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전문가들, "전제 잘못됐다" 지적…"단지 한 임상례의 사례로 희망적 보도 무리"

면역관문억제제가 전혀 듣지 않는 대장암 환자에게서 펙사벡+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 병용 효과가 나타났다는 신라젠 보도자료에 대해 국내 대장암 전문의들이 의문을 표했다.

신라젠

신라젠은 지난 10일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주관으로 진행 중인 펙사벡과 임핀지 병용요법에서 간과 폐에 전이를 보인 MSI-L 대장암 환자 1명에게서 종양의 크기가 감소한 부분반응(PR)이 나타났고, 암표지 인자인 CEA 수치가 정상이 됐으며, 통증 조절을 위한 진통제 사용량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10일 신라젠 보도자료 일부

이어 "대장암은 크게 MSI-H(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MSI-L 두 가지 병변으로 진행되는데 15%에 이르는 MSI-H 대장암은 면역관문억제제가 치료제로 미국 FDA 승인을 받고 사용되고 있지만, 나머지 85%에 이르는 MSI-L 환자는 면역관문억제제가 전혀 반응하지 않아 치료제가 전무한 상태"라며 "이번 결과는 펙사벡과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투여가 암 살상을 위한 면역력 상승작용을 일으켰음을 나타내고, 어떠한 면역관문억제제 단독요법에도 치료 반응이 0%였던 MSI-L 환자에게 부분 반응이 일어났다는 건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해당 임상시험은 완치 절제술이 듣지 않는 환자, 전이성 미소부수체 안정형(MSS) 대장암이 있는 환자 등 35명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진행 중이다. 임상은 크게 두 그룹(▲펙사벡+임핀지 투여군 ▲펙사벡+임핀지+트레멜리무맙 투여군)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중 펙사벡+임핀지 투여군 환자 1명에게서 부분반응 등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라젠의 발표 내용은 '과한 해석'이라는 것이 국내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즉, 'MSI-L(저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대장암 환자에게는 면역관문억제제가 전혀 반응하지 않아 치료법이 전무(0)하다'라는 전제가 옳지 않은 상황에서 단 1명 환자의 반응으로 효과가 있다고 보는 해석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A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MSI-H가 아닌 환자군이라고 해서 절대 면역항암제가 효과가 없을 것이란 설명은 틀렸다"며 "POLE 유전자 변이가 있거나 다른 DNA 손상회복 관련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에도 면역항암제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아직 알 수 없는 기전으로도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는데, 단 한 례의 환자에서 효과를 보였다고 해서 병용투여가 면역력 상승을 일으켰다는 해석은 너무 과장된 것이고, 게다가 아직 진행 중인 임상의 환자 증례를 언급하며 보도자료로 발표하는 것은 추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B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 역시 "MSI-L 환자에게 모든 면역관문억제제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며 "단순히 1명에게서 부분반응을 나타냈다고 해서 이것이 펙사벡+임핀지 병용 효과 때문이라고 해석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C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도 "단지 한 임상례의 사례로 병용 요법이 성공했다고 희망적으로 보도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봤다.

전문의들은 모든 임상시험 결과는 최종 분석과 발표까지 해석에 주의를 요해야 하는데, 섣부른 해석이 투자자의 오판을 유도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신라젠 관계자는 “현재까지 개발된 어떠한 면역관문억제제 단독요법에도 치료 반응이 O%였던 MSI-L 대장암 환자가 병용요법을 통해 부분 반응이 일어났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이 임상은 NCI(미국국립암연구소) 연구자 주도 임상이며 누구보다도 임상에 참여한 연구진이 약물의 해당 연구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이번 데이터는 임상의 효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온 효과이자 그에 대한 임상책임자의 의견이기에 임상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진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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