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독성 연구결과, 시험자 어휘 수준에 비해 높아

임상시험 피험자의 참여 결정에 앞서 제공되는 ‘시험대상자설명서’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운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임상시험 시험대상자설명서는 ‘시험 책임자가 임상시험 참여에 대한 대상자 동의를 받기 위해 해당 임상시험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담아 제공하는 문서’로,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에선 대상자, 상자의 대리인 또는 참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용어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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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정규교육 과정 등에서 임상시험을 접해보지 못했던 것에 비해 시험대상자설명서(이하 설명서)의 어휘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한국임상약학회지를 통해 최근 공개된 ‘임상시험 시험대상자설명서의 가독성 평가(칠곡경북대병원 약제부, 영남대학교 약학대학)’에 따르면, 설명서는 어휘수준의 조절 등 가독성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선 일반인의 건강정보이해능력 수준을 미국 대부분의 주가 6학년 또는 6학년 전후 단계 수준으로 제공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해외 연구들에서도 대상자 동의에 4~6학년 수준의 문장 난이도로 핵심개념을 단순화해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 설명서를 초등학교 국어 6학년 교과서와 대조했으며, 어휘와 함께 글자크기와 글의 길이 등도 분석됐다.

분석결과, 설명서는 대조문서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어휘를 빈번히 사용해 기술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참여대상자들의 평균 교육수준을 상회했다는 분석이다.

다국적 임상시험의 경우는 해외에서 사용되는 설명서가 한글로 번역돼 사용된다는 점이 설명서의 난이도가 참여자의 건강정보문해력(health literacy)에 비해 높은 요인이 됐을 거라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연구팀은 설명서의 저빈도 어휘를 고빈도 어휘로 변경하고, 긴 문장은 짧고 단순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빈도 어휘변경의 예로는 ▲심계항진은 두근거림 ▲핍뇨는 소변감소 ▲간부전은 간기능상실 ▲과형성은 과다형성 ▲연하곤란은 삼킴곤란 등이 제시됐다. 가능한 의학용어를 순화해 사용하고 생소한 약에는 괄호를 추가해 ‘시험약’ 혹은 ‘대조약’ 등을 덧붙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전문용어는 언어의 순화에 한계가 있다. 이 경우는 저빈도어를 그대로 두고 그 앞뒤로 유의어나 반의어를 제시해 의미 추론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풀어서 표현함으로써 문장을 상세화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설명서 글의 길이도 최대 1,250단어로 일반 성인들의 가독성을 위해 권장(해외연구)되는 정도보다 2~8.4배가 많은 단어로 구성돼있었다. 이는 해외연구에서 조사된 평균 글의 길이도 초과하고 있어 일정시간에 집중해 읽고 이해하기에는 정보전달 효과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외에도 글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외형적인 글자크기나 글씨체 등의 판독성도 개선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은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용어’에 객관화 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설명서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과 불충분한 이해는 자기결정권에 영향을 미치고 의존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상시험대상자가 가진 건강정보문해력을 반영한 설명서를 제공해야 하고 객관화된 기준 적용으로 설명서간의 정보전달력 차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이러한 사항들이 조화를 이뤄야 법적 보호체계의 대상자 동의가 완전성을 갖출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에서 분석대상이 된 설명서는 지난 2013년 대구지역 소재 대학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에서 심의한 과제 총 94건 중 의뢰자주도 임상시험이었으며, 2상과 3상 항암제 임상시험에 사용된 13편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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