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맥약침술 과다본인부담금 취소 소송서 “기존 약침술과 다르다” 원심 파기 환송

한방병원과 한의원에서 암환자 등에게 많이 시술하는 ‘산삼약침’에 대해 대법원이 안전성·유효성부터 검증받아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산삼약침’으로 불리는 혈맥약침술이 기존 약침술과 다르므로 환자들에게 시술하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부터 인정받아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지난 27일 부산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A씨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과다본인부담금 확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혈맥약침술이 비급여로 등재된 기존 약침술과 동일한 한방 의료행위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던 2심 판단이 뒤집힌 것이다(관련 기사: 혈맥약침술 한방 의료행위 판결에 대한약침학회 '환영').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에서 암 환자에게 항암혈맥약침 치료를 하고 92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심평원은 지난 2014년 3월 혈맥약침술이 기존 약침술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환자에게 받은 920만원을 환급하라고 했다.

A씨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패하자 항소해 2심에서는 이겼다. 하지만 심평원은 상고했고 대법원은 심평원의 처분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혈맥약침술, 기존 약침술과 다르므로 신의료기술평가 받아야”

대법원은 “혈맥약침술이 비급여 항목으로 등재된 약침술과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아도 비급여 의료행위에 해당하지만 약침술로부터 변경한 정도가 경미하다고 볼 수 없다면 그렇지 않다”며 “핼맥약침술은 기존에 허용된 의료기술인 약침술과 비교할 때 시술의 목적, 부위, 방법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그 변경 정도가 경미하지 않으므로 서로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A씨가 수진자(환자)들로부터 비급여 항목으로 혈맥약침술 비용을 지급받으려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이같이 판단한 데는 기존 약침술과 혈맥약침술은 시술 방법 자체가 다르다고 봤기 때문이다.

혈맥약침술은 산삼 등에서 정제·추출한 약물을 혈맥에 일정량 주입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산삼약침으로 불린다. 한의사는 환자의 위팔을 고무줄로 압박해 정맥을 찾은 뒤 산양삼 증류·추출액 20~60㎖를 시술한다.

대법원은 “약침술은 한의학의 핵심 치료기술인 침구요법과 약물요법을 접목해 적은 양의 약물을 경혈 등에 주입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의료기술이므로 침구요법을 전제로 약물요법을 가미한 것”이라며 “그러나 혈맥약침술은 침술에 의한 효과가 없거나 매우 미미하고 오로지 약품에 의한 효과가 극대화된 시술”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혈맥약침술이 약침술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수진자들로부터 본인부담금을 지급받기 위해 신의료기술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원심 판단에는 의료법상 신의료기술평가제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보조참가신청은 모두 각하했다. 이번 사건에는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암한의학회 등이 원고(한의사) 측, 대한의사협회 등이 피고(심평원) 측으로 보조참가신청을 하면서 의협과 한의협 간 대리전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대법원은 “원고 보조참가인들과 피고 보조참가인들이 주장하는 이해관계는 이 사건 소송의 결과에 대한 법률상의 이해관계라고 할 수 없으므로 보조참가신청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적합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