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사태로 점검해본 국내 신생아중환자실이 가야할 길
일본, 우리보다 신생아 출생수는 2배지만 신생아 전문의는 무려 10배

신생아 4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병원 내 감염, 이로 인해 이대목동병원의 의료진 3명이 구속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 여파로 전국의 신생아중환자실을 비롯한 소아과 전문의들 사이에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전공의는 물론 간호사까지 미래의 자신들의 모습일 수 있다며 이탈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 일고 있는 이유는 국내 신생아중환자실이 열악한 의료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해외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평가’를 도입하기 위해 시행한 연구보고서에도 국내 극소저체중출생아의 생존율은 1960년대 35.6%에서 2014년에는 84.8%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초극소저체중출생아의 생존율은 6.5%에서 69.6%로 무려 10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질이 향상됐다.

그러나 해외에 비해 신생아 의사 1명당 환자수가 많아 세부전문의의 업무가 가중되고, 근무환경의 악화로 전공의들의 수련 기피 영역이 되고 있으며, 세부분과 전문의에 대한 차등수가가 없어 병원 내 인력 확충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일례로, 2016년 일본의 신생아 출생 수는 99만명으로 우리나라 42만1,523명보다 두 배 이상 많지만, 신생아를 진료하는 의사 수는 일본이 1,221명으로 우리나라 122명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결국 신생아수 대비 의사수로 따지면, 일본은 의사 1명이 한해 진료한 신생아 수가 810.8명인데 비해 한국은 3,455명인 셈이다.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질 관리하는 해외

그러나 최근들어 국내 저출산의 문제 등으로 신생아 치료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가차원에서의 저체중출생아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수년전부터 국가별로, 단위별로 신생아 네트워크를 구축해 의료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버몬트 네트워크(Vermont network)는 신생아 분야에서 질 향상과 환자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선두주자로, 2000년에 NIC/Q 프로젝트를 통해 34개 병원이 참여해 51개의 potential better practice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스웨덴은 임신 출산 및 신생아 케어 범주 안에 태아사망, 신생아 사망률, 아프가 점수가 7이하인 신생아의 비중을 지역별로 측정해 질 지표로 확인하고 있다.

일본도 10여년 전부터 국가의 지원을 받아 신생아학회에서 신생아네트워크를 만들어 신생아 데이터를 수집하고 매년 연차보고서를 통해 신생아의 주요 질병 이환에 대한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그밖에 미국은 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AHRQ)의 연구 및 방법 도구를 사용해 미국 의료시스템의 130만개 오류를 방지하고 5만명의 생명을 구했고, 2010년부터 2013년 사이에는 120억 달러의 예산낭비를 줄였다.

캘리포니아도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관리 결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학계 및 신생아 전문의, 정책담당자가 함께 질 향상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NICU 양적 확대...병상수는 늘었지만, 부족한 의료인력

물론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NICU 지원사업이 시행돼 NICU의 만성적자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장윤실 교수가 최근 대한의학회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지난 2015년을 기준으로 NICU 병상수는 1,716개로 출생아 1,000명 당 3.9개의 NICU를 거의 충족했다.

하지만 NICU 병상이 증가한 데에 비해 의료전문가의 수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NICU 병상수가 2011년 1,229개에서 2015년 1,716개로 32.1%가 증가한데 비해 NICU에 근무하는 인력의 비율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NICU에 근무하는 인력을 조사한 결과, 같은 기간에 주간 소청과 전공의와 전문의 비율은 모두 –8.8%, 야간 전공의가 –12.5%, 야간 전문의가 –33.3%, 신생아전문의가 –2%, NICU 간호사가 –11%로 나타났다.

심평원 연구에서도 NICU 61개 병원 중 신생아전문의당 NICU 병상 수가 9개 이하인 곳은 단 11개인 18%에 그쳤다. 1명의 신생아전문의가 7개의 신생아병상을 담당하는 미국과 차이가 크다.

장윤실 교수는 “신생아전문의들의 공급은 극소저체중출생아의 사망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최근 보고에 따르면 극소저체중출생아의 생존율은 대한민국이 71.8%로 미국 85.5%보다 낮은데, 이는 인적 자원의 부족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는 “총체적으로 NICU 병상 수 증가는 정부가 주도하는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 하에 적절한 인적 자원 공급이 뒷받침 돼야 한다”면서 “NICU의 감염관리는 한사람, 과정 또는 요소의 문제가 아니다. NICU 뿐만 아니라 병원의 각 구성원이 감염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고 정부는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심평원, 올해 안에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평가 시작

다행인 점은 올해부터 국내에서도 신생아중환자실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통해 인력과 병상수 등을 비롯한 인프라 및 의료의 질을 측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간 양적 확대 및 지원에 비해 공통된 질 평가지표가 없었던 만큼 신생아중환자실에 대한 국가차원의 모니터링과 질 관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심평원은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평가의 평가지표안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추가 의견을 수렴한 상태로, 이르면 이달 중 관련 학회 및 전문가와의 자문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심평원은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의료평가조정위원회에서 최종 지표안을 확정지어 올해 안에 본 평가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그동안 신생아중환자실에 대한 질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예비평가를 통한 본 평가 지표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전문가 논의를 거쳐 본 평가 지표를 확정지을 예정이지만 그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평가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평가는 의료계와 함께 가야한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감안해)관련 학회 등에 감염관련 의견을 더 많이 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적정성평가를 통해 병원에서 신생아중환자실에 대한 시설과 인력 투자가 이뤄지고, 이번 사태에서 문제가 된 감염관리가 더 잘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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