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질향상학회, 추계학술대회서 ‘의료인의 근로시간과 의료의 질' 세션 마련
의료인 근로시간, 명확한 실태 파악도 안돼...과도한 근로, 만족도 떨어져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의 과도한 근로시간에 따른 환자안전 문제를 예방하려면 제대로 된 현황파악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기관에서 실태조사를 하고 있지만, 이는 실제보다 축소된 보고로 정부 역시 잘못된 추계로 적정 인력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는 24일 경주에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의료인의 근로시간과 의료의 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세션은 간호사와 의사에 대한 근로시간 실태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국립목포대 유선주 간호학과 교수는 병원간호사회가 최근 발표한 ‘병원간호사 인력배치 및 근로조건 현황 분석 자료’를 통해 간호사의 과도한 근로시간에 대해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주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이같은 기준과 달리 실제 간호사들은 주당 52시간 이상 근무하는 비율이 11~20%이며, 사립대병원은 11%가 6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에 따른 임금 가산 기준과 달리 이를 인정하는데 제한이 있으며 병원별 수당차이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시간외 근무시간이 8시간 이상인 병원의 비율은 2011년 대비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며, 연속적으로 야간근무를 하는 일수가 2015년 평균 4일인 데 비해 많게는 11일까지 연속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유선주 교수는 “간호사의 경우 법적 간호업무 이외에도 의사처방 확인 및 검색, 간호기록, 투약준비, 인수인계 등 간접간호에 간호사 1인당 5.5시간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장기자랑 등의 논란이 있는 것처럼 간호업무가 아닌 허드렛일을 시키는 경우도 간호업무를 지속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 이직률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간호사 부족문제를 양적확대나 타 업종의 대체로 해결하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면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이러한 실태를 주기적으로 파악하는 게 더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근무시간 긴 의사, 직업만족도도 낮아

의사의 경우 주 통상 근무시간이 길수록 직업만족도, 소득만족도가 낮아지고 건강위해행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수 연구조정실장은 '전국의사조사(KPS)'와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토대로 의사인력의 근무시간과 만족도 실태를 공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의사들의 월 근무일수는 평균 25일로 개원의가 24.94시간, 봉직의 24.99일, 교수 25.13일 순이며, 주 통상 근무시간은 평균 49시간(개원의 48.67시간, 봉직의 48.31시간, 교수 51.73시간)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의사의 근무시간은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물론 주관적 건강상태 등에 대한 만족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KPS 조사에서 직업에 대해 매우 불만족한 경우는 근무시간이 가장 길었을 때이며, 만족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근무시간이 평균 8시간이었다.

전공의의 경우 전공의 법 도입 후 전공의 근무시간은 기존 대비 다소 감소했으나 여전히 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기획위원장은 “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발표한 의료수급불균형 관련 통계를 보면 보건의료인력의 추계자료의 근무일수가 현실과 다르고 의료인력 1인당 환자수도 과거 2012년 기준으로 삼아 통계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수술처치 등에 대한 낮은 원가에 인력 보상이 부족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인해 인력구조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간호인력수급은 간호등급제 시행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로 인해 대형병원 간호사 쏠림 등 의료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밖에도 보건의료 특성상 교대근무 문제, 환자당 업무부담 증가,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 효율성 악화 등 장시간 근로가 환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이 위원장은 “적정 근무일수 산정을 제대로 반영해 부족인력을 추계해야 한다”면서 “근로시간을 단축시켜 노동강도를 낮추고 삶의 질도 높이려면 적정 인력공급이 필수이며, 또한 임금인상률을 반영한 수가조정기전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간호사회 변은경 이사(이대목동병원 간호부원장)도 “발표된 자료보다 현상은 더 심하다. 간호업무는 인수인계 때문에 근무시간 전후 업무로 인해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면서 “10분 내에 식사를 하고 한달에 10번은 식사도 못하고 일하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으로 인해 근무시간은 더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변은경 이사는 “간호업무의 표준화와 인수인계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의 전환화가 필요하다”면서 "야간전담제 확대, 선택근무제 등 간호사 근무형태를 다양화 하는 부분을 정부차원에서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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