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 방안’ 발표…조기진단‧응급개입팀 설치 등
박능후 장관 "사법입원, 사법기관 적극 협조 등 논의 더 필요"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고 예방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조기 진단·치료 강화, 정신재활시스템 도입, 응급개입팀 설치 등의 응급처방을 내놨다.

하지만 정작 정신건강의학계가 제시하고 있는 사법입원제도 도입 등은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15일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고를 예방하고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인 치료와 재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의 ‘중증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우선중증정신질환자의 범위가 질병의 위중도와 기능손상의 정도를 정의하는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 대체적으로 약 50만명 내외의 중증정신질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중증정신질환의 대표적인 원인 질병은 조현병, 조울증, 재발성 우울증으로, 정신의료기관과 정신요양시설에 약 7만7,000명의 중증정신질환자가 입원치료와 정신요양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중증정신질환자는 약 42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재활시설 등에 등록된 환자는 약 9만2,000명에 그치고 있다.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향상

이에 복지부가 중증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해 내놓은 방안은 우선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향상을 위해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 사례관리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3년에 걸쳐 ‘통합정신건강증진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2022년까지 센터당 평균 4명 충원 기준으로 예정된 785명의 인력을 앞당겨 충원해 현재 전문요원 1인당 60명 수준인 사례관리 대상자를 25명 수준으로 개선하고 향후 늘어나는 사례관리 업무량을 고려해 인력 확충 계획을 추가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중증환자에 대해서는 집중사례관리 서비스를 도입하고 이를 위해 전문인력에 대한 교육도 강화할 예정이다.

광역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정신건강서비스도 제공한다.

정신보건 관련 사업 예산을 광역자치단체 단위로 묶어서 내주면 시도가 지역 여건에 따라 자원 배분을 조정하고, 자율적으로 기획·집행하는 통합정신건강증진사업을 2022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정신응급상황 대응 강화

정신응급상황 대응 강화를 위해서는 내년 중으로 각 광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응급개입팀을 설치하고 24시간 정신응급 대응체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응급개입팀은 정신응급 상황 시 경찰·구급대원과 함께 현장 출동하는 전문요원을 말하며, 현재 5개 시·도에서 자체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전문요원이 경찰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서 위기상태를 평가하고 대상자에 대한 안정을 유도하거나 적절한 응급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하반기부터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응급환자를 24시간 진료할 수 있는 ‘정신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하고 건강보험 수가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자·타해 위험 정신질환자가 응급입원이나 행정입원을 하게 된 경우 저소득층에게는 환자 본인부담금에 대한 국비 보조 등 치료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발병 초기환자, 집중치료 지원

첫 발병 환자, 미치료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인식개선과 자가관리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학교, 주민센터, 경찰 등 지역사회 공공기관 및 민간 정신건강 단체와 협력을 강화한다.

발병 초기 환자를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해 지속해서 치료를 지원하는 조기중재지원 사업을 도입하고, 저소득층 등록환자는 발병 후 5년까지 외래 치료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하반기부터 퇴원 후 치료 중단과 재입원 방지를 위해 병원기반 사례관리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이에 따라 정신질환자가 퇴원한 후에도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으로 구성된 다학제 팀이 일정 기간 방문상담 등을 실시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사례관리,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일상 복귀 지원 강화, 낮병원 수가 시범사업 추진

정신질환자가 치료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당사자와 가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당사자와 가족이 서로 소통하고, 교육과 자조활동을 통해 자기주도적인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록회원에 대한 방문사례관리 및 지역사회 정신재활시설과의 연계 서비스 지원을 강화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지역 내 정신재활 수요를 파악하고, 적절한 연계시설이 없는 경우에는 확충 전까지 직접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조기퇴원 유도 목적 낮병원 설치·운영 활성화를 위해 건강보험 수가 시범사업도 하반기에 시행한다.

사각지대 해소 위한 민관협력 강화

각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에 ‘지역 정신응급 대응 협의체’를 설치해 지역 사회의 정신건강 현안을 논의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역 정신건강관리의 총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일선 경찰, 보건, 복지 담당자가 발견하는 특이 민원사례에 대한 정례평가를 도입하고 반복되는 문제 사례의 재발을 방지하며 보건-복지 통합사례회의를 통한 사각지대 해소와 조기발견에도 노력한다.

특히 이같은 단기 추진과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예산 규모와 세부 일정은 현재 진행 중인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같은 단기 추진 과제 외 중장기 추진 과제들로 ▲정신재활시설 단계적 확충 ▲자·타해 위험환자에 대한 비자의 입원 제도 개선 검토 등을 제시했다.

박능후 장관은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은 조기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로 정상생활이 가능하며, 자·타해 위험 상황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번 우선 조치 방안으로 일시에 정신건강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국민께서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편견 해소를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한다”며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면서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포용 사회를 구현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사법입원제도, 논의 더 해야

한편 박 장관은 정신건강의학계가 요구하고 있는 사법입원 도입과 중증질환자 국가책임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사법입원제도를 도입하려면 현실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사법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하다”며 “국회를 중심으로 제도 도입 필요성, 타당성, 준비해야 할 것 등을 논의 중에 있다. 구체적으로 논의가 진행되면 해결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중증질환자 국가책임제의 경우, 정책에 ‘국가책임’이라는 말을 넣기 위해서는 깊이 있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며 “아직 국가책임을 말하기에는 이르다. 머지 않은 장래에 체계가 잡힌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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