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엽 과장, 재난거점병원 지정 방침 밝혀…병상 가동률 고려 필요 의견도

[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정부가 국가적인 재난발생 대응을 위한 재난의료체계 구축의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재난거점병원 지정에 대해 대형병원으로 한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20개소의 권역응급의료센터를 포함해 전국의 35개소를 재난거점병원으로 추가 지정, 향후 이들 병원에 시설·장비 지원 명목으로 5억4,000만원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기존 재난의료 대응체계였던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돼 있어 환자 수도 많고 재난의료에 전념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향후 재난거점병원 지정에서는 재난의료에 관심이 있고 역량 있는 병원이라면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현수엽 응급의료과장은 지난 8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개최된 ‘2014 재난의료 정책 심포지엄’ 중 ‘정부의 재난의료 관리정책과 향후 추진계획’이라는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 과장은 “서울의 경우 일명 빅5 병원이 꼭 재난거점병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빅5 병원급이 아니더라도 재난의료에 관심을 갖고 있는 병원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충북, 경북 등은 담당할 수 있는 병원들이 한정돼 있지만 다른 지역에는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이 심화돼 응급의료와 재난의료를 활로로 생각하는 병원들이 있다. 지역에 여러 병원이 있고 재난의료에 대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재난거점병원 지정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현 과장에 앞서 발표한 일본 도쿄의과치과대 응급재해의학과 오토모 야스히로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재난의료를 2차 의료기관들이 담당하고 있는데 한국도 그러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현 과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는 법률에 의해 재난의료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규정돼 있는 만큼 향후 지속적인 재난의료 담당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과장은 “국내에 아직도 응급의학 전문의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재난의료를 제공하도록 돼 있고 법을 바꾸지 않는 한 그 역할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 과장은 재난거점병원 확대 외에도 ▲상황전파 및 현장대응 신속성 제고 ▲재난의료지원 전문인력 양성 등을 재난의료지원에 대한 정책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복지부의 재난의료지원 정책에 대해 이날 심포지엄에 참여한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보다 세부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병원 김희중 진료부원장은 “재난거점병원들로 지정될 병원들의 경우 병상 가동률이 90% 이상 되고 의료진도 일을 120%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병원들은 재원기간을 최소한으로 잡고 있어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기존의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기도 어렵다”며 “향후 재난거점병원들은 병상 가동률이 70% 수준으로 높지 않은 병원들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이종구 센터장은 “그동안 재난의료에 대한 상당히 많은 보완이 있었지만 재난의 우선 순위가 정해져 있지 않은 경향이 있다”며 “국내에 가장 빈도가 높은 재난은 풍수해인데 이에 대한 대응은 복지부의 담당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커진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재난의료에서는 어떤 시스템을 구축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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