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후보 인터뷰④] 기호 5번 김숙희 후보 “강한 부드러움으로 의료계를 하나로 모으겠다”

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전이 한창이다. 의협 회장 후보들은 회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각자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자신이 적임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차기 의협 회장이 해결해야 할 의료 현안이 만만치 않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문재인 케어'다. 또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요구 등 외부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직역, 직능별로 분열된 의료계처럼 내부 문제도 산적해 있다.본지는 의협 회장 후보들이 어떤 생각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후보별 인터뷰는 기호와 무관하게 진행된 순서대로 게재된다)

서울특별시의사회 김숙희 회장이 의협 사상 첫 여성 회장에 도전한다. 김 회장은 ‘의사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한 회무’를 전면에 내세우며 어떤 경우에도 이기는 투쟁을 이끄는 회장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강한 부드러움을 무기로 분열돼 있는 의료계를 하나로 모아 전문가 단체로서 신뢰받는 의협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고려의대를 졸업한 김 회장은 산부인과 전문의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의협 정책이사, 대한의학회 홍보이사, 관악구의사회장 등을 거쳐, 현재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 회장, 의협 부회장, 서울시의사회장 등을 맡고 있다.

- 40대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이유와 포부를 밝힌다면.

지난 30여년 동안 다양한 의사단체에 관여하면서 단체의 정체성을 고민했고 정부의 불합리한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동시에 의사들의 어려움과 희생을 강조해왔다. 서울시의사회장이 돼 지난 3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의사들의 승리를 위해 노력했으며, 강하고 논리적인 언론 대응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저수가 정책, 소위 ‘문재인 케어’라는 비급여의 전면급여화 정책, 4대 의료악법 등 우리 의사들에게 요구하는 희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가중되고 있다. 우리 동료와 후배 의사들을 보며 더 이상 이러한 문제를 두고 볼 수 없다고 다짐했고, 직접 발 벗고 나서 의료계의 모순을 해결하고자 의협 회장 도전하게 됐다. 회장에 당선된다면 의료계가 직면한 문제에 도전하고 투쟁하는 동시에, 회원들의 화합을 이끌어 내 하나 된 의협을 만들겠다.

- 당선되면 의협 사상 첫 여성 회장이다. 여성 회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이에 대한 생각은.

제 자신이 여성 리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체 회원들을 위해 의사단체 생활을 했을 뿐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자격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 회장이 돼야 한다. 다만 여성으로서 소통과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여성 회장으로서 투쟁에 앞설 때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어 투쟁을 의료계에 유리하게 전개할 수 있다. 더군다나 개인적으로 투쟁을 꺼리지 않으며, 투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후보이기에 회원들에게 장점이 될 수 있다. 많은 회원들이 변화와 개혁을 원하고 있다. 그 적임자가 누구인지 생각해보면 된다.

- 의료계 내에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다. 후보자가 생각하는 문재인 케어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며 이에 대한 대안은.

사회적 합의나 재정 마련 방안을 고민하지 않고 급하게 추진하다보니 졸속 정책이 돼버린 게 가장 큰 문제다. 보험료 인상이나 국가보조금 지원 강화 등 재정 추계와 확보에 대한 명확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건강보험 재정의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다. 더불어 진료 규제와 지불제도 개편 정책 추진은 의료의 질 하락과 그로 인한 국민건강 위해, 환자 쏠림 현상 등을 불러와 의료공급 체계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으며 결국엔 전세계에서 부러워하는 우리 의료가 망가질 수 있다. 진정한 보장성 강화를 위해 공급자이자 전문가인 의료계를 중심으로 한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하며, 국민 부담 증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문재인 케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보험료율 인상, 국고보조금 지원 개선, 특정 비급여에 대한 시장의 자율성 및 국민의 선택권 존중, 급여화라고 볼 수도 없고 불필요한 의료수요를 만들어내는 예비급여 철폐, 실손보험사의 과도한 이익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기존 필수 중증 의료나 기본진찰료 등의 낮은 수가 인상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필수조건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문재인 케어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 회장에 당선된다면 상근 보험위원장을 중심으로 보험 업무역량을 강화해 지속적인 대응 작업에 나서겠다. 또 의협의 대정부 영향력과 정치역량 강화를 통해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을 견제하고 올바른 길을 제시 의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

-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이 사회적 논란이 됐다. 이번 사건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또 향후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대책은 무엇인가.

먼저 유족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신생아중환자실이 대학병원의 적자투성이 애물단지라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이는 대한민국 의료의 열악한 시스템 중 일부일 뿐이다. 유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우선적으로는 병원 내 철저한 감염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이를 지속적·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전반에 대한 즉각적인 수가 인상이 이뤄져야하며, 장기적으로는 해당 영역에 우수한 의료 인력이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근무 환경과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더 안타까운 점은 참사가 발생한 직후 사법당국의 미숙한 대응으로 병원 현장이 어지럽혀져 기본적인 역학조사조차 제대로 시행할 수 없게 됐고, 책임을 누구에게든 지우려는 꼬리 자르기식 수사로 교수와 전공의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의료진에 지우면 중증의료에 종사할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의사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다. 억울한 희생을 강요당하는 동료 의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 최근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로 의료계가 시끄러웠다. 차기 집행부에서는 이를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우선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 해결이 가장 큰 과제다. 선택진료비 폐지와 보장성 강화로 진료비 부담이 줄어들고 있으며, 3,300만명이 실손보험에 가입된 상황에서 단순히 가격 부담을 올리는 방법으로는 환자들의 상급의료기관 선택을 막을 수 없다.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데 정부와 실손 보험사 간의 논의를 의료계가 주도해야 한다. 동시에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일차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찰료, 수술료, 진료 및 검진 수가, 재료비, 초음파급여와 내시경 수가를 개선하고 내외과계 만성질환 진료를 확대하겠다. 이 과정에서 수련병원에 생기는 부담 해결을 위해선 전공의/전문의제도 개편을 통한 의료인력 공급체계 개선을 함께 논의할 방침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추가 재정투입이다. 따라서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또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을 위한 재정투입이 장기적으로 의료비 절감을 가져올 것임을 정부와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겠다.

- 한의사들이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더불어 생각하고 있는 의료일원화 방안이 있다면.

한방의 의과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대법원, 헌법재판소가 지속적으로 불가하다는 판결을 내려왔음에도, 한의계가 끊임없는 로비와 홍보로 허용 입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겉으로는 간단해 보이는 검사장비라 할지라도 우리 의사들은 수년간의 학습과 전공의 수련으로도 모자라 전임의 수련 뿐 아니라 수차례의 연수까지 받고 나서야 겨우 조심스럽게 이를 이용하고 결과를 해석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데 음양오행, 기혈을 바탕으로 하는 한의사가 X-ray·초음파·혈액검사장비를 비롯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불법 행위일 뿐 아니라 국민의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가하며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재촉할 뿐이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절대 안 된다. 지속적인 대국민 성명과 대정부 압력을 통해 한의사의 의과의료기기 허용 시도를 반드시 불식시키겠다.

의료일원화의 경우 필요하다면 한의대 폐지 후 의과대학 내에 한의학 전공과를 설치해 대체의학의 범주에서 연구하는 정도가 가능하다.

(자료제공: 김숙희 후보 선거 캠프)

- 의협에 대한 회원들이 관심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이는 회비 납부율이나 의협 회장 선거 투표율에서도 나타난다. 회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가.

의협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적인 소통이다. 일반 회원들과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기 하기 위해 전국 순회 토론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 직역 이기주의 해소를 위해 의사로서 화합할 수 있으며 각자도생이 아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의협이 의사 대표단체에 걸맞은 역할을 다하고 그만큼 성과를 낸다면, 회원들의 관심과 회비 납부율은 저절로 올라가리라 본다. 특히 회비 납부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면 납부율도 더 높아질 것이다. 이를 위해 공제조합과 연계를 구상하고 있다. 회비를 납부하면 공제조합에 자동으로 가입되는 방식이 우리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또 각 시도의사회와 연계해 법률서비스 지원을 확대해 회원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의협으로 거듭나겠다.

- 의협 개혁에 대한 요구가 많다. 후보가 생각하고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뒤집어엎고 때려 부수는 것만이 개혁이 아니다. 의협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며, 이를 통해 진정한 변화를 유도해낼 수 있어야 한다. 과거 경험으로 미뤄 볼 수 있듯이, 무조건 강하고 고집스런 목소리가 이기는 세상이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조건 큰 목소리가 아닌 ‘하나’된 목소리다. 다양한 직역에 있는 유능한 분들의 의협 참여를 유도하고 각계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겠다. 의사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의협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개혁이다.

- 의협이 전체 의사를 대표하는 단체지만 개원가 목소리만 대변한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대한의학회 소속 대의원들이 의협 대의원총회 참석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해 배정된 대의원 수를 줄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참석률이 저조한 이유와 대책은 무엇인가.

의학회 대의원은 그들의 목소리다. 의학회 대의원의 총회 참석률이 저조하다는 것 또한 하나의 의사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우리는 반성과 깨달음을 통해 개선을 이끌어 내야 한다. 단지 참석률 저조로 대의원 수를 줄이는 것은 의견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 이는 제가 추구하는 소통과 화합의 대원칙과도 어긋난다. 의학회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의협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가고 소속 대의원들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 문제를 개선해 나가겠다. 의협이 모든 의사 회원의 단체인 만큼 개원의 입장만이 우선시 되는 현 분위기를 개선해 모든 직역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

-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교수나 봉직의를 위한 정책이 있다면.

대학병원 교수들과 봉직의들의 처우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이들이 회무에 참여할 수 있는 상설 기구를 만들겠다. 대학병원 교수들이 연구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의 개편과 정부 지원을 유도하고 봉직의들의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을 위한 협의체 구성도 고려하고 있다. 어느 한 직역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는 의협을 만들어 모든 회원들이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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