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대대적 조직 개편 단행…"민간이 못하는 일, 국립암센터에서 하겠다”
국립암센터 최초 여성 수장이 된 이은숙 원장은 암질환을 두고 민간의료기관과 경쟁하기보다는 연구와 정책 개발로 이끄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가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기관에는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도 있지만 암관리사업과 국가 암관리정책을 리드하는 싱크탱크와 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원대학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국립암센터에서 키워낸 많은 의사들이 빅5병원에 가서 그곳을 휘어잡고 있다. 얼마 전 만난 서울대병원 부원장도 암 분야 기라성 같은 의사는 국립암센터 출신이라고 하더라”며 “많은 병원에 인력을 빼앗기고도 꾸준히 인력을 잘 양성해 온 것 자체가 국립암센터의 저력”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암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은 빅5병원 등이 모델을 잘 만들어서 잘하고 있다. 민간이 잘하는 건 민간에 빨리 넘겨주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 원장은 이어 국립암센터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환자 49만명의 자료가 담긴 임상연구검색포털을 구축하는 게 그 예다.
이 원장은 “치료는 머무는 게 아니라 흘러가는 것이다. 새로운 의료기술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지만 국내 병원들이 신의료기술 테스트 베드가 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구소에서 신의료기술을 개발하는 등 예방과 진료, 정책이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국립암센터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런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가 모여 있어야 하고 그걸 잘 분석해서 근거 중심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며 “암빅데이터센터를 6년 전부터 준비해 왔고 가시적인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국립암센터가 갖고 있는 여러 자원을 연구자와 환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공유하는 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앞으로도 그 길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희귀난치암은 여러 의사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민간에서 하기 어렵다. 이런 부분을 국립암센터가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원장이 취임한 후 국립암센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동안 조직개편이 별로 없었지만 이 원장 취임 후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졌다. 사무국장이 10여년 만에 바뀐 게 대표적이다.
이 원장은 지난해 11월 22일 원장직에 취임한 후 일주일 뒤인 12월 1일자로 연구소장, 부속병원장, 대외협력실장 등 주요 보직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2월 1일 간호부를 마지막으로 조직개편은 마무리됐다.
공선영 대외협력실장은 “국립암센터 설립 당시부터 함께 했던 초창기 멤버여서 조직을 잘 파악하고 있고 원장 출마를 결심할 때부터 구상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 원장이 취임한 후 단행한 인사를 통해 보직자들이 평균 연령이 낮아졌고 조직에 활기가 도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