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는 1만8000원, 심평원은 6400원…관행수가 30%만 인정?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정부가 한 푼도 주지 않고 있는 내시경 소독 수가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작업을 진행하면서 내시경 소독 수가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원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책정하려는 움직임에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1만8000원 vs 1900원

내시경을 이용한 시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시술 후 필수인 소독에 대해서는 그동안 비용 보전을 받지 못해 왔다. 내시경 소독 수가가 ‘0원’이기 때문이다. 내시경 소독은 전세척(precleaning)→세척(cleaning)→소독(disinfection)→헹굼(rinsing)→건조(drying)→보관(storage) 과정으로 이뤄지며 각 단계별로 소독액, 세척솔, 장갑, 알코올 등이 필요하다. 3,000만원대인 자동세척기를 구비해 놓는 병원들도 많다. 내시경 한 개를 소독하는 데 평균 40분 이상 소요된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이같은 과정을 거쳐 내시경을 한번 소독하는 데 드는 원가를 분석했다. 소화기내시경학회는 인건비, 소요재료, 약제, 감가상각을 고려한 자동세척기와 내시경보관장 비용의 합으로 내시경 1회 소독 원가를 계산했다(부대비용 등 간접비는 제외). 1분당 간호사 인건비를 최소 244원으로 했을 때 내시경 1회 소독할 때 드는 인건비는 9,760원(244×40분)이다. 이에 따라 내시경 1회 소독 원가는 인건비(9,760원)+소요재료(솔, 장갑 등 2,000원)+자동세척기(500원)+세척액(5,600원)으로 총 1만7,860원이다. 소화기내시경학회는 인건비나 소요재료, 세척액 모두 최소 비용을 기준으로 책정했다고 했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원가 분석은 달랐다. 소화기내시경학회에 따르면 심평원은 서울 모 대학병원을 현지 실사해 내시경 소독 원가를 분석한 결과, 1회 소독 원가가 6,400원이라고 평가했다. 이마저도 ‘관행수가’여서, 100%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게 심평원의 입장이다. 때문에 현재 2차 상대가치점수개편 과정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시경 소독 수가는 1,900원에서 2,000원대 초반인 것으로 전해진다.



“세척에 쓰는 물값도 안 된다”

내시경 소독수가가 2,000원 내외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되자 의료계는 “소독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소화기내시경학회 김용태 이사장(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은 “심평원이 자체 분석한 소독 원가도 6,400원이었는데 그것의 3분의 1만 수가로 책정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부는 내시경을 소독액에 담궈 두기만 하는 방식으로 소독했을 때 드는 비용을 계산한 것 같다. 이 때 드는 소독액만 6,000원 정도”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내시경은 먹는 물과 같은 수준으로 정성을 들여서 깨끗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환자 안전을 위해서도 가장 기본인 소독에 대해서는 최소한 원가는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화기내시경학회 류지곤 총무기획이사(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는 “의사들이 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를 올려달라는 게 아니지 않나.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내시경을 제대로 소독할 수 있도록 그에 필요한 재료비에 대한 원가만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며 “그동안 소독 의무를 의료기관에만 지우고 한 푼도 지원해주지 않다가 10년 동안 요구한 끝에 겨우 신설하는 소독 수가가 원가에도 못 미친다면 누가 제대로 소독을 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에서 내시경 소독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순정 수석기사는 “물로만 세척해도 2,000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겠느냐”며 “소독액으로 40분 넘는 시간을 들여 세척하는 내시경 소독에 대한 수가가 2,000원대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소독을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한위장내시경학회 김용범 회장은 소독 수가와는 별도로 소독액 비용을 보전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내시경을 제대로 소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언제든 감염 사고는 터질 수 있다”며 “소독 수가와는 별도로 소독액은 정부가 정책 급여로 원가만큼 지불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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