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건강정보포럼 참석한 전문가들, 불량 의학정보 퇴치 한목소리
방송계 "의협에서 BEST&WORST 순위 발표하면 무시 못할 것"

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언론, 도서, TV 등의 매체를 통한 건강정보 전달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이중에는 의학적 근거가 없는 잘못된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시중에 유통되는 의학정보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의사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불량 의학정보 퇴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는 지난 21일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건강의학정보의 새로운 모색-불량 의학정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2018 건강정보포럼’를 개최했다.

포럼에 참석한 의료계 관계자들은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잘못된 의학정보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의대 오승원 교수는 “‘암환자, 콩 식품 먹으면 안 된다’, ‘다크초콜릿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등의 의학적 근거가 불분명한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더 이상 잘못된 건강정보가 퍼지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부적절한 건강정보로 인한 잡음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황승식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건강·의학 분야 출판시장은 전문가인 의사들이 보기에 문제가 있는 책들이 많다”면서 “암이나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다룬 책들이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책들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며 대형서점 판매순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의사들이 치료와 연구로 바쁘지만 이런 문제점에 대해선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명승권 교수 “최근 TV 건강정보 프로그램은 임상적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각종 민간요법이나 대체요법을 홍보하는 장이 되고 있다”며 “TV에서 본 내용을 따라하다가 병원을 찾는 환자도 많다”고 전했다.

명 교수는 “부정확한 정보가 국민건강에 해가 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객관적인 평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불량 의학정보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건강정보를 평가할 수 있는 도구 개발 통한 질평가와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송계도 불량 의학정보 문제에 대해 공감하며 의료계가 해결책 모색에 적극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OBS 신하연 PD는 “TV건강정보프로그램은 다양한 정보 제공을 통해 시청자의 질병 예방과 치료 기회 확대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면서 “하지만 개인의 절박함에 기댄 과장되고 교묘한 상업적 정보 제공으로 의료서비스, 건강관련 제품 오남용을 유도해 개인적 사회적으로 과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의 건강문제는 개인적 관리 차원 못지않게 사회적(미세먼지 등 환경문제)·정치적(보건·복지 정책 등) 차원에서의 관리도 중요한데 건강정보프로그램의 주된 내용은 신의료기술, 신수술기법이나 시술법, 새 건강제품에 국한된 협소한 접근을 주로 하고 있어, 건강 문제를 지엽적 개별적인 대응 차원으로 한정시키는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우려했다.

이에 방송계의 자성과 긴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의료계가 건강관련 프로그램 평가지수를 개발·공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 PD는 “의협에서 매년 건강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BEST&WORST 순위를 발표하면 이 결과표가 방송사 평판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는 의료계가 방송사에 프로그램 개선 및 의사 출연 자제 등의 요구를 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불량 의학정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이를 없애려는 노력보다는 의료계가 좋은 의학정보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출판계를 대표해 참석한 지경사 김병준 대표는 “아무리 노력해도 불량 의학정보는 막을 수 없으며 여기에 협조하는 의사가 있는 한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차라리 좋은 의학정보로 불량 의학정보를 퇴치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이강희 만성질환예방과장은 “국가도 나름 불량 의학정보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이에 전문가 단체인 의협에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줬으면 한다. 나쁜 정보보다 좋은 (의학)정보를 더 많이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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