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보건복지부가 최근 ‘2015년 심리부검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이란 자살자의 가족이나 친지 등 주변인의 진술을 토대로 자살자의 사망 전 일정기간 동안의 심리적 행동 변화를 재구성해 자살의 원인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국내 자살사망률이 높음에도 정부가 효율적인 자살예방정책을 펴지 못한 이유는 자살에 이르는 과정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심리부검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적극 도입해 자살에 이르는 원인을 심층분석한 것은 바람직한 시도며, 실제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됐다.

분석결과, 분석대상자 중 상당수가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가 있었으며, 음주·경제적 문제 등 다양한 위험요인을 복합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망자 중 사망 직전까지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은 비율은 15.0%에 그쳤으며, 사망 한 달 이내에 정신의료기관 등을 이용한 사망자는 25.1%에 불과했다. 자살자가 정신의료기관보다 신체적 불편함에 대한 치료를 이유로 ‘1차 의료기관이나 한의원을 방문했던 경우’(28.1%)가 더 많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자살자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실제로 정신의료기관을 찾는 비율은 많지 않다는 결과다.

심리부검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자살예방정책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자살자는 정신질환을 앓더라도 일반 의료기관을 찾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자살예방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뿐만 아니라 일반 동네의원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자살자가 발생한 가족구성원 중 또 다시 자살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자살유가족에 대한 심리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살예방정책은 정부 혼자의 힘만으론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또 말과 계획으로만 발표되는 자살예방정책이 효과가 없었음은 수년간 이어지는 높은 자살사망률이 반증하고 있다. 심리부검 결과에서 나타나듯 자살에 이를 수 있는 위험군을 찾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촘촘한 안전망이 필요하며, 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자살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각계와 의학 전문가들과의 협력이 필수다.

정부는 앞으로 자살예방정책 수립 시 심리부검을 적극 도입하고, 2015년 심리부검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범부처 차원의 ‘정신건강증진종합대책’을 오는 2월 중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더욱 적극적인 자살예방정책을 펼치고자 하는 정부의 행보는 긍정적이나, 앞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안전망 구축을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이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자살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벗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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