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학회·안과의사회·대개협 등 성명내고 ”명백한 오류를 전제로 정책 추진” 강조

보건복지부가 한의사의 안압측정기 등 5종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하자 의료계의 반발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전라남도의사회가 복지부 장관 사퇴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한 데 이어 이번에는 대한안과학회와 대한안과의사회, 대한개원의협의회까지 성명을 내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도 오진 등의 위험을 거론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안과학회와 안과의사회는 복지부가 인용하고 있는 헌법재판소 판결문은 오류가 있으며 한의사가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오진과 의료사고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는 의사와 한의사가 독립적인 면허를 부여받아 구분된 범위 내에서의 의료행위만 할 수 있는 이원적 의료체계로 의사는 체계적인 의학교육과 수련과정을 거쳐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여 의료행위를 발전시키고 있다”며 “반면 한의사는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적으로 명백히 다른 의료제도를 구분한 현행 의료시스템의 근간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세극등현미경은 주관적인 검사로 그 결과가 자동적으로 추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사들 내에서도 안과전문의가 아니면 정상상태와 병적인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다”며 “안압측정기는 자동안압측정기만 검사 결과가 숫자로 표현되지만 측정할 때마다 오차가 많고 변동성이 크며,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정상안압녹내장은 안압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질환으로 안압측정기만으로 녹내장을 진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자동시야측정장비는 검사결과 자체보다 그 결과를 해석하는 것이 더 중요한 장비이고 시야검사만 가지고는 임상적인 질환 여부 판단이 불가능하다”며 “헌법재판소는 이와 같이 중요한 전문적인 사건의 재판과정에서 전문가단체인 대한의사협회나 안과학회와 안과의사회에게 의견조회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결과적으로 해당 의료기기는 사용 자체에 대한 위험성 보다는 오진의 증가와 추가적인 의료사고의 가능성을 높인다”며 “나아가 보험등재 후 급여화를 할 경우에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늘어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명백한 오류를 전제로 한 정책을 추진하려는 복지부의 답변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앞으로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 줄 것을 강력하게 주문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국민 안건강권을 위협하는 어떠한 정책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도 오진 등의 우려를 지적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 송병호 회장은 ”청력검사는 혈액검사를 판독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검사결과를 보고 전도성 난청인지, 감각신경성 난청인지 여기에 수술적 치료, 재활적 치료를 할 것인지, 추후에 어떤 검사를 할 것인지를 알아보는 진단적 검사다“라며 ”이는 전문의의 진단영역이다. 검사만 해놓고 환자 진료에 응용을 제대로 못하거나 오진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같은 사람을 다루는 의술이라고 한방과 의학을 같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며 ”진단의 원리도 다르고 치료의 기반도 다르다. 동의보감에 질환에 대한 설명이 있다한들 복지부가 건보적용을 검토하는 의료기기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송 회장은 ”그렇기에 전문가적 입장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검사들에 대해 보험급여를 인정하지는 않아야 맞다“며 ”만약 복지부에서 한의사들의 현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 급여화를 인정하고 추진한다면 가만있을 수 없다. 의료계가 다 같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대개협은 ”현대의료기기의 발전은 의학의 발전이지 한의학의 원리가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니다“며 ”한방도 한방의 원리를 발전시키고 한방진료에 적용시킬 권리가 있고 의무 또한 있지 않냐. 의료기기의 사용을 주장하면서 한방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개협은 ”건강보험 적용은 국민의 세금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될 만큼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고 유익하며 위험성이 없어야 한다“며 ”5종 의과 의료기기는 그 원리가 한방이 아닌 의학의 원리에 기반한 것이기에 당연히 이에 대한 전문가인 의사가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개협은 ”과학과 통계의 증거를 생명으로 하는 의학적 검사를 단지 위험성이 없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검사로 치부해 명확한 의·한의사의 면허범위를 허문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전문분야의 신뢰성 또한 허물어질 것“이라며 ”결과가 자동으로 나온다고 해서 그 해석도 자동으로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상태를 한방학적이 아닌 의학적으로 판단하고 검사기기의 결과를 세밀하게 연관시켜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고 했다.

대개협은 “복지부의 이번 답변이 정상적인 경로를 통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며 ”국민의 건강권은 어떤 경우에라도 정치적인 타협이나 이해관계의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번 답변은 의사면허를 부정하고 의료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대개협은 ”이를 직역 이기주의로 몰아붙이며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내는 한방의 각성을 촉구한다“며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복지부는 어떤 외부 요인이 있더라도 결코 환자 안전에 위해를 가하는 위험요인은 최선을 다해 차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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