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한 병원 노동자들 “더 힘들어졌다” 호소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보완 필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주 52시간 근무를 도입한 병원 노동자들로부터 고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 7월부터 특례업종을 제외하고 300인 이상 사업장은 근무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병원노동자 등 보건업 종사자의 경우 노동자 대표와 사용자(사측)의 서면합의가 있으면 이를 바탕으로 주 12시간 초과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그러나 일부 병원들은 특례업종 유지를 위한 노사합의가 어려워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관련기사 : [초점] ‘주 52시간’ 피해도 ‘11시간 휴게’가 문제…병원계 고심).

그러다보니 이들 병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법을 지키기 위한 편법이 난무하고, 초과 노동을 하더라도 수당 없이 기존 인력만을 쥐어짜고 있다며 근무환경이 근무시간 축소 이전보다 더 열악해졌다고 토로했다.

서울지역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몰래 (초과근무를) 다 시킨다. 대신에 (초과근무한 것을) 입력하거나 기록을 못 남기게 한다”며 "근무시간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은 거의 없다. 꼼수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초과노동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되고 말단 직원들의 부담만 더 늘어났다는 반응도 있다.

A씨는 “연장(근무) 한 것을 입력을 못하니까 그에 대한 돈도 못 받게 된다”며 “가뜩이나 추가수당을 안주던 것이 더 안주는 쪽으로 됐다”고 덧붙였다.

익명의 병원 노동자 B씨는 “주 52시간을 맞춰야한다고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와서 직원들이 스케쥴을 짜고 계획안을 올리고 한다”며 “법을 준수하는 것이 맞지만 왜 이로 인해 말단 직원들이 추가적으로 업무를 해야하냐. 부담이 심하다”고 주장했다.

병원이라는 의료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는 입법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지방소재 대학병원 근무 간호사 C씨는 “(정부가) 병원에 와서 직원 수가 몇 명인지 좀 보고 심각성을 파악했으면 좋겠다”며 “52시간만 근무해서 절대 병원이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52시간만 근무를 하냐. 응급실 문을 닫아야 하나”고 말했다.

익명의 간호사 D씨는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는 인력은 주는데 환자는 안 주니까 당직서는 의사는 의사대로 업무 로딩이 걸리고 당직시간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들에 따르는 피해는 환자가 고스란히 안고 가게 된다”면서 “근무 환경의 특수성을 생각하고 법을 개정했으면 한다”고 했다.

D씨는 “정시 출근하고 정시 퇴근하라고 인계시간을 줄이고 있고 인계 때 추가되는 오더는 뒷 턴(근무 간호사)한테 미루라고 한다”며 “하지만 앞턴이 바쁜 만큼 뒷턴도 바쁘다. 일을 하지말고 집에 가라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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