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개발한 세계 최초 바이오시밀러(램시마)가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내달 출시된다. TNF-알파억제제인 램시마는 미국에서만 5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오리지널(레미케이드) 제품 등 총 20조원대 시장에서 오리지널 제품과 효과는 비슷하지만 가격은 저렴한 점을 앞세워 분전이 기대된다. 한국산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등장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가 높다.

그렇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램시마가 계속 나올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불투명하다.

물론 정부의 바이오의약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는 분명하다. 지난달 정부는 바이오헬스 7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한 ‘보건산업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제약 등에서 시장 선도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각종 개발을 지원하고, 3상 임상시험 등에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글로벌 신약 17개(현재 3개), 국산 바이오시밀러 10개(현 5개)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바이오의약산업에 대한 정부의 청사진이 실현되기 위해선 보다 장기적이고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분야 R&D에서 바이오가 차지하는 비중은 6.8%다. 반면 미국은 22%, EU는 25%, 영국은 18%다. 바이오 분야 R&D 비중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한 분야가 바이오의약산업이다. 셀트리온이 램시마를 개발해 미국에 출시하기까지 십수년이 걸렸다. 핸드폰이나 반도체처럼 매년 새로운 제품을 기대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4년 내에 5개의 바이오시밀러를 더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바이오의약산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현재는 미래창조과학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들이 제각각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산업으로 육성을 원한다면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다.

대학, 병원 등의 민간 연구자들이 더 자유로이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정부가 주제를 정해서 지원하는 탑다운(top down) 방식으로는 발상의 전환을 기대하기 힘들다. 보톰업(bottoms-up) 방식을 통해 다양한 바이오의약 분야의 연구들이 정부과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행정프로세스가 개선돼야 한다.

미국이 바이오제약 강자가 되기까지 NIH(국립보건원)의 막대한 투자가 한 몫을 했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 없이 제2의 램시마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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