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무조건 거부 아닌 전략 必"
"침묵하는 다수가 당사자로서 의견 낼 기회 줄 때"
'증원법' 빠른 해결책이지만 醫 운신 폭 축소 우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이 대한의사협회에 정부와의 협상장으로 나가자고 요청했다. '무조건 거부'가 아니라 의대 정원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전략을 구사할 때라고 했다. 지난 1년 의정 갈등에 숨죽여 온 전공의와 의대생 개개인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서울시의사회장이자 의협 부회장 발언이라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6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의협 출입기자단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황 회장은 현 사태를 두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1년 전 이날 정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했다.
황 회장은 "시간이 없다"고 했다. 새 의협 집행부가 "젊은 세대와 가장 활발하게 소통하는 집행부"라고 기대를 보내면서도 이제는 "가시적인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지역에서 만난 전공의와 의대생은 "장기적인 불확실성에 지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의대 정원 문제에 "매몰"되면서 다른 현안 논의가 뒤처진 점도 우려했다. 그러니 "이제는 어떤 형태로든 의료계가 의대 정원 문제를 풀 대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의대 정원 조정안을 세우면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직접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헀다.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그간 "'강경한 개인'"이 대변하지 못한 "침묵해 온 다수의 목소리"에 의협이 귀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대안 수립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이 '당사자'가 돼야 하듯 협상장에서는 의협과 정부가 '당사자'로 만나야 한다고 했다. 오는 14일 열리는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 공청회를 빌어 의정 대화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나 황 회장은 의료 현안이 법에만 기대선 안 된다고 봤다. 국회 주도로 '의대 정원 조정법'을 제정하면 사태 마무리가 빨라질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의협 운신 폭은 좁아질 거란 생각이다.
황 회장은 "서울시의사회장으로서 많은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은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우리 의료계가 무조건 다 이기도 모조리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며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25년이 흘렀다. 우리가 쥔 것 중 무엇도 내주지 않으려다 모두 빼앗기곤 했다. 이번만큼은 그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래는 황 회장과 의협 출입기자단 질의응답.
- 의협 집행부 부회장이기도 하다. 회무 균형 측면에서 새 집행부에 조언한다면.
집행부가 들어선 지 이제 한 달이 된다. 물론 잘하리라 믿는다. 김택우 회장 본인이 강원도의사회장을 지냈고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이었다. 지역의사회와 더 소통하는 집행부가 되길 기대한다.
- 이번 의협 집행부 구성이 현 사태 해결에 충분하다고 보나.
역대 어느 집행부보다도 전공의, 의대생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집행부다. 집행부 임원 약 3분의 1이 젊은 의사다. 의대생 임원도 합류했다. 이 점에서도 기대가 크다. 현재 난국을 돌파하고자 '가장 준비된 집행부'라 감히 말하겠다.
다만 실제 회무 진행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의협 회무나 대정부 관계는 또다른 측면이 있다. 젊은 세대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실제 회무를 할 때 경험 부족으로 인한 시행착오는 최소화해야 한다. 또 의협 의사결정이 특정 직역 등 너무 한쪽에 치우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현 사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시간이 없다. 2월 안에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할 수 있도록 가시적인 결과가 나와야 한다. 의협이 이제는 무조건 거부가 아니라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정부와 협상해야 한다. 이번 집행부는 전임 회장 불신임(탄핵)이라는 아픈 과거를 거쳐 구성됐다. '하나된 의협'을 지향하는 집행부다. 그러나 어떤 결과물도 내지 못하고 시간만 허비한다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셈이 된다.
의대 신입생 선발 중지가 될 수도 있고 5년에 걸쳐 300명씩 감원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추가 증원 없이 기존 3,058명 정원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있다. 핵심은 어떤 형태로든 의료계에서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한 대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의견을 물어야 한다. 침묵하는 다수가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의협 집행부가 만들어주길 요청한다. 의료계가 낸 대안 가운데 그들이 거부하는 방안은 (실현되지 않도록)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한다.
- 침묵하고 있는 전공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전수조사로 모든 사직 전공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수련병원을 사직한 전공의와 의대를 휴학한 학생들의 의견을 직접 물어야 한다. (전공의와 의대생) 대표가 아니라 당사자에게 직접 묻는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있길 바란다.
-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1년 동안 지역 내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꾸준히 만나왔다. 지금 발언은 이들 사이 여론 변화를 전제로 하는가.
초반에는 단일대오가 확고했다. 지금은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전망도, 의료계가 어떤 방안을 가졌는지 불확실하니 불안한 거다. 이런 모호함을 해소해야 한다. 아무 대안 없이 계속 막연하게 거부만 하는 상황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어느 한 사람의 강경한 태도가 전체를 대변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말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 오는 14일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 공청회가 열린다. 의협도 참석한다.
지금은 아무 해결책이 없으니 어쩔 수 없더라도 공청회에 참석하고 법안을 받아들이는 게 최선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의료 정책을 법 테두리 안에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료계와 정부가 당사자로서 협상하고 토의해 결정해야 한다. (의대 정원 조정)법이 만들어지는 와중이지만 정부와 계속 협상하면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큰 틀에서 봤을 때 대한민국 의료계 앞날에 더 도움이 될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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