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기준으로 생긴 영양제 분주관행…“알면서도 묵인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유는 건강보험 급여 기준으로 인해 생겨난 영양제 분주 관행 때문이었다. 환아 1명당 일주일에 2병까지만 건강보험 청구가 가능했던 시절 생긴 분주 관행이 관련 규제가 풀린 뒤에도 계속 이어진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1994년 4월 행정해석을 통해 환아 1인당 일주일에 2병으로 제한했던 규제를 풀었지만 이대목동병원은 그 이후에도 영양제를 나눠서 썼다.

본지가 입수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 박은애·조수진 교수는 영양제 청구 제한 규제가 풀린 사실을 모르고 보험 청구액 삭감을 피하기 위해 환아당 1주일에 2병만 처방했고 처방되지 않은 날에는 처방받은 다른 아이의 지질영양제를 나눠서 사용하게 했다.

이대목동병원이 국제의료기관평가인증(JCI)을 준비하면서 관행을 깰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JCI를 준비하던 2010년, 박은애·조수진 교수는 처방전 내용과 투약 내용이 일치해야 한다는 취지의 JCI 기준에 따라 전공의들에게 투약할 때마다 환아 1인당 1회 1병으로 처방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전공의는 환아 한 명에게 지질영양제를 1회 투여할 때 1명씩 처방했다.

이대목동병원은 2010년부터 환아당 일주일에 2병을 초과해 처방된 지질영양제는 병 수만큼 보험을 청구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삭감 없이 청구한 만큼 보험금을 모두 인정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하지만 영양제를 소분하고 분주하는 간호사들에게는 별다른 지시가 없어 분주 관행이 이어졌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검찰은 박 교수와 조 교수가 간호사들 사이에서 분주관행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고, 이로 인해 또 다른 관행이 생겼다고 봤다.

검찰이 지적한 ‘의사의 묵인’ 하에 생겨난 ‘파생관행’은 ▲신입근무자 혼자 분주 ▲투여 최소 4시간 전 미리 주사기 분주 ▲지질영양제 개봉, 주사기에 담은 후 실온 보관 ▲이브닝근무자 신입 간호사가 투여용 수액 세트 연결 관행이다. 이같은 파생관행은 이번에 구속된 간호사 A씨가 수간호사가 된 이후 생겼다고 했다.

검찰은 “투약상 과오를 막기 위해 약물 준비자와 투여자는 일치해야 하지만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지질영양제를 주사기에 나눠 담는 데이근무자 중 막내 간호사’ → ‘주사기에 담긴 지질영양제를 라인에 연결하는 이브닝 근무자 중 막내 간호사’ → ‘투여 간호사’와 같이 3단계로 지질영양제 투여가 이뤄졌다”며 “약물 준비자와 투여자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신생아중환자실 지질영양제를 큰 용량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대목동병원은 2017년 9월 6일 영양집중지원팀 회의를 열고 신생아중환자실 지질영양제를 클리노레익 250ml에서 스모프리피드 500ml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신생아중환자실 실장이었던 조 교수가 스모프리피드 사용지침 등을 숙지해 전공의와 간호사를 상대로 분주하지 말고 1인 1병씩 사용하고, 개봉 후 즉시 사용하되 불가피하게 즉시 사용하지 못할 경우 냉장 보관하라고 교육·지시해야 했지만 이를 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검찰은 조 교수에 대해 “주사준비실을 가끔씩만 둘러봐도 분주 및 보관 관행을 쉽게 알 수 있었다”며 “전공의 집단이탈(퇴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은 없는지 더욱 살피고 새로 들어온 간호사들을 특별히 신경 써서 교양을 하거나 수간호사에게 세심히 살필 것을 지시했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했다.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총 14명이었지만 2017년 11월 1일부터 4년차 전공의 3명이 전문의 시험 준비로 근무에서 빠졌으며, 열악한 근무 여건 등을 이유로 같은 해 12월 12일 5명이 집단 이탈해 근무하는 전공의 수는 6명까지 줄었다.

검찰은 “조 교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서 이대목동병원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2008년부터 이 사건(신생아 사망사건)이 발생할 때까지 10년 동안 주사준비실에 한번도 들어가지 않아 주사준비실의 칸막이 등 감염시설 미설치에 대해 방치했다”며 “2010년 JCI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전공의 처방을 ‘처방할 때마다 1인 1병’으로 변경하면서 간호사들의 분주관행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7년 이상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에 대해서도 조 교수와 마찬가지로 분주관행 등을 묵인한 혐의가 있다고 했다. 특히 조 교수가 외래 진료 중이었던 2017년 12월 15일 오후, 신생아중환자실 전담전문의는 박 교수였지만 “신생아중환자실에 환아들 진료 내지 전공의 지도를 위해 한 번도 가보지 않는 등 전공의와 간호사에 대한 지도·감독을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기각된 간호사 B씨는 멸균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채 스모피리피드를 준비해 투여하고 환아 1인당 1회 1병을 처방한 전공의의 지시를 어기고 후배 간호사(피의자)에게 분주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생아중환자실 주사준비실 내 주사준비대와 씽크대 사이 감염 예방을 위한 칸막이 등이 설치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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