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직전 환자 두고 교대할 수 있겠냐'는 교수 지적에 반발하는 전공의들

흉부외과에서 전공의 근무시간을 주80시간으로 제한한 전공의법(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전공의들이 반박하고 나섰다.

최근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춘계학술대회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수술이 많은 흉부외과의 특성상 전공의들이 주 80시간 근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전공의들도 이를 바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관련기사 : 죽기 일보직전 환자 두고 교대?…"전공의법, 비현실적“).

그러자 전공의들은 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형태로 운영하면서 전공의법 핑계를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A씨는 ”전공의 근무시간(주 80시간)은 4주 평균 근무시간으로 산정된다. 즉, 근무시간이 길어졌다면 다른 날의 근무시간을 조정하면 된다“며 ”그게 아니라도 전공의법에는 응급상황에 대한 예외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많은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법 준수를 위해 수술 일정 등을 합리적으로 재편했다면 전공의법을 지키기 어렵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히려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A씨는 “우리 병원에서는 전공의 근무시간 축소에 따라 이를 대체할 인력을 다수 고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호스피탈리스트를 고용하고 응급실 등에 전담 전문의를 고용하기도 했다. 환자를 이송하는 등의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도 확충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B씨는 “전공의끼리 노력한다고 전공의법이 지켜질리 만무하다"며 "실제로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거나 퇴근 시간을 미리정해두고 잡일을 줄여준 곳들도 상당히 많다. 우리 병원도 회진 시간을 정해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도록 해주는 등 시간 안배를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수술 스케줄도 과거에는 새벽까지 수술하도록 일정을 잡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최대한 정규시간에 마칠 수 있도록 잡고 있다”며 “이에 따라 당직인력의 부담도 줄고 환자도 새벽까지 기다렸다가 수술받는 경우가 줄어 만족해 하고 있다. 환자 안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배울 기회를 위해 전공의들조차 주 80시간을 지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수도권의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C씨는 “배울 기회는 주 80시간을 체계적으로 활용할 경우 충분하다”며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가이드라인을 제작한다면 전문의가 되기에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씨도 “전공의들이 배울 시간이 없는 것은 잡무가 너무 많기 때문으로 이것만 줄여도 충분히 배울 기회가 많을 것”이라며 “많은 전공의들이 ‘일을 마쳐야만 수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공의들이 연장 근무를 자처하는 상황은 배우고 싶은 것과 동떨어진 업무가 너무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공의들이 원칙대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병원과 정부가 힘을 보태라고 촉구했다.

B씨는 “(병원은) 전공의들이 원칙대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수술과에서는 전공의들이 수술을 할 동안 병동 환자들을 전담할 인력을 둘 수 있도록 의사를 추가 고용하거나 수술 일정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C씨도 “전공의 수련시간이 주 80시간으로 줄어듦에 따라 병원은 (공백을 메꾸기 위한) 전문의를 추가고용해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도 책임이 있다. 병원이 모든 전공의의 교육과 노동에 따른 임금을 부담하지 않도록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미래의 전문의가 될 전공의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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