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최근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시범사업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 운영·평가협의체는 지난 25일 토론회를 열고 시범사업 평가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는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란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견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평가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한 분당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 충북대병원 모두 콜 응답 및 입원 후 첫 진료의 지연 현상이 감소했고, 내과 전공의가 부족한 병원의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도 일조했다. 의사가 입원 환자에게 집중하게 함으로써 의료의 질과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이 들어맞은 것이다.

앞서 협의체가 시범사업 병원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호스피탈리스트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조사를 시행한 결과도 긍정적이었다. 입원환자 전담 진료를 경험한 환자 중 70%는 호스피탈리스트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진료비를 추가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없지 않다.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한 호스피탈리스트들은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업무 분담 ▲직급에 대한 명확한 표기 ▲근무 시간 ▲직책의 안정성 등 대부분 고용안정과 관련된 내용을 꼽았다. 결국 제도 정착을 위해선 고용안정 문제가 해결해야 된다는 뜻인데, 이는 시범사업을 진행한 병원들이 제도를 계속 유지하고자 진행한 호스피탈리스트 채용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호스피탈리스트 채용에 나선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 일명 빅5 병원들은 모두 실패했다. 이유는 지원 미달이었다. 당연히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몇 가지만 개선되면 이런 현상은 급변할 수도 있다. 협의체가 전문의 2차 시험을 마친 내과와 외과 전공의 1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내과 전공의의 72.6%, 외과 전공의의 63.0%가 근무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또 상급종합병원 39곳 중 70% 이상(내과 72.7%, 외과 75.0%)이 호스피탈리스트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도 했다.

필요성도 있고 환자의 니즈도 있으며 근무 의향이 있는 의사도 있다. 정부 정책이 조금만 바뀌면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다양해 보이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고용 안정성이다. 그것은 곧 호스피탈리스트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수가의 합리적 책정이기도 하다. 병원들이 호스피탈리스트를 채용함으로써 손해를 보지는 않게끔 하는 정책만 만들어진다면,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 될 수도 있다.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의 질과 환자의 만족도 향상 효과는 확인했다. 문제점도 대략 파악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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