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40개 병원 대상 설문조사...신규 간호사로 채워져 노동 강도 상당
턱 없이 부족한 간호인력에 교육매뉴얼도 없어…현장점검 유명무실 지적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가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본 취지와 달리 경증환자 중심, 간호경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과중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의 절반은 20대로, 간호사 5명 중 1명은 현장 경력이 1년도 되지 않았고, 업무 매뉴얼조차 없어서 강도 높은 업무에 벅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1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병원 40개소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달 10일부터 한달 간 보건의료노조지부가 조직돼 있는 병원 중 40개소(상급종합병원 14개소, 종합병원 21개소, 병원 5개소)에 근무하는 간호사 878명 등 총 1,18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공공병원 1개소와 민간 및 재활병원 1개소를 대상으로는 현장 면접조사가 진행됐다.

그 결과, 간호·간병 병동에는 20~30대의 간호사와 40~50대의 간호조무사가 주로 근무하고 있었다.

간호·간병서비스를 주도하는 간호사의 경우 전체 878명 중에서 56.2%인 493명이 20대였다. 30대는 30%인 263명이었지만 40~50대는 각각 11.8%(104명)와 2.1%(18명)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간호조무사는 전체 236명 중에서 40대가 108명(45.8%)으로 가장 많고, 50대도 86명(36.4%)이나 됐다.

때문에 간호사의 경우에는 5년 이상 병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 42.3%인 371명에 불과했고, 2~5년 경력이 23.1%(203명), 1년 이상 2년 미만도 14.8%(130명)이었으며, 1년 미만인 간호사도 19.8%(174명)에 달해 실제 업무량과 노동강도가 높다는 게 노조측의 판단이다.

경증환자 입원에 심부름 업무…고충 만만치 않아

이처럼 간호·간병서비스병동 시행 이후 의료기관에서는 1년 미만의 신규 간호사의 채용이 집중됐는데, 실태조사에서도 상급종병의 24.1%, 종병 23.9%, 병원 6.4%가 1년 미만 간호사를 고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중증환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호업무가 적은 경증환자들을 입원시키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데 있다.

현재 간호·간병병동에 입원할 때 환자중증도 등에 대한 별도 기준은 없다. 이에 최근 3개월 간 입원 환자군을 보면, 병원급은 경증환자가 주로 이용했고 일부 상급종병에서도 3군 이상 중증도 높은 환자보다 경증환자가 다수 이용하고 있었다.

보건의료노조 윤은정 정책국장은 “병동을 이용하는 경증환자들은 중증환자에 비해 간호·간병 서비스 필요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일반병동에 비해 환자 본인부담금이 높고, 서비스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간호인력의 불필요한 업무수행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인력의 불만도 적지 않다.

상급종병(불만족 24.7%)은 상대적으로 팀 간호체계가 잘 마련돼 있어 업무 구분과 협조가 용이한데 비해, 종합병원(38.8%)과 병원(38.5%)의 경우는 상급종병에 비해 간호사 및 보조인력의 업무 불만족이 더 높았다.

특히 종병은 만성질환의 노인환자가 많아 기본간호 업무가 증가했다는 게 가장 큰 불만이었다.

그 외에도 간호인력들은 ▲증증도가 높은 환자 입원 ▲정신과 및 노인환자 등 별도 관리해야 하는 환자 입원 ▲개인 심부름 ▲여러과의 입원 환자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고충을 겪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간호인력의 업무 매뉴얼이나 교육이 부족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보건의료노조는 "근무자들의 29%만 교육 및 진료부서 협조에 만족할 뿐, 21.6%는 불만족했다"며 "제도를 시행한 지 1년이 안된 병원일수록 업무 매뉴얼과 표준화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장점검 진짜 했나, 운영지침 준수하는 병원 찾기가 힘들어

특히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추진으로 인해 일선현장에서는 반쪽짜리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업에 참여하는 병원들 중에서 병동운영지침을 준수하는 경우도 거의 없어 관리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주의료원 이규혁 간호사는 “우리 병원은 일반병동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을 전혀 식별할 수도 없다. 그 흔한 배너도, 안내문도 없으며 관리와 운영도 잘 안되고 있다”면서 “지역 특성상 노인환자가 많아서 이 서비스로 인해 모든 일을 다해주는 것이라고 여기는 환자와 보호자가 대다수다”라고 지적했다.

이 간호사는 “전문 간호와 간병업무 외 빨래, 잔심부름, 심심해서 간호사를 부르기까지 한다. 과연 우리 병원만의 문제일까”라며 “간호사들이 자존감이 떨어지고 이직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다. 서비스라는 말에 갇혀 일반적인 간호행위는 불친절이라는 오명을 쓰고 모든걸 다해주는 병동으로 인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제도 시행병원들에 대한 정부의 현장점검에도 의문을 제기하며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을 주문했다.

그는 “복지부는 진정으로 현장점검을 했냐”면서 “2015년 11월부터 19개월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을 운영하고 있지만 운영지침을 준수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사측은 정부정책에 따라 시급히 움직이지 체계적인 관리를 못하고 있다. 다른 병원들도 운영위원회를 사실상 운영하는데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측은 인건비 때문에 아직도 병동도우미를 채용해주지 않고 있다”면서 “일부 병원은 가산수가 때문에 강제로 야간전담제를 시행한다고도 한다. 고용안정과 정당한 수당 지급이 필요하며 복지부는 제대로 된 점검으로 현장 지도감독을 강화해 달라”고 강조했다.

개선할 게 너무 많다...병원단위 전환 등 로드맵 필요

이에 노조와 전문가들은 병동단위가 아닌 병원단위로의 사업 전환과 표준화된 교육과 간호조무사 정규직 채용, 제도 홍보 등 개선을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 윤은정 국장은 “이직으로 인한 신규간호사의 OT 기간이나 병가를 추가인력으로 산출해야 하고 수간호사를 인력배치에 제외해서 실질적인 근무인력을 확보해 줘야한다”면서 “환자 및 보호자의 교육을 통해서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윤 국장은 “병원단위로 서비스를 시행하는 방안을 포함해서 2020년까지 전면 시행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야한다”면서 “노사정 전문가가 참여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운영위원회를 구성해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간호수가를 인상해도 간호사 고용확대나 근무여건 개선은 불확실하다. 장기요양보험의 방문요양수가처럼 처우개선비를 직접 지급해야한다”면서 “간호사 임금 고시제를 하면 노동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며, 최저 고용수준을 정해서 강제화하게 되면 임금과 고용량이 동시에 증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시 동부병원 김현정 원장은 "좋은 제도를 시행하려면 진통은 있겠지만, 이로인한 고통을 어느 한쪽만 떠맡아서는 안된다"면서 "정부가 무슨생각으로 이렇게 당차게 제도를 추진했느냐. 저질러 놓으면 현장은 피눈물을 흘리고 이를 보고난 뒤 조금씩 개선하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김 원장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탁상공론식으로 진행됐다"면서 "간호는 간호이고, 간병은 간병인데 정작 간병인 문제는 배제됐다. 세분화된 직군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고민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정경실 과장도 제도의 한계점을 인정,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정경실 과장은 "이 제도는 미스 매칭이 크다. 환자와 간호사의 수요-공급의 차이로, 양적, 질적, 보호자의 기대 수준과 실제 제공돼야하는 서비스간의 차이가 있다”면서 “정부도 이 간호간병의 질 제고를 하면서 고령화로 인한 간병문제 해결을 위해 양도 확충해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실제 조사를 해보니 간호간병병동의 입원환자 중 1/3은 사적간병을 하고 있었고, 간병이 필요없는 사람도 1/3이었다”면서도 “이 서비스는 더 많은 국민에게 지원하도록 확대해야 하고 인력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간호인력 배치에 대해서는 “제도가 급성기 병상을 중심으로 모델을 만들고 전문간호서비스가 필요한 환자를 케어하는 모델로 돼 있는데, 그 한계가 다시 또 인력부족으로 연결된다”면서 “인력배치를 다변화하고 실제 환자가 요구하는 것과 병원별, 지역별 간호수요 차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모델 다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우수사례를 알리고 홍보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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