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별 보건의료 질 수준’ 결과 발표…일차의료 강화 통해 만성질환 관리 개선 필요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질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됐지만 만성질환 관리에는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의사의 충분한 진료시간과 치료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 등을 강조하는 환자경험이 우리나라의 경우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13일 ‘보건의료의 질(Health Care Quality Indicators)’ 프로젝트를 통해 회원국의 보건의료 성과(2015년 기준)를 발표했다.

OECD는 ‘보건의료의 질’ 프로젝트를 통해 회원국으로부터 핵심 지표를 수집·분석하고 있으며, 한국은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의 연구 협력을 통해 진료비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관련 통계를 산출해 그 결과를 OECD에 제출하고 있다.

OECD의 이번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급성기 진료 및 외래 약제처방 수준이 지속적으로 향상됐고 ▲특히 뇌졸중과 대장암(colorectal) 진료 성과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나타난 반면 ▲일차의료 영역의 만성질환 관리 성과는 다소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급성기 진료(acute care) 영역의 질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급성심근경색증과 뇌졸중의 30일 치명률(입원 시점을 기준으로 30일 내 사망한 입원건의 비율)을 비교한 결과, 2015년 45세 이상 허혈성 뇌졸중 입원 환자의 30일 치명률은 3.9%로 OECD 회원국 중 우수한 수준이었다.(OECD 평균:8.2%)

2009년 비교에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보였던 급성심근경색증도 30일 치명률이 지속적으로 감소(2008년 11.3%, 2009년 10.5%, 2011년 8.75, 2013년 8.6%)해 2015년은 8.1%로 줄었으며, 현재 OECD 평균(7.5%)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순 생존율(암이 유일한 사망 원인인 경우 암 환자가 진단 후 5년 동안 생존할 누적 확률)로 본 한국의 암 진료수준은 대장암과 유방암이 각각 71.6%, 86.3%로 OECD 평균(63.0%, 85.0%)보다 높았으며, 특히 직장암의 순생존율은 71.0%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다.

우리나라 의료의 질적 수준 파악을 위해 ‘환자의 외래 진료 경험’을 조사한 결과 ‘진료·치료 결정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81.8%, ‘의사의 진료시간이 충분했다’고 느끼는 비율은 77.9%로 나타났다.

아울러 ‘의사의 설명을 쉽게 이해’한 비율은 87.1%, ‘궁금한 사항이나 걱정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은 환자’는 81.7%로 조사됐다.

외래 약제 처방을 통한 의료의 질은 ▲항생제 사용량 ▲당뇨병 환자 약제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로 파악한다.

항생제의 경우 2015년 한국의 외래 항생제 사용량은 24.3DDD(Defined Daily Dose:의약품의 주된 성분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 하루 동안 복용해야 하는 평균 용량)/1,000명/일(하루에 인구 1,000명당 24.3DDD를 처방받았다는 의미)로, 증가 추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광범위 항생제에 해당하는 퀴놀론과 세팔로스포린 항생제는 8.6DDD/1,000명/일을 사용해 전체 항생제의 35.4%를 차지했으며, 이는 OECD 평균(3.5 DDD/1,000명/일) 보다 높은 수준이다.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한 진료지침은 지질저하제 처방을 권고하고 있는데, 2015년 한국의 처방률은 61.3%로 지속 증가 추세(2011년 44.5%, 2012년 47.8%, 2013년 51.3%, 2014년 57%, 2015년 61.3%)를 보이고 있다.

또한 고혈압 동반 환자의 당뇨병성 신증 위험과 다량 알부민뇨증의 진행을 늦추기 위한 1차 선택 항고혈압제의 처방률도 2015년 79.9%로 늘어나, 당뇨병 환자의 약제처방 수준이 계속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인구 중 최면진정제 종류인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을 장기간 처방받은 환자는 인구 1,000명당 10.0명으로 OECD 평균(24.8명)보다 14.8명 낮았다.

반면 벤조다이아제핀계 중 장기작용(long-acting)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는 인구 1,000명당 192.0명으로 OECD 회원국의 평균(63.7명)보다 높았다.

이는 한 해 동안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을 매일 복용하도록 처방받은 65세 이상 환자 비율은 낮지만, 장기작용(long-acting) 벤조다이아제핀계 약물을 한번이라도 처방받은 비율은 높음을 의미하므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일차의료 영역에서 관리를 잘하면 입원이 예방되는 만성질환 중 ▲천식 ▲만성폐색성폐질환 ▲당뇨병의 입원율은 각각 인구 10만명당 94.5명, 214.2명, 281.0명으로, 모두 OECD 평균(천식:46.7명, 만성폐색성폐질환:189.8명, 당뇨병:137.2명)보다 높았다.

이같은 질환들로 인한 입원율이 높다는 것은 일차의료 단계의 관리 소홀로 질병이 악화됐거나 입원병상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됐음을 의미하므로,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패혈증과 관련해서 환자안전과 관련한 ‘복부수술 후 패혈증 발생률’은 퇴원 10만건 당 380.6건으로 OECD 회원국 중에서 발생률이 가장 낮았다.

정신건강과 관련해서는 조현병 환자의 남성과 여성의 초과사망비(일반 인구집단의 사망률 대비 정신질환자 사망비율)는 각각 4.1, 5.4로 OECD 평균(3.6, 4.7) 대비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보건의료 부문 서비스 및 재화에 소비된 국민 전체의 1년간 지출 총액을 의미하는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경상의료비는 2,729US$PPP(Purchasing Power Parity, 회원국의 물가수준을 반영한 환율)로 OECD 평균(4,003 US$PPP)보다 낮았다.

또한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 규모(7.7%)도 OECD 회원국 평균(9.0%)보다 적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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