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당한 2살 아이 사망, 전북대병원과 전원 거부 병원들 입장 달라

발목 아닌 복부에 우선순위 뒀으면 상황변했을 것이란 주장도 나와

지난 9월 30일, 교통사고를 당해 할머니와 함께 전북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된 2살 A군은 결국 사망했다. 이로 인해 A군 사망과 관련된 의료기관들이 뭇매를 맞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로부터 매년 수백억의 예산 지원을 받은 권역외상센터가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A군의 사망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재 전원을 요청한 전북대병원과 전북대병원으로부터 전원 요청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한 병원들의 ‘해명’은 다소 차이가 있다.


전북대병원이 새누리당 최도자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교통사고를 당한 할머니와 A군이 전북대병원에 도착한 것은 지난 9월 30일 17시 40분이었다. 전북대병원은 환자 이송 후 17시 50분까지 10분간 환자를 분류하고 소생실로 이동해 응급처치에 들어간다.

이 시간 동안 전북대병원은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된다. A군보다는 할머니의 상태가 더 위중하다고 판단한 것인데, 이 판단이 A군의 전원을 결정한 계기가 됐다.

상태가 위중한 할머니의 경우 전원을 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다고 봤기 때문에 병원에서 수술을 결정했고, 응급센터에 있던 정형외과 전문의가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당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1명뿐이었던 전북대병원은 바로 A군의 전원을 결정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시작됐다.

전북대병원의 바람처럼 근처 권역외상센터로 이송이 결정됐으면 이 사건은 매일 벌어지는 수많은 응급환자 사례처럼 마무리됐을 것이다. 하지만 A군이 갈 수 있는 병원은 없었다.

A군의 전원을 결정한 전북대병원이 타 병원(외상센터) 전원을 위해 연락을 시작한 시각은 18시 10분이었다. 전북대병원은 그 후 19시 59분까지 2시간 가까이 전원을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후 21시가 되어서야 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연락이 왔다. 아주대병원으로 전원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실제 A군은 23시 5분이 돼서야 전북대병원을 출발하는 응급헬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헬기 수배에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에 A군에게 심정지가 온 것도 전원을 늦추는 요인이었다. 2시간 동안 전북대병원은 총 13개 병원에 연락을 돌렸는데, 실제 연락을 맡은 사람은 정형외과 전공의 1, 2년차 총 3명이었다.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전원 요청을 한 곳은 ▲18시 10분 을지대병원 ▲18시 30분 원광대병원전남대병원 ▲18시 47분 충북대병원 ▲19시 30분 충남대병원 ▲19시 38분 고려대 안산병원 ▲19시 40분 순천향대병원 ▲19시 41분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19시 42분 평촌 한림대병원 ▲19시 45분 건국대병원 ▲19시 47분 성빈센트병원 ▲19시 55분 세브란스병원 ▲19시 59분 강동경희대병원(전화연결 안 됨) 등이다.

전북대병원 제출 자료에서 6개 병원은 ‘응급의학과가 받았다’고 적었지만 나머지는 ‘소속 확인 안 됨’이라고 적을 정도로 짧은 시간에 여러 곳으로 전원 요청을 한 정황이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원을 허락한 병원은 한 곳도 없었다.

이 부분에서 전북대병원과 나머지병원들의 입장이 갈린다. 13개 병원 중 일부에서 ‘전북대병원에서 전원 요청 당시 응급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북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에 연락할 정도면 당연히 응급환자 아닌가’라는 입장이다.

전북대병원에서 파악한 A군의 상태는 두덩뼈 분리(Open book injury : symphysis pubis diasthesis)로 골반강내 출혈(현성 또는 지연성) 가능성이 높은 상태였고, 생체징후는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외형적으로 창백해 현성출혈을 고려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골반이 아닌 발목에 포커스를 맞춘 부분도 논란이다.

최종적으로 A군이 이송된 아주대병원에서는 왜 처음부터 전북대병원이 골반이 아닌 발목에 포커스를 맞췄는지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발목을 포기하더라도 골반을 먼저 보는 응급처치를 했으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A군은 사망했다. 남겨진 것은 국내 의료기관 간 전원시스템의 허점과 권역외상센터의 취약성뿐이다. 복지부는 이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일각에서는 ‘권역외상센터를 지정하고 돈으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는 조소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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