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후보 인터뷰⑤] 기호 6번 이용민 후보 “의료계 대통합으로 강한 의협을 만들겠다”

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전이 한창이다. 의협 회장 후보들은 회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각자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자신이 적임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차기 의협 회장이 해결해야 할 의료 현안이 만만치 않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문재인 케어'다. 또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요구 등 외부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직역, 직능별로 분열된 의료계처럼 내부 문제도 산적해 있다. 본지는 의협 회장 후보들이 어떤 생각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후보별 인터뷰는 기호와 무관하게 진행된 순서대로 게재된다)

이용민 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이 회원 대통합을 통한 강한 투쟁을 기치로 40대 의협 회장에 도전한다. 이 전 소장은 ‘당당한 의협, 신뢰받는 의협, 의사들의 의협’을 만들기 위해 투옥도 불사하겠다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또 정책과 투쟁을 모두 준비한 유일한 후보를 자처하며 대한민국 의료 개혁 선봉에 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경희의대를 졸업한 이 전 소장은 의협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운영위원을 거쳐 전국의사총연합 고문, 대한의원협회 고문, 의협 정책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40대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이유와 포부를 밝힌다면.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이후 줄곧 의료계의 투쟁 현장에 있었다. 의협 내부에 들어가서 실무도 해보고, 의료계 임의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올바른 의료 정착, 의권 회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일이 틀어지는 것을 너무나 자주 목격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의사를 대표하는 의협 회장의 리더십과 판단력 부족으로 투쟁이 무산된 적도 많았다. 아무리 실무와 정책에 능한 사람들이 옆에 있어도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일을 추진해야 하는 의협 회장이 잘못된 선택을 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직접 의협 회장이 돼 제대로 해보려 한다. 회원 보호를 위해 제 자신을 희생할 각오는 물론 회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해 강한 투쟁의 동력을 만들어낼 자신이 있다. 강력한 의협을 만들어, 의사들이 당당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쟁취하겠다.

- 의료계 내에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다. 후보자가 생각하는 문재인 케어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며 이에 대한 대안은.

문재인 케어는 한 마디로 대한민국 의료 파괴 정책이다. 건강보험 재정 파탄, 건강보험료 인상, 일차의료 말살, 총액계약제로의 교두보 확보, 의료이용의 도덕적 해이 유발, 의료 질 하락 등의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정책으로 그 결말은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다. 그래서 의사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반대해야 하는 정책이다.

문재인 케어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투쟁이 필요하다. 이 투쟁에는 모든 의사들이 참여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한다. 이를 위해 회원들을 조속히 통합하고 조직화 시킬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공약에서 약속한 것처럼 회원 의식화와 투쟁을 전담하는 조직국을 신설해 문재인 케어에 대응하겠다. 또 진찰료 인상 및 처방료 부활 등을 통해 저수가를 개선시키고, 일차의료 육성 및 지원 정책으로 대한민국 의료의 근간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후 원활한 의료전달체계 확립, 선택분업 및 수가 결정제도 개혁을 통해서 의료의 효율성과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제가 회장이 되면 통합된 의협의 힘을 통해 정부가 다시는 문재인 케어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정책을 펴지 못하도록 하겠다.

-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이 큰 사회적 논란이 됐다. 이번 사건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또 향후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대책은 무엇인가.

먼저 이번 사건으로 고귀한 아기들이 생을 마감하게 돼 대한민국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안타깝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근본적 원인은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왜곡에서 비롯됐다. 적자가 계속되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민간의료기관들은 인력이나 인프라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없었고,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한의 환자를 봐야 하는 극단적인 환경에서 의료진들이 근무하게 됐다. 이러한 환경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에 누구 하나의 책임을 논하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열악한 신생아 중환자실 환경을 개선하려 노력하지 않았던 병원 경영진의 경영 방침, 지질 영양제의 분할 투여를 삭감 등의 방식을 통해 공공연히 조장해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염관리 규정을 제대로 된 홍보도 하지 않고 엉뚱한 유권해석만 내놓은 질병관리본부, 약제의 위해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을 드러낸 식품의약품안전처, 그리고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나 육성책 없이 열악한 환경을 방치해온 보건복지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외상센터나 신생아 중환자실 같은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해 정부가 나서 적자를 보전해주고 적극적으로 지원·육성해야 한다. 또 정부가 진정 국민들의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면 전문가들인 의료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나타난 언론의 마녀 사냥식 보도와 형사처벌를 전제한 듯 한 경찰의 수사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어떠한 결론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고, 경찰의 불필요한 소환조사가 이뤄져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앞으로는 우리 사회가 성숙되고 합리적인 문제해결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

- 최근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로 의료계가 시끄러웠다. 차기 집행부에서는 이를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고사되고 있는 일차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정부 주도의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은 이러한 올바른 방향과는 거리가 있었다. 일차의료기관의 행위를 제한하고, 지불제도 개편안을 슬그머니 끼워 넣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는 오히려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올바른 의료전달체계는 수직적인 구조뿐만 아니라 수평적인 환자 의뢰·회송이 가능한 상태에서 내과계와 외과계의 특성을 존중하며 일차의료를 육성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내과계는 건강관리서비스 사업과 연계 된 의사 주도의 만성질환관리제를 정착시켜 지역사회와 밀착화된 일차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외과계는 수술, 입원, 처치 등에서 자율성을 보장 받은 상태에서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특성화 시키는 방향으로 일차의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전제 조건이 마련된 뒤 본인부담금을 현실성 있게 차등화 시키고, 상급종합병원 1일 외래 진료 수 제한, 환자 회송 의무화 등의 방법을 통해 상급 의료기관에서 위중한 문제를 해결한 환자들이 일차의료기관을 찾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만 현재 문제되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해결할 수 있고, 대학병원 교수들도 진료의 부담에서 벗어나 연구와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 한의사들이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더불어 생각하고 있는 의료일원화 방안이 있다면.

한의사들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은 절대로 불가하다. 한의학은 과학적 기준으로 봤을 때 의학으로 인정할 수도 없는 학문이다. 이러한 학문적인 한계를 한의계도 인정하기에 현재 한의대 교육과정에 의학 과목들이 상당수 편성돼 있다. 한의대에 의학 과목을 편성한 것 자체가 자신들의 학문을 부정하는 행위인데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자신들이 현대의학을 배웠다는 이유로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한의사 의과의료기기 사용 주장은 대한민국 면허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서 이를 허용하면 무면허 사이비 의료의 시장 진입을 막을 논리가 없어진다. 그래서 면허의 배타성은 지켜져야 한다. 또 한의사들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라고 생각하기에 현재 구성된 의-한-정 협의체도 탈퇴할 계획이다. 그 이후에 한의사 의과의료기기 사용 주장은 논리적 근거와 강력한 투쟁 의지로 분쇄시킬 것이며, 한 발 더 나아가 한의학 행위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으로 요구할 것이다. 그 결과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모든 행위들을 퇴출시켜 국민 건강을 지키겠다.

한방과의 의료일원화는 불필요하다는 게 개인적 소신이다. 어차피 과학기술과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한의학은 사라질 것이다. 의료일원화 논의를 꺼내는 것 자체가 섞일 수 없는 학문들을 억지로 엮는 구실이 될 수도 있다.

- 과거보다 의료계 내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사안에 따라 직역·종별로 편 가르기 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데 이를 불식시키고 의료계를 하나로 통합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의료계가 사분오열 되는 이유는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왜곡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리고 그 동안 회원들을 단합시키려는 의협 집행부의 노력도 부족했다. 분열을 봉합하고 화합과 통합의 길로 나가기 위해서는 의협이 선명성 있는 아젠다를 제시하고, 회원들에게 구체적으로 실천 방안을 설명해야 한다. 직역 이기주의의 상당수 원인은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믿지 못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원 의식화와 단합을 전담하는 조직국 신설을 약속했다. 또 각 직역 내부의 분열 문제까지도 의협이 직접 개입·중재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할 생각이다. 의협이 더 많이 발로 뛰고 회원들에게 믿음을 심어줄 때 회원들은 의협을 중심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

- 의협에 대한 회원들이 관심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이는 회비 납부율이나 의협 회장 선거 투표율에서도 나타난다. 회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가.

의협에 대한 관심이 점점 낮아지는 이유는 집행부가 그 동안 제대로 된 성과를 보이지 못했고, 회원들 피부에 와 닿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쟁이나 정책을 통한 큰 성과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회원들의 피부에 와 닿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그래서 이번 대표 공약 이외에 각 직역별 맞춤 공약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회원들이 실제 의협으로부터 보호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게 하겠다. 회비 납부 방식도 간소화시키고, 회비를 낸 만큼 더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 회비를 낸 회원들이 만족을 더욱 높이겠다.

- 의협이 전체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지만 개원가 목소리만 대변한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대한의학회 소속 대의원들이 의협 대의원총회 참석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해 배정된 대의원 수를 줄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참석률이 저조한 이유와 대책은 무엇인가.

의학회 대의원들의 참석률이 저조한 이유는 대의원 선정 시 의협 회무와 의료 정책에 관심이 있는 교수들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관행적인 방식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의료 정책에 문외한이고 의협 일에 관심 없다면 교수들의 참석은 당연히 저조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학술 기구인 의학회가 대의원회 의석을 가지고 있기 보다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의석을 가지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각 지역별, 병원별 교수협의회에서 의지와 관심 있는 교수들이 대의원이 될 수 있도록 하고, 병원의사협의회에도 의석을 배정해 봉직의의 참여를 높일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의협이 개원의들만의 단체가 아니라 전체 의사들을 대변할 수 있는 진정한 의사협회의 모습을 갖출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회원을 위해 일하면서 전 의료계를 통합시켜 투쟁에 나서고, 이를 통해 강력한 의협과 당당한 의사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이 의협 회장에 당선돼야 한다. 그리고 이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후보는 저 이용민 뿐이다. 회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해주실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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