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교육·수련 유연화 범정부 차원서 지원해야"
"李, 9·4 의정합의 따라 의료계와 협력하길"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 정부가 의대생 복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시의사회가 교육·수련 유연화 대책과 이를 실행할 조직 설치를 재차 요청했다.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지난 3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교육·수련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때라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는 앞서 지난달 30일에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국회와 정부 부처를 아우르는 특위 설치를 공식 요청했다.
교육·수련 정상화 방안으로는 의대생이 이달 중 복귀하면, 2학기까지 방학과 휴일에도 수업·실습을 진행해 1학기 학사 공백을 만회하자고 했다. 한시적으로 전공의 수련 시간을 주 최대 120시간으로 확대해 부족한 일수를 보완하는 방안도 지역의사회와 개원가 등 관련 단체와 추진하고 있다. 황 회장은 수련 재개를 희망하는 전공의들에게도 이같은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하는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24·25학번이 함께 수업 받는 '더블링'을 넘어 26학번까지 한꺼번에 움직여야 하는 '트리플링'을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이달 중 수업 복귀를 거부한 의대생의 유급·제적이 확정되면, 이후 나오는 대책은 "어떤 방식이든 특혜 시비를 피할 수 없다"고 했다.
황 회장은 "정당하게 교육과 수련 과정을 마칠 수 있는 정상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를 믿고 의대생과 전공의가 우선 복귀하면, 정상화를 위한 특례가 특혜로 오해받는 일은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 ·수련 유연화 정책이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를 넘어 기획재정부와 국방부 등 정부 부처와 협업이 필수라고 했다. '특위' 설치를 거듭 요구하는 이유다. 위원장으로는 의료인 출신인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을 추천했다. 지난 2020년 의료대란 정국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의대생 국가고시 거부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 등 사회적 갈등을 중재할 능력과 경험을 갖췄다고 봤다.
황 회장은 "윤석열 정권은 이같은 중재나 소통 없이, '대통령의 통치'라며 2,000명 정원 증원 정책을 밀어붙이고 헌법을 넘어선 행정 조치를 정당화했다"면서 지난해 시작된 '의정 갈등'은 "지난 1970, 80년대 학생들이 독재 정권에 맞섰듯이, 의료계가 무자비하고 잘못된 국가권력에 저항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높은 지지를 받은 이유도 이렇게 "권력자의 비이성적인 사회적 린치에 일반 국민이 이용당한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잘못된 국가 권력과 통치자에 맞선 의료계의 저항은 국민과 역사가 재평가해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차원에서 이번 '의정 갈등'은 단기간 내 해결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 그래서 이를 국가 차원에서 다루는 조직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한 만큼 이제 정부와 여당은 의료계와 협력해 교육·수련 유연화 정책을 시작으로 의사 양성 체계를 정상화하고,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 정상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황 회장과 일문일답
- 서울시의사회의 학사 유연화 방식이 처음 공개됐을 때, 의대생과 전공의 개인에게 무리한 부담을 준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방식을 강제하자는 것은 아니다. 선택지를 하나 더 마련하자는 것이다. 전공의가 하반기 추가모집에 응해 9월부터 수련을 재개하면, 내년 8월에 한 연차가 마무리된다. 올해 8월에 수련을 시작하고 주 최대 120시간을 소화하는 경우, 내년 2월 말에 수련 과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이렇게 기간을 앞당기고 싶어 하는 수요가 분명히 존재하리라 본다.
- 먼저 복귀한 의대생과 전공의들도 있다. 각각 과정을 별개로 운영하려면 현장 부담이 크다.
의료계가 전체가 부담을 나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1년이 어렵더라도, 의료 정상화 시기를 앞당기고 의사 양성 시스템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또한 수련 연속성 보장을 위해, 국방부 차원에서 병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 그래서 기재부와 국방부도 특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나.
그렇다. 지금처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안에서만 대책을 논하기에는, 병역 문제나 재정 문제 등 현실의 벽이 높다. 대통령실과 여당을 비롯해 관계 부처가 다 함께 참여해 그 벽을 빠르게 제거하자는 것이다.
- 앞서 이같은 대책을 지역의사회, 개원가 등과 함께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협은.
의협 상임이사회에서 논의할 기회도 있었다. 집행부 기조나 시기상 구체적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정부와의 협상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는 만큼, 의협 차원에서 어렵다면 지역의사회 차원에서 좀 더 속도감 있게 진행해 보자는 생각에 논의를 이어가게 됐다.
- 의협은 그간 정부와 협상하며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꾸준히 밝혀 왔다.
그 논의 과정과 내용이 내부에 거의 공유되지 않는다. 내부 의견 수렴 구조도 경직돼 있고, 지역의사회와 소통도 적시에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의대생과 전공의 대책은 더 빨리 제시했어야 한다. 구체적인 안이 나와야, 상의도 하고 이견도 조율할 수 있다. 의료계가 이를 하지 못하는 사이, '더블링'을 넘어 '트리플링'을 걱정하는 시점까지 왔다.
-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의료계도 내부적으로 갈등을 빚었다. 이에 대한 대안도 있나.
그 갈등의 중재자 역할도 의협이 맡아야 했다. 이 역시 아쉬운 지점이다. 서울시의사회 차원에서도 준비하고는 있다. 직역을 아울러 한 자리에 모아, 갈등을 조정하고 서로 위로할 수 있는 기구를 꾸리려 한다.
- 이번에 선출된 대한전공의협의회 한성존 비대위원장이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출신이다. 한 위원장도 관련 논의에 참여했을 것 같은데.
맞다. 한 위원장도 서울시의사회 이사로서 구체적인 내용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현재는 새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외부의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자 관련 논의에서 물러난 상태다. 대전협 측이나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 등이 새롭게 참여해 기구 조성 논의를 이어가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은.
이 대통령은 실용적 정책과 실질적 결과를 중시하는 것으로 안다. 이번 사태는 정부와 의사 직역 간 갈등을 넘는 대한민국의 사회적 문제다. 단일 공보험 체계와 비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 등 의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지난 2020년, 민주당 정권인 전임 문재인 정부는 의료계와 '9·4 의정합의'를 체결했다. 이재명 정부는 전임 정부의 약속에 입각해 의료계와 소통하며 함께 문제를 헤쳐나가길 바란다. 대통령의 의정 갈등 해소 의지가 더 나은 의료 시스템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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