 징계도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의료원 경영 전반에 대한 조사와 감사를 권고하기도 했다.

또 간호부원장제도와 상임감사제도를 도입해 서울의료원 조직을 개편하고 간호사 야간전담제 전면 재검토 등 간호사 노동조건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고충처리 전담조직 마련 등 괴롭힘 관련 고충 시스템을 구축하라고도 했다.

서울시에는 유족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서울시 조례를 제정하고 서울시 공공병원 괴롭힘 실태조사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일 대책위로부터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그 자리에서 유족에서 사과하고 권고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임상혁 대책위원장은 “박 시장이 권고안을 100% 수용하겠다면서 좀더 많은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3개월 안에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임 위원장은 “이번 조사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 추후 서울의료원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위법과 불법 행위가 드러난다면 서울시 등이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본다”며 “대책위 차원에서 검찰 고발 등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출처: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원회 조사 보고서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