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피부염학회, 국회서 아토피의 중증질환 인식 중요성 강조
경증질환 인식 개선 통해 종합병원 이상 진료 활성화 해야

‘아토피피부염은 경증질환’이라는 낙인을 지우고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서의 아토피환자 치료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박창욱 교수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아토피환자의 무너진 삶-성인 중증아토피피부염의 심각성’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아토피환자의 경우 성인으로 갈수록 사회활동이 어려워 우울증, 자살 등 심리적 고통을 겪게 된다. 2013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분석결과, 아토피가 있는 청소년 중 37%가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21%는 자살생각, 8%는 자살계획, 6%는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토피가 '경증질환 산정특례 질환'으로 지정돼 있다. 경증질환 산정특례는 종합병원 이용 시 원외처방 본인부담금을 높여 1차 의료기관 이용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박 교수는 이같은 제도로 인해 중증 아토피환자들이 종합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아토피가 경증질환으로 지정돼 있어 상급의료기관 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증아토피환자들의 (의료기관) 접근성을 저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중증 아토피환자들이 편하게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하며, 가능하다면 추가 상담수가 개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최근 아토피 치료에 효과적인 신약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데, 이 약제들 대부분이 중증 아토피를 대상으로 개발된 고가약제”라며 “임상결과를 보건데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개원가에서는 사용하기 무리가 있는 약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환자들은 치료에 만족하지 못하면 다른 의료기관을 찾아 방황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가장 손쉽게 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스테로이드가 습관적으로, 그리고 과다하게 투여돼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런 환자들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에서 면역억제제 등의 약을 사용하거나 집중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토피는 경증질환’이라는 정의 하나만으로 환자들에게 절망를 더해줄 수 있고 지속적으로 1차 의료기관이나 민간요법·한의치료 등을 떠돌며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가 아토피는 경증질환이라는 낙인을 지워준다면 학회가 환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올바른 치료법을 찾아 치료를 포기하고 삶을 방치하는 환자들을 다시 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아토피를 환경성 질환으로 정의한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아이를 둔 부모는 아이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귀농을 준비하고 황토방을 지어주는데 집중한다”며 “하지만 환경 개선에 집중하다 보면 아토피의 제대로 된 치료는 등한시 되기 쉽고 면역질환이라는 본질을 간과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사)소비자권익포럼 조윤미 운영위원장도 중증 아토피환자에 대한 판단기준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중증 아토피에 대한 판단기준을 체계화해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고 국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중증 아토피 치료요법 개발을 위한 공익적 임상연구 등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질병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완화하기 위한 스트레스 완화요법을 보험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검토가 필요하다”며 “현재 우리나라 보험수가 체계와는 다르지만 치료 컨설팅이나 상담 등이 보험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중증 아토피'로 명시한 질병분류코드 신설이 아토피는 경증질환이라는 인식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보험급여과 정통령 과장은 “현재 질병분류코드가 중증도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토피를 경증질환으로 분류된 ‘기타 아토피피부염(L20.8)’이나 ‘상세불명의 아토피피부염(L20.9)’와 다른 코드를 부여하면 종합병원 이상에서도 환자부담 증가없이 진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아토피와 관련해 중증 분류를 추가하는 것이 (그런 오해를 없애는) 도움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선의 경우 중증 건선을 별도 코드로 반영한 예도 있다”며 “다만 중증 아토피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토피 치료와 관련한 상담수가 신설 요구에 대해서는 “아토피환자에 대한 치료 가이드라인을 섬세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시범사업이긴 하지만 심층진찰료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아토피환자를 심층진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토피를 산전특례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2017년 아토피 관련 통계를 보면 150만명이 건보를 통해 진료를 받았고 평균진료비는 3만원 정도로 의료비 발생 비용이 크지 않다”며 “진료비 100만원 이상 부담은 1,400명 정도, 500만원 이상은 10명 내외로 산정특례를 통한 환자부담 경감 혜택을 보는 대상자가 적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과장은 “문재인 케어의 기본 방향은 보장성을 확대하고 비급여를 줄이는 것”이라며 “아토피의 경우도 실제 비급여로 진료비가 들어가는 항목을 줄이고 새로 개발되는 바이오의약품 중 효과가 입증된 것은 급여로 전환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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