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등급제로 촉발된 간호사 수급 불균형,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기름 부어
병협, 정책토론회 개최…병원계·학계, 정부 차원 대책 마련 촉구

"현장에서는 간호사 부족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간호사 부족으로 인한)문제가 없다고 한다. 급여가 적어서 근무여건이 나빠서라며 원인을 다른 데서 찾는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인력부족을 왜 간호사들만 공감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된다."

지난 12일 대한병원협회 '간호인력 수급 현황과 과제'라는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중소병원장의 하소연이다.

동군산병원 이성규 이사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지난 99년 간호관리료 차등제가 도입된 이후 촉발된 간호사 수요증가가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조기에 도입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때문에 기름 붓는 격이 됐다"면서 "요즘은 간호사 면접을 볼 때 간호사가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정작면접관인 병원장들이 눈치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성규 이사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체 병원에 도입할 경우 약6만5,000명의 추가 간호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면서 "인구고령화, 핵가족화 등 미래사회 변화로 인한 간호인력의 정책적 사회요구도를 반영한 중장기적인 간호인력 수급추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확하게 인력수급 현황을 파악한 후 실질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특히 문제해결 방안으로 간호대학 증설 및 입학정원 확대 등을 통한 간호인력 증원, 간호인력 양성의 다각화, 공중보건간호사제 도입 등을 제시했으며, 간호등급제의 개선을 촉구했다.

현재 7등급으로 나뉘어 있는 간호등급제의 경우 6등급으로 단순화하고, 허가병상 기준을 운영병상 기준으로 변경하는 한편, 지방중소병원에 한해 간호사 인력 수급이 안정화될 때까지 간호조무사를 간호등급 산정인력에 포함하는 등 등급 산정인력을 한시적으로 확대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오영호 연구위원도 '2030년 간호사 인력의 수급전망과 개선방향'이라는 발표를 통해 "간호사의 생산성 기준으로 간호인력을 추계할 경우 2030년 5만8,376명~6만9,609명의 공급과잉이 전망되지만 법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15만8,554명~17만9,448명의 공급부족이 예상된다"면서 "인구노령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 확대 등을 고려하면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입학정원 증원 뿐아니라 비활동 간호사 활용과 간호사의 이직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인 방안이 함께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간호사 인력난이 정책 시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추진단 고영 단장은 간호간병서비스 때문에 간호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데 동감하며, 정부 차원의 간호인력 수급 대책 필요성을 주장했다.

고영 단장은 "간호간병서비스 확대가 간호사 인력수급 불균형 문제를 심화시켰다는 주장에 동감한다"면서 "간호간병서비스 시행 의료기관이 더 이상 늘지 않는 것도 간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단 입장에서는 수가 및 사업 모델은 주관할 수 있지만 인력수급 문제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고영 단장은 또 "정부 차원에서 유휴간호사 취업교육센터는 물론 야간전담간호사 수가 가산 정책 등을 추진했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면서 "각종 정책 및 제도 변화에 대응한 간호사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간호대학 입학정원 확대 등 면허간호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토론회 좌장을 맡은 대한중소병원협회 이송 회장은 "병원을 경영하는데 있어 인력수급, 그중에서도 간호사 문제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토로하면서도 "상급종합병원은 신규 간호사들의 부적응 때문에 이직률이 높고. 중소병원은 간호사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정부가 출범한 만큼 모든 국민이 간호서비스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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