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혈류감염 그리고 환자 안전 좌담회②…"수가 확보 없이는 질적 향상 한계"

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KONIS)에 따르면, 혈류감염은 2013년 이후 의료 관련 감염 중 가장 높은(43%)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의료 관련 감염, 그 중에서도 중환자실은 특히 요주의 대상이다. 중환자실 내 감염 시 환자의 입원기간이 늘어남은 물론, 사망률까지 높아질 수 있다. 자연히 인적, 경제적 손실을 동반하고, 항생제 내성균 확산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중환자실 감염률을 낮출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대한중환자의학회 홍상범 총무이사(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장철호(강남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학술위원, 병원중환자간호사회 이순행 회장(서울아산병원 PI팀장),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김은진 홍보이사(서울대병원 감염관리센터 감염관리팀장)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중환자실 감염, 그 중에서도 혈류 감염 예방 및 관리에 대해 좌담회를 개최했다. 두번째 시간으로 이들 각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박재영 편집주간(이하 박) : 국내 중환자실, 특히 혈류감염 관리에서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

대한중환자의학회 홍상범 총무이사(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홍상범 교수(이하 홍) : 혈류감염을 비롯한 중환자실의 감염 관리는 모두 의사, 간호사가 해야 하는 일이다. 의사, 간호사 숫자 확보, 즉 수가 인상 없이는 중환자실 감염 관리의 질적 향상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장철호 교수(이하 장) : 맞다. 감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각 병원들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공고해지기 위해선 필요한 감염관리 인력이 확보되고, 감염을 보다 잘 관리할 수 있는 장비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 서울아산병원은 중환자실 감염을 낮추기 위해 ‘중심정맥관(Central Venous Line, 이하 C-line) 드레싱 전담팀'도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전담팀을 운영한 것인가.

이순행 PI팀장(이하 이) : 그렇다. C-line 감염을 줄일 수 있고, 인턴 인력 등의 감소로 인해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이에 병동과 중환자실에 ‘C-line 드레싱 전담팀'을 만들게 된 것이다. 전담팀은 C-line 관련 전공의와 이를 도와주는 인력까지 계산해 인원을 구성 투입했다. 솔직히 시행 전엔 우리도 반신반의했지만, 결과적으로 감염률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또한 전담팀이 하니 드레싱 횟수도 줄어들었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는 환자의 배싱(bathing)만 전담하는 인력도 운영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감염관리센터 김은진 감염관리팀장(이하 김) : 서울대병원도 일부 중환자실에 드레싱 전담 인력 도입을 준비 중이다. 중심정맥관 관련 혈류감염을 감소하기 위한 전략으로 클로르헥시딘(Chlorhexidine) 배싱도 고려할 수 있는 지침으로 권고되고 있다. 감염관리에 있어서 환자의 개인 위생은 기본이며, 소독제가 포함된 목욕을 통해 환자 몸에 있는 상재균도 어느 정도 제거가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환자 목욕용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데, 국내에도 도입이 된다면 중환자실의 간호 인력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감염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한마취통증의학과 장철호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과거에는 전공의 C-line 교육은 마네킹에게 시뮬레이션 하는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충분한 실습교육을 하게 한다. 교육의 효과는 상당하다. 지속적으로 교육과 모니터링을 통한 평가를 진행한다. 감염관리실이 활성화되고 원칙, 규칙을 만들고 지키도록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알게 됐다.

: (아산)병원에선 자가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감염 관리를 위한 필요사항을 체크하게끔 한다.

: (세브란스병원은) 본인이 체크하지는 않는다.

: (서울대병원 또한) 마찬가지다. 제3자가 한다.

: 우리 또한 자가체크리스트와는 별개로 관찰자가 체크해 비교하기도 한다. 스스로 체크했을 때는 95점 이상이었지만, 같은 상황을 관찰자가 체크했을 때는 70~80점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 스스로 감염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객관적인 제3자의 피드백이 필요하다. 우리는 교수도 (감염 관리) 모니터링을 한다. 예외 없다. 나 또한 모니터링 대상이 되고 평가를 받는데, 처음에는 썩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평가를 받은 후엔 분명히 개선되는 것을 느꼈다.

서울아산병원 이순행 PI팀장

: 의료진의 의지가 중요하다. 분명히 C-line 드레싱이 본인의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턴을 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팀의 리더인 과장이 손씻기 등을 솔선수범 하면, 아래 팀원들의 행동도 이전과 분명히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 감염을 예방,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이채롭다. ‘Chlorhexidine sponge/gel dressing’을 사용할 경우 감염률을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흥미롭다.

: 정부는 감염 관리를 위해, 특히 예방 가능한 경우들에 대해 좀더 적극적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

: BSI의 경우 사망률이 높다. 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문제는 비용이 아닌가 싶다.

: ‘Chlorhexidine gel dressing’ 등이 기존 제제 등에 비해 고가이긴 하나, 감염 추가 발생시 그에 따른 약값, 투여 전문인력 등을 고려하면 신약이나 고가의 의료기기와 비교하면 비싸다고만 볼 수는 없다.

서울대병원 감염관리센터 김은진 감염관리팀장

: CHG 드레싱의 경우 (서울대)병원도 지난해부터 일부 중환자실에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또 인증평가나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등에서 감염발생률을 지표로 포함시켜 각 의료기관에서는 이를 감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비용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비용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정책 입안이 필요하다.

: 정리하면, 혈류감염을 비롯한 중환자실 감염을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적정한 수의 충분히 교육을 받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와 함께 보다 안전성이 강화된 새로운 감염관리 제품들을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같다. 또한 이를 위해 수가 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이외에 감염 관리를 위한 제언을 각각 부탁한다.

: 감염 발생률을 지표로 병원 간 (감염관리 정도를) 평가하겠다는 건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다. 병원마다 (내원 환자의) 중등도가 다르고, 감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각 (감염관리) 지표들을 잘 준수해서 질적인 향상을 이룰 수 있도록,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 같은 생각이다. 그나마 대학병원급에선 감염 관리에 투자를 하지만, 수익에 예민한 중소병원들은 그러한 투자가 쉽지 않다. 감염은 병원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감염에 대한 인식개선과 함께 감염예방을 적극적으로하는 것이 병원 수익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게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만 감염 관리를 하면 모든 감염이 다 관리되는 것처럼 하는 분위기가 있다. 감염 관리는 근본적으로 환자 안전을 위한 행위다. 비단 큰 병원 몇몇의 행동으로 전체 상황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감염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 발표 말미에서 언급한 세가지 조건이 다 중요하다. 즉 ▲교육, 멸균 가운 등 감염 예방 물품 수가 신설 등 강화로 수준을 올리고 ▲Chlorhexidine dressing(tegaderm), coating catheter, Chlorhexidine bath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 개선이 필요하며 ▲모든 일을 의사, 간호사가 해야 되는 일이므로 중환자실 의사, 간호사 숫자 확보가 필요하다. 즉 수가 인상 없이는 질적 향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