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동반하는 소아뇌종양과 뇌 체성유전학적 변이 인과성 최초로 밝힌 연구
심사위원회 “질병 원인이나 병태생리를 꾸준히 연구해온 점 높이 평가 돼야”

2019 두산연강학술상 수상 논문으로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고현용 외 17인의 'BRAF somatic mutation contributes to intrinsic epileptogenicity in pediatric brain tumors'라는 논문이 선정됐다.

두산연강학술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오병희)는 최근 심사위원회를 열고, 총 94편의 논문 가운데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고현용 외 17인의 논문을 '2019 두산연강학술상 의학 부분' 수상 논문으로 선정했다.

‘Nature Medicine’에 게재된 고현용 연구원(박사과정)의 논문은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의 뇌에서 종양으로 인해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뇌전증의 분자생물학적 원인이 태아의 ‘대뇌 신경줄기세포’에서 발생한 발암유전자 ‘BRAF V600E’의 체성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이라는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한 연구다.

특히 유전변이와 뇌전증과의 인과성을 입증하기 위해 실시한 연구에서 소아 뇌종양에 의한 뇌전증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전사체 분석으로 규명한 것은 물론 BRAF V600E 변이로 인한 뇌전증이 MTOR 단백질의 활성을 매개한다는 기존의 학설을 뒤엎기도 했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이번 2019 두산연강학술상을 수상하게 된 고현용 수상자의 논문이 수술 치료에 어려움이 있는 소아 뇌종양 기반의 난치성 뇌전증 치료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오병희 심사위원장은 “최근에는 질병에 관한 빅데이터를 가지고 하는 연구들이 많은데 고현용 수상자는 질병 원인이나 병태생리를 이해하려는 데서 시작해 한 분야를 체계적이고 꾸준하게 연구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더욱이 기초연구에 그치지 않고 이를 임상적으로도 연계해 소아뇌종양 기반 난치성 뇌전증 치료약 개발의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2019 두산연강학술상 공모에서는 총 94편의 논문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12편이 2차 심사에 올랐으며 심사위원들은 12편의 논문들을 꼼꼼히 살펴보며, 논문의 우수성과 의미 등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해당 논문의 인용 횟수, 제1저자수, 제1저자의 기여도, 논문의 설계와 내용, 예상되는 파급효과 등을 꼼꼼히 살펴 최종 심사에 2편을 추천했으며, 장시간 토론 끝에 고현용 연구원의 논문이 최종 2019 두산연강학술상 수상논문으로 낙점됐다.

2019 두산연강학술상 시상식은 오는 7월 19일 롯데호텔에서 개최되며,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3,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이번 2019 두산연강학술상 심사는 서울대병원장을 역임한 메디플랙스 세종병원 오병희 원장을 비롯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윤주현 교수,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이원재 교수 등 4인이 맡았다.

부족한 제게 영광스러운 수상의 기회를 주신 두산연강학술재단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아울러 본 연구가 논문으로 탄생하기까지 함께 힘을 모아 주신 장재선, 임재석 박사님을 포함한 카이스트 내 공동연구자들과 이현주, 송민호, 백세범 교수님 그리고 세브란스병원 소아뇌전증 클리닉 강훈철, 김동석, 김세훈 교수님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수련을 뒤로한 채 미충족의료수요가 필요한 연구를 학위 기간에 용기를 내어 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이정호 교수님과 신의철, 한용만, 고규영 교수님을 비롯한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님들의 조언이 없었다면 시작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어려운 환경에 있는 후학들의 의사로서의 양성에 아낌없는 경제적 지원을 해주신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님들과 학생 때부터 의학연구자로서 가르침을 주신 소아과학교실 한만용, 연동건, 이승원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힘든 시간 속에서도 연구에 참여해주신 뇌전증 환아와 그들의 부모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참 중요한 과도기적 시기에 의과대학과 박사학위 시절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뇌성마비인 친척분을 보면서 소아발달질환에 관심이 많았고, 학생 때부터 소아질환의 역학 연구를 하던 중에 지금의 지도교수님을 통해 아이들의 뇌질환이 발달 중인 대뇌 피질에서 획득한 체성유전변이의 결과라는 중요한 이론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희망이 보이지 않던 여러 소아 유전병들의 치료제가 하나씩 개발되어 걷지 못하는 아이들을 걷게 하고, 발작이 악화되는 아이의 발작을 멈추게 하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병원에서 환아들을 만나고 배우고 공부하며 느꼈던 유전질환을 바라보는 미충족의료수요의 간절함이 이번 연구를 끝까지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본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정호 교수님과 결과를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서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고, 다음 가설을 새롭게 제안하는 과정이 제게는 큰 즐거움이었고, 과학을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힘든 학위 과정속에서도 신경유전체의학연구실에 계신 이주호, 박상민, 김명희, 김현정, 김자혜, 김일빈, 심남석, 김세연, 김진태, 박준성 등 동료 과학자들과 최원묵, 이충근 선생님과 같은 선배의사들로부터 지혜를 나누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덧붙이는 과정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시는 부모님과 항상 따뜻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동생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리는 어린 아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소아뇌질환에서 질병의 병태생리를 새롭게 규명하고, 악화되어왔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치료의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이러한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아이들의 뇌는 어떻게 발달하고 있고, 우리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지 그들과 행동과 증상은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그 궁금증을 해결해보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의 노력과 도움으로 이르게 된 이번 수상을 격려의 의미로 마음에 새기고, 앞으로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