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

1999년 국민건강보험법의 제정으로 전국민이 보험에 강제가입하게 되었고 모든 의료기관은 요양기관으로 강제지정되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그 기틀을 확립하게 됐다. 건강보험제도는 사적인 진료계약을 사회보장제도로 보장해주는 것이며, 의료행위와 요양급여행위, 의료기관과 요양기관은 명백히 구분됨에도 이를 동일하게 보아 의료기관에 과도한 규제를 가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에 약 3회에 걸쳐 법률 및 판례에 따를 때 의료기관과 요양기관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살펴보고, 이 두가지를 동일시함에 따른 부작용들을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제도의 특징은 모든 국민이 강제로 가입(전국민 가입강제)하고 모든 의료기관이 ‘요양기관’으로 지정(요양기관 강제지정)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특징은 의료보장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확립된 것이다.

아무런 사회보장제도가 없을 때에는 의사가 진료를 하면 진료계약에 따라 환자에게 모든 대가를 지급받았으나, 1963년 의료보험법의 제정으로 진료비를 사회적으로 보장해주는 의료보장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초반에는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들 및 부양가족만 보장의 대상이 됐다가 점차 그 보장 범위를 확대하여 1999년 전국민을 모두 가입시키게 됐다.

모든 의료기관이 처음부터 건강보험진료를 한 것도 아니었다. 1976년 의료보험법 개정 당시에도 의료기관의 일부에서만 보험 진료가 가능해서 보험 가입자는 보험적용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다녀야 했다. 1999년에야 국민건강보험법 제정으로 모든 의료기관이 보험진료를 하도록 하는 강제지정제도가 도입됐다.

이처럼 의료보장·건강보험제도란 본래 의사와 환자 간 사적 계약을 통해 개인이 부담하던 진료비를 보험재정에서 충당하여 위험을 분산시키는 제도인 만큼 이 재정에서 부담하는 범위가 어디까지냐의 문제는 당해 보험재정의 상태, 보험자와 보험가입자의 의사 등을 토대로 확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보험가입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가 증명된 요양급여기준을 두어 그 기준에서 벗어난 진료를 하고 보험비용을 청구하면 비용을 감액하기도 하는 것이다.

보험제도의 취지에 따라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개별 진료에 대해 급여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급여기준’ 외에도 ‘의료기관 개설기준’에 어긋난다는 이유, 혹은 의료법에 위반한 사항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의료기관이 수령한 보험급여비용 전부를 환수하는 일이 있다.

예컨대 중복의료기관 개설금지조항을 위반했거나 시설 공동이용 조항에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진료를 하고 받은 보험급여비용을 환수하는 것이다. 이는 의료기관과 요양기관을 완전히 동일하게 취급한 결과다.

그러나 의료행위와 요양급여행위는 명백히 구분될 뿐 아니라, 이를 행하는 의료기관과 요양기관 역시 구분된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이란 의료인이 의료업을 하는 곳을 의미한다. 또한, 의료행위란 법령에는 정의가 규정되어 있지 않으나 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다.

그리고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도록 의무까지 부여하고 있다.

반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요양급여는 의료행위에만 한정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위에서 설명한대로 보험재정의 상태와 사회적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의료행위 중 일부에만 우선순위를 부여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결정하는 것이다. 이 때 요양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최선’이 아닌 ‘비용효과적’ 및 ‘최적’이다.

이와 같이 의료기관으로서의 행위와 요양기관으로서의 행위에는 법률상으로도 괴리가 있다.

그리고 의료과실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서도 이 둘의 차이는 명확하다. 일부 사건에서 의료인 측은 비록 의학적으로 최선의 행위는 아닐지라도 요양급여기준에 따른 범위 내의 행위를 제공했기 때문에 과실이 인정되어서는 아니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법원은 임신성 당뇨검사에 대한 지침이 없고 의료보험 대상이 아니더라도 당연히 환자에게 당뇨검사의 실시를 권고하고 시행하였어야 한다고 하거나, 예방적 항생제 사용에 대해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한다는 사유로 삭감될 것이 우려되더라도 '급성 인두염 환자가 세균성 감염으로 인한 뇌수막염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고려하여 예방적으로 항생제를 처방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어 요양급여기준 범위 내에서 진료했다고 하여 의사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아주지 않는다.

법원은 의료법에 따라 의사가 진찰ㆍ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의사에게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기준에서 의사의 업무상 과실 유무를 판단하며, 반대로 임상의학적으로 안전성 및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시술을 행했다 하여 그 자체를 의료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판단하지도 않는다.

위 두 사례를 놓고 보면 의사는 요양급여기준에 반하더라도 임신성 당뇨검사를 했어야 하며, 예방적 항생제도 처방했어야 한다. 다만, 이에 대한 보험급여비용을 받지 못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의사는 이 때 민법상 진료계약 원칙으로 돌아가 환자로부터 그 비용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요양급여기준 외의 행위를 하고 환자로부터 비용을 받는 행위가 ‘임의비급여’라는 명목으로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행정처분 및 이에 대한 법원의 판례에 따라 사실상 금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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