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창간25주년 그랜드포럼 참석한 전문가들 “패러다임 전환 필요”

현재의 의료체계를 새 판을 짜는 수준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저성장경제를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현재의 의료체계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청년의사가 ‘한국의료체계, 새 판을 짜자’라는 주제로 13일 개최한 창간 25주년 기념 그랜드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이날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그랜드포럼은 오는 17일 광주(조선의대), 18일 대구(파티마병원), 19일 대전(건양대병원)에서 이어진다.

건강복지정책연구원 이규식 원장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의료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시작해 병원 중심을 지역사회 중심으로 바꾸는 등 보건의료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 “고령화·만성질환·저성장을 견딜 새판을 짜야 한다”).

지정토론자로 참여한 전문가들은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는 이 원장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일부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며 다양한 제안을 내놓았다.

창간 25주년을 맞은 청년의사는 13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의료체계, 새 판을 짜자'라는 주제로 그랜드포럼을 개최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기존 관행대로 의료체계가 운영될 뿐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들이 확대 재생산될 것”이라며 “현재는 병원에서 모든 걸 완결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낮은 상황에서 이같은 병원문화는 한계가 있다. 지금과 같은 건강 수준을 유진하려면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고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지적해 왔고 정부가 부분적으로 개편 방안을 정책으로 발표했지만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의료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는 “OECD Health Data를 보면 우리나라는 기대수명과 영아사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주관적인 건강인식 평균 점수는 30점대로 OECD 평균인 70점대의 절반에 불과하고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며 “계획을 갖고 보건의료계획을 잘 수립해서 운영했기 때문에 기대수명과 영아사망률이 낮은 게 아니라 국민들이 우리나라 의료의 혼란스러움에 현명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조희숙 교수는 의료개혁을 위해서는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의료의 새판을 짜는 데 있어 지역사회 일차의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일차의료에 대해 연구자나 개원의, 일반인은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며 “동상이몽을 합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정부는 선언적으로 일차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고, 개원가는 그 방안을 수가 위주로 생각한다. 하지만 환자들은 일차의료가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본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 인신 전환, 홍보 등이 없다면 일차의료 중심으로 새판을 짠다는 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조 교수는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나서서 지역사회 기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는 정부가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만 집중하기 보다 의료체계 개편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현재 문재인 케어에 모든 이슈가 집중되고 있는데 잘못됐다. 이 상황에서 건강보험 보장률을 60%대에서 70%대로 올리는 게 크게 판을 벌릴 만큼 중대한 사안이었나 생각해봐야 한다”며 “65세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7년 후를 목표로 건강보험 등을 재편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지금은 리모델링 방식으로 가고 있는데 재건축으로 가야 한다”고도 했다.

반면 서울대 의과대학 김윤 교수는 국민들이 원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의료전달체계, 의료지불체계 등을 개편하는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은 의료전달체계나 일차의료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원한다”며 “보장성 강화를 정책적 동력으로 이용해서 의료전달체계, 지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는 고령화 사회를 감당하기 어려운 체계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고 문재인 케어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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