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 “스스로 책임 못 지는 시술…대응가치 못 느껴”
충북대병원 한정호 교수 “엉뚱하게 남 탓…책임회피 위한 부도덕한 행태”

봉침을 맞던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대한한의사협회가 한의학적 근거와 원리에 따라 전문의약품 응급키트를 적극 사용하겠다고 선언하자 의료계가 얼토당토 않은 주장이라고 일축했다.(관련기사:한의협, 의협에 맞불?…에피네프린 등 응급 전문의약품 사용 선언)

한의협은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의약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용할 수 없다”며 “의료인의 본연의 임무에 더욱 매진하기 위해 진료 시 전문의약품 응급키트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한의협은 “현행법에는 한방의료기관에서 ‘에피네프린’과 같은 응급의약품을 구비해 유사시 사용해선 안 된다는 명확한 조항이 없는 상태”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양방의 무조건적인 반대에 부딪혀 의료인인 한의사가 봉독 이상반응(일명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필요한 ‘에피네프린’과 항히스타민 등의 의약품 사용을 제한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한의협은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면서 “언제까지 의사들의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반대에 부딪혀 위급한 환자를 보고만 있어야 하나. 빠른 시일 내에 진료시 전문의약품 응급키트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의계의 이같은 주장에 의료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한방 치료재료 및 시술에 대한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대한의사협회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먼저 “너무도 황당무계한 주장에 할 말이 없다"며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방 부회장은 “최근 봉침을 맞고 환자가 사망한 사건은 전문의약품 응급키트 허용 문제가 아니라 한방의 안전성·유효성에 관련한 문제”라며 “안전성·유효성 확보가 안 된 모든 한방 시술은 금지돼야 한다. 본인들이 감당하지도 못하는 시술을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방 부회장은 “한의사들이 전문의약품을 사용하고 싶으면 의대에 입학해 의학을 공부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된다”면서 “한의계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주장을 즉각 중단하라”고도 했다.

정부에게는 한방 시술에 대한 즉각적인 안전성·유효성 검사를 촉구했다.

방 부회장은 “엄격한 임상을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일어날 수 있는데 자연계에 존재한다는 이유로 봉침을 포함한 한의계의 많은 재료들이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국민건강을 심각히 위협하는 일이다. 정부는 즉각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의협의 전문의약품 응급키트 사용 주장이 봉침사고에 대한 책임회피라는 지적도 나왔다.

충북대병원 내과 한정호 교수는 “봉침이라는 효과가 불분명하고 위험한 시술로 인해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데 대해 (한의계가) 반성이나 개선하려는 노력은 안하고, 엉뚱하게 남의 탓만 하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책임회피를 하는 부도덕한 행태에는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이어 “(한의사에게)에피네프린만 주면 그 다음은 무엇을 할 수 있나. 결국 기관 삽관과 면역에 대해 스테로이드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런 분야의 한방적 치료는 존재하지도 않는다”면서 “치료를 종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것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의료소송에서 책임만 면피하겠다는 목적”이라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에피네프린 투여를 응급구조사에서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이는 텔레메디슨으로 의사에게 보고를 하고 적합한지 판단을 해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한의사들도 (에피네프린을 투여)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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