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료 컨퍼런스서 서울시 계획에 전문가들 기대반·우려반

서울을 바이오산업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전문가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아시아 주요 도시와 접근성이 좋고 연구개발 인프라가 집적된 서울을 바이오산업 허브로 만들고자 서울 동북부에 위치한 홍릉에 바이오의료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와 한국바이오협회 주최로 지난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6 서울바이오 의료 컨퍼런스’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발표를 통해 바이오클러스터 구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국내 상황에 맞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대병원 방영주 교수(임상시험센터장)는 “홍릉 바이오의료 클러스터의 가장 큰 장점은 유명한 대학과 병원이 다 몰려있는 서울이라는 점이고, 약점은 여전히 경험과 테크놀로지가 없고 해외에 비해 펀딩 등이 모자라다는 것”이라고 했다.

방 교수는 “첨단의 지식과 기술에 있어 미국 등과 견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에선 사이언스나 네이처와 같은 저널에 논문을 내면 주요 뉴스로 다뤄지지만 미국이나 영국에선 이런 소식의 뉴스가 안난다. 매일 실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이 바이오산업에 필수적인 첨단의 지식과 기술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방 교수는 "벤처캐피탈이 관련 벤처에 돈을 대면서 망하면 CEO에게 돌려받는 이중계약을 하는 것도 봤다"며 "벤처생태계를 비롯 의사과학자가 부족한 병원 등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스턴에 바이오 클러스터가 생기고 현재 최고의 클러스터가 된 것은 하버드대학과 하버드대학의 관련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라며 "보스턴에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있고 교수들이 창업을 활발히 하면서 대기업들도 연구소를 근처로 가져가며 모여들고 벤처캐피탈도 따라 들어와 자연발생적으로 클러스터가 됐다. 결국 첨단지식과 기술이 유인이 된다"고 했다.

따라서 학교를 중심으로 한 연구중심병원의 역할을 비롯해 교수의 창업 등을 보는 시각이나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방 교수는 "산업계가 아무리 연구를 많이 한다고 해도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만들어 내는 것은 학교이고 보스톤이 클러스터로 각광을 받게 된 것도 같은 이유"라면서 "하버드의 교수들은 대부분 창업을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전문성, 서울시가 감당하겠나"

홍릉 바이오클러스터의 운영이나 입주결정 등을 위해 필요한 전문성과 공정성을 위해선 외부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LSK 인베스트먼트 김명기 대표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인큐베이터도 운용하는 인력들이 중요한데 이런 인력들을 서울시에 내재화 하고 업무능력과 객관성을 보증할 수 있겠는가"라며 "바이오에 전문성이 있는 투자기관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함께 입주기업을 발굴, 심사하는 등의 프로세스를 만들면 성공적인 운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서울시가 지원하는 바이오 인큐베이터는 거버넌스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전략적 목적과 방향성이 확실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바이오텍 육성과 산업경쟁력 확보가 목표라면 그 목표에 맞는 일관성 있는 입주업체들 심사기능 및 지원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기존 바이오 관련 산업화지원센터 등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단순 장비 지원에 그쳤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바이오산업과 관련한 산업화지원센터는 국내에도 많지만, 장비지원 등의 기능만 있는 게 문제다"라며 "알아서 회사를 만들고나면 제품화에 필요한 여러 장비 등을 지원해주는 게 센터의 역할이라고 여기고 있다. 자신들은 인큐베이팅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날 앞서 홍릉 바이오클러스터 주관운영기관이 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엄보영 산업진흥본부장은 발표를 통해 서울을 바이오 허브로 조성하고 바이오산업에 특화된 창업에 대해 인큐베이팅 역할을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엄 본부장은 "한국에 의료 클러스터가 많은 상황에서 진흥원이 홍릉 프로젝트를 지원하게 된 것은 각 지역 클러스터가 가진 특색이 있는 가운데 홍릉이 바이오 창업에 있어 첫 관문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경기는 의약품 분석서비스, 송도는 생산기지, 원주는 의료기기, 대전은 R&D 생산기지, 충북은 바이오, 대구경북은 케미칼 등으로 각각 지역의 클러스터가 가지고 있는 특색이 있다”면서 “홍릉은 초기 창업자나 연구자들이 창업을 하는 관문이 될 것이고 그런 (입주자들을) 컨설팅하고 지원하다보면 다른 지역 클러스터의 인프라를 활용해야 하는 필요성이 생길 텐데 홍릉에서 그런 부분을 엮어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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