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선도기술개발 사업 10년 간 '기술수출 0건'…올해 163억 투자

한의약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야심차게 출발했던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이 기술수출 '0'건으로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은 '한방치료기술연구개발사업'에서 2009년부터 명칭이 변경돼 추진되고 있는 정부 사업으로, ▲한약제제 개발 ▲한의약근거창출임상연구 지원 ▲한의씨앗연구 지원 ▲한의국제협력연구 지원 ▲질환중심맞춤한의학중개연구 등이 포함돼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신약을 비롯해 사업 지원대상이었던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기능성화장품 등 모든 제품 분야에서 조사대상 기간 동안 한 건의 기술수출 성과도 올리지 못했다.

보건의료 분야 사업 제품개발 및 수출실적(복지부 자료 재구성)

‘전통’ 살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운다더니

2008~2016년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으로 인한 제품개발은 총 20건으로, 천연물신약 후보물질 등을 포함한 신약부문 10건·의료기기 부문 16건·기능성화장품 1건·기타제품 3건이다.

등록된 특허는 86건으로 국내특허 81건, 해외특허 5건이 있었다. 하지만 주요 사업목표 중 하나가 글로벌 진출 확대임에도 불구, 정작 수출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신성장 동력으로서의 경쟁력에 물음표가 달렸다.

한의약 R&D 사업은 오랜 전통을 지닌 한의약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지난 1997년 복지부 '한의학발전연구사업'으로 시작됐다. 같은 해 '한방치료기술연구개발사업'으로 전환된 후, 2009년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한방치료기술연구개발사업 특허건수

복지부는 당시 한의약선도기술개발 사업이 그간 정부의 한의약 R&D 연구개발지원을 토대로 ‘제품화·세계화·근거중심 한의학 구축' 등에 있어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복지부는 2008년 '한방치료기술연구개발사업 중장기발전계획'을 공개하면서 "1997년부터 추진된 한방치료기술연구개발사업을 재기획함으로써 지난 10년간 확보된 연구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한방치료기술·한약제제 개발 등 실효성 확보 방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수출실적은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한방치료기술연구개발사업) 평가에 중요한 지표 중 하나라는 뜻이다.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에 포함된 '한약제제개발(진단·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신약개발을 통한 상품화)'과 '한의국제협력연구지원(한의약 제품의 세계시장 진출 기반조성)', '한의국제협력연구 지원(세계시장 진출 기반 조성)'에서도 제품화 및 수출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따라서 이번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의 초라한 수출 실적은 2008년 이전까지 약 10년간 이뤄진 지원사업에 대한 성과 측면이나, 2008년 수립한 '한방치료기술연구개발사업 중장기발전계획(2008~2017년)'에 대한 중간 평가 차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은 어떻게 시작됐나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은 한의약 R&D 중장기 육성 계획을 모태로 범부처 심의 하에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로 실용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야심차게 시작됐다.

당시 보건복지가족부가 주관이 돼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모여 시행계획을 마련했다. 범부처의 참여는 국가상위계획에서 규정한 부처별 중장기 계획에 부합하는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도였다.

제3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2016~2020) 관계부처

한의약 R&D 지원에 대한 법적근거는 보건의료기술진흥법(정부는 기본계획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한다, 제5조)', 과학기술기본법(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기본계획에 따라 맡은 분야의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등, 제11조)'과 함께 '한의약육성법'이 추진에 대한 가장 중요한 법적 근거가 됐다.

한의약육성법 제10조에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한방의료와 한약을 이용한 보건의료산업기술의 연구·개발을 장려하고 한의약기술 및 한의약 관련 제품의 보건의료산업화와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시책을 마련할 것 ▲한의약 연구 및 기술개발을 효율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학계, 연구기관 및 산업계 간의 공동 연구 및 협동 연구를 촉진할 것 ▲한방의료 및 한의약 관련 제품에 관한 임상시험 및 검정체제를 확립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법적근거를 제시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전통의약 관련 시장규모가 늘어나고 있어 한의약의 산업화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한의약 R&D 사업 지원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의약 R&D 사업 목적은 '한의약의 과학화·표준화·제품화를 통해 한의약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국민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한의약 R&D 사업에서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한의약 R&D 중장기 발전계획(2008~2017)' 수립 당시 정부는 5,396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중 절반가량인 2,656억원이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에 할당됐다.

한의계에선 한의약 관련 정부지원이 계획에 비해 낮은 금액이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정부는 7,315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계획했지만, 실제로는 3,968억원이 투자됐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2차 한의약육성발전계획(2011~2015)'을 발표하면서 한의약 R&D에 대한 재정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매년도 예산편성에 우선 반영해 계획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실제 정부의 투자금액도 점차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이 기술수출 성과를 내지 못한 2008~2011년 기간 동안 '국립암센터연구소지원사업'은 22건(신약(후보물질 등) 부문 13건, 의료기기 부문 9건 등), 보건의료기술개발사업은 36건(신약(후보물질 등) 부문 32건, 의료기기 1건 등)의 기술수출 실적을 냈다.

한편 한의약육성법에 의해 5년마다 수립되는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 제3차(2016~2020년) 계획에선 '선진 인프라 구축 및 국제 경쟁력 강화'가 4대 목표로 제시돼 있다.

복지부도 올해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에 27억4,500만원의 신규지원을 포함해 총 163억600만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의약이 이번 3차 사업을 통해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만한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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