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림으로 설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동영상 만들어 활용…영어교육도 강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면서 열악하기만 했던 북한 의학교육이 김정은 시대 들어 변화,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이나 영상물로 실습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진료실이나 수술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의대생들이 진료나 수술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했으며 실습 모형과 장비를 직접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 영어 교육도 강화됐다.

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가 1일 공개한 ‘고등교육에 나타난 북한의 의학교육 현황 분석’ 보고서(신희영·안경수)에 따르면 2014년 8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식경제시대에 맞는 실천형, 창조형 인재 육성을 강조하면서 고등교육제도 개선을 과제로 제시한 이후 의학교육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연구진은 북한 의학교육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2015년 2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북한 교육신문사가 발행한 간행지인 ‘고등교육’을 분석했다.

북한은 5~6년제인 의학대학에서 상등보건일군인 의사, 고려의사, 구강의사, 위생의사 등을 양성하고 3년제인 의학전문학교에서 중등보건일군인 준의, 보철사, 조산원 등을 양성한다. 보조의료일군인 간호원은 2년제 간호원학교와 6개월 과정의 간호원양성소에서 배출된다.

북한 고등교육기관의 종합화, 일원화 정책에 따라 각 지역별 거점 종합대학이 새로 설치되고 의학대학과 의학전문학교, 약학대학이 지역 거점 종합대학으로 통합, 개편되고 있다.

의학교육에도 변화가 생겨 수학과목과 임상의학과목을 연계해 가르치는 등 의학교육에 타 학과목을 접목하는 방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어를 중심으로 한 외국어 교육도 강화됐다. 평북종합대학 의학대학은 미생물학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최신판 미생물학 관련 영문 단행본과 잡지들을 번역하는 과제를 내기도 한다.

특히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이 눈에 띈다. 평양외과대학은 산부인과학 수업에서 기존 걸그림과 모형을 갖고 반복 설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다매체동화상편집물’을 만들어 강의와 실습에 활용하고 있다.

의학실습교육에서도 실습모형과 장비를 제작해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의주의학전문학교는 산과학 실습에서 산모의 진통 유발과 촉진 특성을 관찰할 수 있는 ‘진통유발촉지기’를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 원주의학대학은 산부인과학 실습에서 ‘CHD송상카메라’ 장비를 활용하고 있다. 병원 외래진찰실, 복부초음파검사실, 실험검사실, 수술장에 카메라를 설치해 실습실에서 TV로 보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북한 고등교육 및 의학교육 관련 문헌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조선중앙통신, 로동신문 등 매체와 탈북 의료인 증언 등을 활용해 북한 의학교육 현황을 검증해 분석의 오류를 바로 잡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분석된 북한 의학교육의 현황을 남한 의료인 양성 교육체계 현황과 비교해 남북 의학교육 과정의 세부적인 내용과 형태, 인프라 현황 차이와 유사점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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