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위 교수, FLAURA2 연구 배경과 임상적 가치 조명
"질병 진행 빠른 고위험 환자에 '타그리소+화학요법' 효과적"
2000년도 초반 최초의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티로신키나제 억제제(TKI)인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가 개발된 이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분야는 차세대 EGFR TKI 개발을 중심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EGFR TKI 단독요법이 표준치료로 사용돼 온 해당 분야에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EGFR TKI에 더해 화학요법이나 항체 치료제 등을 병용하는 좀 더 강화된 치료법들이 하나둘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3세대 EGFR TKI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에 '페메트렉시드'와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을 병용한 FLAURA2 치료 전략이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으며 국내 임상에 도입된 바 있다.
쉽고 편리한 경구용 TKI 단독요법만으로도 그간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는데, 왜 더 강화된 치료가 필요한 걸까?
본지는 FLAURA2 연구에 참여한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상위 교수를 만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분야에 남겨진 미충족 수요와 최근 도입된 '타그리소 + 화학요법' 병용 치료에 대한 임상적 가치를 들었다.
-지난 20여 년 동안 4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엔 EGFR TKI 단독요법이 표준 치료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근래 들어 여기에 화학요법 등을 더 추가하는 강화된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는데, 어떤 연유에서인지 궁금하다.
EGFR TKI를 통한 표적 치료로 좋은 치료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약 10%의 환자에서는 아예 효과가 없을 수도 있고, 환자마다 효과를 보는 기간도 다양하다. EGFR 변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환자들에 따라 다양한 예후 및 치료 효과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EGFR TKI에 반응하다가 내성을 보이는 환자의 경우 후속 치료로 넘어가게 되는데, 현재 3세대 EGFR TKI 단독요법으로 1차 치료를 받은 환자라면 후속 치료로 백금계 항암제가 포함된 항암화학요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 보면, 약 30%의 환자들은 후속 치료를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따라서 최근 개발되고 있는 여러 강화된 병용요법들은 이러한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면 된다.
-약 30%의 환자에서 후속 치료를 받을 기회가 없다고 한다면, 반대로 70%의 환자들은 EGFR TKI 단독요법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좀 더 강화된 병용요법을 필요로 하는 환자군을 특정할 수 있는지?
앞서 말한 대로 EGFR 변이가 있더라도 환자마다 예후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EGFR TKI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어느 환자군에게 단독 혹은 병용요법이 나은지 판단하기는 쉽지는 않다. 현재로선 추측을 할 수는 있지만 명확한 답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아마 내년이나 후년에 더 구체적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단편적으로 답하자면, 처음부터 질병이 빨리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에서 좀 더 강화된 병용요법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진단 당시 간전이나 뇌전이를 동반하고 있거나 TP53 유전자 변이를 보유한 경우 또는 ctDNA가 검출되는 환자들은 일명 '고위험군'에 속해서 질병이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종양 부담이 많은 환자 등 여러 예측 가능한 요소들이 있다,
다만, 사전에 이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최근 EGFR TKI 단독요법을 받은 환자에서 혈중 ctDNA 검출 여부에 따라 추가적인 병용요법을 시행하는 아이디어도 제안된 바 있지만, FLAURA2 연구의 탐색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치료 후 ctDNA 제거(clearance) 여부로는 '타그리소 단독요법'과 '타그리소와 화학요법 병용' 중 어느 치료가 나은지 예측할 수 없었다. 치료 전 ctDNA가 검출된 환자의 경우 (치료 3주 후) ctDNA 제거(clearance) 여부와 무관하게 '타그리소와 화학요법 병용'이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나은 치료 성적을 보였지만, 치료 전 ctDNA가 검출되지 않는 환자에서는 두 치료군 사이 무진행생존기간에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환자에게 병용요법을 사용할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독성'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고령의 환자가 화학요법 등이 추가된 병용 치료를 견딜 수 있을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환자의 선호도도 중요하다. 3주마다 내원해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한 의사의 판단이 중요하다.
-FLAURA2 연구의 하위그룹 분석 결과를 보면, 치료 시작 당시 '뇌전이'를 동반한 환자에서 '타그리소'에 '항암화학요법'을 병용하는 것이 큰 이득을 보였다. 뇌전이를 동반한 환자라면 이런 강화된 병용요법이 효과적일 것 같은데?
EGFR 변이 폐암에서 뇌전이 환자는 다른 폐암에서보다 많은 편이다. 전체 폐암 환자에서 처음부터 뇌전이가 있을 확률이 약 10%라면, EGFR 변이 환자에서는 약 20% 정도 된다.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하면, 질병이 진행될수록 이 비율은 50%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EGFR 변이 폐암에서 뇌전이를 지연시키고 방지할 수 있는 치료는 상당히 중요하다.
통상 화학요법의 뇌혈관장벽(BBB)의 통과율이 낮다고 하지만, 대개 뇌전이가 있는 환자들은 BBB가 깨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기존 항암제만 사용해도 중추신경계(CNS)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흔히 있다. 때문에 뇌에 다발성 전이가 있더라도 증상이 없으면 전체 뇌 방사선 치료나 감마 나이프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통용된 개념을 떠나서 항암화학요법은 뇌전이 환자에서 충분히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화학요법은 부작용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그리소 단독요법에 화학요법까지 병용하는 게 환자들을 더 힘들게 하진 않을지 우려된다.
FLAURA2 연구에서 사용된 '페메트렉시드'와 '카보플라틴'은 항암제 중에서도 부작용이 적은 약이다. 이 약들이 타그리소의 병용 약물이 선택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이미 국내 의사들은 이 약들을 사용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익숙하고 독성이 덜한 항암제를 사용해 타그리소와 병용요법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 매력적인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이 허가를 받아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하지만 급여 부분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환자나 의사의 관점에서는 보험 적용이 되면 좋겠지만, 의료 정책적 관점에서는 형평성의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 보험 재정 범위 내에서 결정될 문제로, 모든 환자에게 보험을 적용시키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마음이야 일본처럼 모든 환자에게 보험이 적용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