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싱가포르 아이콘 암센터 종양 전문의 다니엘 첸 교수 
“고위험군 환자에 타그리소-항암요법 추가 시 치료 이점 확인” 
“타그리소 단독요법 후 진행된 환자 위한 2차 치료 개발 시급”

EGFR 표적치료제 단독요법부터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 나아가 피하주사(SC) 형태의 새로운 병용요법까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위한 치료 옵션이 다양화되면서 개별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 선택에 대한 임상 현장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오시머티닙(제품명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강력히 권장하면서도 새로운 병용요법 옵션들을 제시했다. 여기에 최근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학술대회(ESMO Asia 2024)에서 발표된 오시머티닙 병용요법의 아시아 코호트 연구 결과까지 더해지며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싱가포르 선텍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ESMO Asia 2024에서 싱가포르 아이콘 암센터의 다니엘 첸 분 요(Daniel Chan Boon Yeow, 이하 다니엘 첸) 교수를 만나 EGFR 변이 폐암의 다양한 치료 옵션들의 장단점과 환자별 최적의 선택 기준, 그리고 이번 연구 결과의 임상적 의미에 대해 들었다.

다니엘 첸 교수는 2014년 남아시아 지역 최초로 키트루다를 임상에 도입하는 등 ASCO와 세계폐암학회(IASLC) 회원으로서 폐암 치료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아이콘 암센터 종양 전문의 다니엘 첸 분 요(Daniel Chan Boon Yeow) 교수.
싱가포르 아이콘 암센터 종양 전문의 다니엘 첸 분 요(Daniel Chan Boon Yeow) 교수.

- 글로벌 종양학 전문의로서 이번 ESMO Asia 2024에서 발표되는 데이터 중 주목해야 할 데이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번 ESMO Asia 2024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데이터는 FLAURA2 연구의 아시아인 하위분석 데이터이다. EGFR 돌연변이 폐암은 아시아인에서 더 높은 비율로 나타나며, 아시아는 이 분야에서 풍부한 임상 경험과 우수한 연구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데이터에서는 아시아 환자군의 치료 결과가 전체 환자군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FLAURA 연구에서 일본 환자의 생존기간 분석 시 부작용 평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던 만큼, FLAURA2 연구의 아시아인 하위분석은 최적의 치료법 제시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또한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MARIPOSA 연구에서 나타난 내성 기전 데이터를 통해 앞 단계 치료의 이점과 내성기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 이번 FLAURA2 연구 하위분석 데이터를 보면, 글로벌 데이터에서 타그리소-항암화학요법 병용의 위험비가 0.62(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 38% 감소)인 것에 비해 아시아 하위군의 위험비는 0.69로 조금 높게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하다.

우선 FLAURA2 연구는 소위 고위험군 환자들, 즉 질병 부담이 큰 환자군에서 추가적인 생존 이점을 나타내는 결과를 확인했다. WCLC에서 업데이트된 FLAURA2 연구 결과, 고위험군 환자에서 항암요법 추가 시 치료 이점이 확인됐다. 현재 고위험군으로 정의된 환자들 중 아시아인과 서양인의 비율은 아직 분석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고위험군에서 병용요법의 유의미한 효과는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WCLC 데이터에 따르면, FLAURA2 연구는 질병 부담이 큰 환자를 3개 이상의 전이 부위 여부로 나누어 분석했다. 전이 부위가 3개 이상인 환자군에서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PFS)의 위험비가 0.57로, 3개 이하인 환자에서는 0.75로 나타났다. 후자의 경우 신뢰구간이 1을 넘어갔다. 이는 처음부터 계획된 분석은 아니었지만, 질병 부담이 높은 환자군에서 병용요법의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 FLAURA2와 MARIPOSA 두 병용요법 연구에서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고위험군을 정의했는데, 실제 임상에서 이러한 기준들을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의견을 듣고 싶다.

두 연구의 고위험군 정의를 살펴보면, 타그리소-항암화학요법 병용 연구에서는 전이 병변의 개수(3개 이상 또는 3개 이하)에 따라 고위험군을 정의했다. 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 병용 연구에서는 뇌 전이, 간 전이, TP53 돌연변이 유무를 기준으로 했으며, 추가로 치료 전후 순환종양 DNA(ctDNA) 검출 여부도 고위험군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 중 순환종양 DNA 검사는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기에 제한점이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경우 이 검사가 비급여이며 결과를 받기까지 10일 정도가 걸린다. 따라서 간 전이나 뇌 전이처럼 병변이 뚜렷한 환자는 바로 병용요법을 결정할 수 있지만, 전이가 없거나 상태가 안정적인 환자에게는 순환종양 DNA 검사로 병용요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

- FLAURA2 연구 데이터를 보면, 항암요법 병용으로 인해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 발생률이 증가했음에도 타그리소 치료를 중단한 환자의 비율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해당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겠는가?

FLAURA2 연구에서 보고된 이상반응은 대부분 세포독성 항암제와 관련된 것으로, 주요 이상반응에는 카보플라틴과 연관된 빈혈이 약 20%, 호중구감소증이 약 4%, 혈소판 감소증이 약 2% 발생했다. 이러한 이상반응들은 모두 세포독성 항암제와 관련된 것이다. 연구 프로토콜에서는 연구자의 판단에 따라 항암제 투여 시기 조정이나 용량 감량을 허용했고, 두 차례 이상 용량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약제를 중단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이 발생하더라도 환자들이 타그리소 치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중요한 점은 항암요법 병용으로 인해 타그리소의 기존 부작용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간질성 폐질환이나 QT 간격 증가 등의 악화는 관찰되지 않았고, 이러한 증상들은 1~2% 이하의 환자에서만 발생했다. 이는 병용요법에서도 타그리소가 안전하게 투여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한국의 제약사가 출시한 레이저티닙이 아미반타맙과 병용으로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서, 한국에서 레이저티닙과 타그리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WCLC 2024에서 발표된 MARIPOSA 하위분석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의견을 듣고 싶다.

단편적인 수치만이 아닌, 전체 생존 곡선을 포함한 데이터를 살펴보고 결과를 판단해야 한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치료받은 환자 100명 중 51번째로 질병이 진행된 환자의 시점을 나타낸다. 이는 단순히 51번째 환자의 진행 시점에 따라 좌우되므로, 전체 생존 곡선 그래프를 통해 100명의 환자들이 얼마나 치료를 잘 받았는지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MARIPOSA 연구 데이터의 하위 분석 결과에서 레이저티닙 단독군과 타그리소 단독군의 그래프를 직접 비교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공정한 비교가 아니다. 타그리소와 레이저티닙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을 보면 95% 신뢰구간이 상당 부분 겹친다. 타그리소는 14.8개월부터 18.5개월, 레이저티닙은 14.8개월부터 20.1개월의 신뢰구간을 보인다. 이처럼 두 치료제의 신뢰구간이 크게 겹친다는 점은 우연적인 요인에 의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레이저티닙은 분명 좋은 약이지만, 이 치료제가 타그리소보다 더 우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과학적인 접근에 어긋난다.

MARIPOSA 연구에 레이저티닙 단독군이 포함된 배경은, 미국의 입장에서 레이저티닙이 아미반타맙과의 병용에서 어느 정도의 기여를 했는지를 평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병용요법이 타그리소보다 더 좋은 효과를 보였을 때, 그것이 레이저티닙 때문인지 아미반타맙 때문인지, 또는 레이저티닙 단독으로도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단독군 데이터가 필요했던 것이다.

- 지난 9월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4)에서 발표된 MARIPOSA 연구 내성 기전 관련 세션에서, 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단독요법에 비해 내성 획득 비율이 훨씬 낮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이러한 내성 발생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의견을 듣고 싶다.

ESMO에서 발표된 MARIPOSA 연구의 내성 기전 결과는 주로 가설 생성(hypothesis-generating) 목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FLAURA2 연구에서는 타그리소와 항암요법 병용에서 새로운 예측 불가능한 내성 기전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항암요법 병용이 기존 치료에 의한 내성 기전을 억제하면서도 추가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타그리소의 내성 발생만으로 치료 유용성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성은 모든 치료에서 어느 정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며, 중요한 것은 내성 이후의 후속 치료 옵션과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장기적인 이점이다. 현재로서는 두 병용요법 간의 내성 발생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우며,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내성 억제 효과에 대해서는 더 긴 추적 관찰 데이터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 EGFR 변이 양성 폐암 치료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타그리소가 가진 의미와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타그리소는 폐암을 불치병에서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혁신 치료제다. 2015년 싱가포르에서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타그리소를 처음 경험했다. 당시 1, 2세대 EGFR-TKI 치료 후 T790M 변이가 발견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AURA3 연구가 성공한 후, 회사에서는 환자들에게 AZD9291이라는 코드명으로 이 약을 무상 제공했다. 특히 뇌 전이에서도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는 것을 경험했다.

이후 FLAURA와 FLAURA2와 같은 대규모 연구들이 발표되었고, 특히 FLAURA 연구에서 타그리소를 통해 치료받은 환자들은 삶의 질이 정말 우수하게 유지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타그리소로 치료받은 환자들은 평소와 동일하게 회사에서 일을 할 수 있고, 가족들을 돌볼 수도 있다. 설사, 피부 발진, 폐 염증, QT 간격 증가 등의 부작용이 일부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으나 이는 드문 경우다.

일부 환자들은 18개월 미만의 비교적 짧은 반응 기간을 보이는데, FLAURA2 연구에서 항암요법을 병용함으로써 추가적인 9개월의 생존 이점을 보였다. 항암요법 병용 시 혈구 수치 저하나 식욕 저하가 보고되기도 하지만,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며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부작용과 치료 효과의 균형에 대해서는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신중히 논의해야 할 것이다.

현재 NCCN 가이드라인은 타그리소를 유일한 선호(preferred) 옵션으로 권장하고 있으며, 이는 환자의 삶의 질을 중시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타그리소-항암화학요법 병용이나 아미반타맙(제품명 리브리반트)-레이저티닙(제품명 렉라자) 병용요법은 1차 치료의 추가적인 옵션으로 권고되고 있기에, 여전히 타그리소 단독요법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의 유일한 선호 옵션으로 자리하고 있다.

-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발전을 위해 개선점, 조언 등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타그리소 치료 후 질병이 진행된 환자들의 2차 치료는 향후 5~10년간 매우 중요한 영역이 될 것이다. 현재 많은 환자들이 타그리소 치료 후 질병 진행 시 방사선 치료나 기타 국소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다. 일반 항암요법은 약 5개월, MARIPOSA2 연구의 병용요법은 약 6.3개월의 생존 이점을 보였지만 극적이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영역의 임상시험에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은 모두가 1차 치료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급급한 상황이다. 더욱이 오시머티닙 이후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이렇게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 상황이 더욱 우려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MET 증폭이 표적 치료가 가능한 내성 기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진행 시 MET 증폭이 확인되면 MET 억제제를 추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있어도 아직 3상 데이터는 없는 상황이다. 머크는 테포티닙(제품명 텝메코)에 대해 1상과 2상 데이터만 있고 3상은 진행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아스트라제네카가 MET 억제제 사볼리티닙으로 3상을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오시머티닙과 사볼리티닙 병용요법을 평가한) 사프론(SAFFRON) 임상시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물론, 아스트라제네카의 ADC(항체약물접합체)인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Dato-DXd)과 같은 새로운 치료제도 있으나 아직 일부 환자군에서만 효과가 입증됐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 TROPION-Lung15 임상으로 보인다. 이 연구는 타그리소 단독요법 후 진행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타그리소와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 병용요법,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 단독요법, 기존 항암요법을 비교한다. 내년 1월부터 시작될 이 연구를 통해 최적의 치료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 연구 결과가 나올 즈음에는 치료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 FLAURA2나 MARIPOSA 연구의 전체 생존기간 데이터가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고위험군에서 병용요법의 효과가 입증된다면 1차 치료에서 대부분 병용요법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단독요법 후 2차 치료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타그리소 단독요법 후 진행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최적의 치료 옵션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사용되는 도세탁셀의 반응률은 15%에 불과해, 이들을 위한 더 나은 치료법 모색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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