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철 의료원장 “2년 새 더 나빠진 의료정책으로 1인실은 도저히 불가능”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이화의료원이 ‘전 병실 1인실’이라는 꿈의 제2병원 추진 계획을 포기했다. 다만 전 병실을 1인실이 아닌 3인실로 조정하고 대신 중환자실은 1인실로 짓기로 했다.

저수가와 포괄간호서비스 도입 등 현재의 의료정책 환경 하에서는 전 병실 1인실이 어렵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화의료원 김승철 신임 의료원장은 3일 병원 2층 대강당에서 ‘이화의료원 신임 경영진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 최초로 기준 병실을 3인실로 만드는 이화의료원 마곡병원(가칭)의 운영계획을 공개했다.

2018년에 개원하는 마곡병원은 2년 전 공개된 것과 달리 기준병실이 1인실에서 3인실로 변경됐다.

당초 이화의료원은 강서구 마곡지구에 짓는 제 2병원을 전 병실 1인실로 만들어 상급병실료에 대한 환자부담을 없애겠다고 공헌했다. 여러 선진국이 그러하듯 진정한 환자중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제병원에 1인실까지 겸비해 환자들이 꿈꾸는 병원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만에 계획은 변경됐다. 병원 내부 문제보다는 병원을 옥죄는 의료정책 환경 때문에 1인 병실 운영이 어렵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김승철 의료원장은 “전 병실 1인실이라는 도전을 해보려고 했지만 의료계 환경은 더욱 더 나빠졌다”며 “선택진료제 개편과 CT, MRI 등 수가 인하, 심사 기준은 더욱 까다로워지고 포괄간호서비스제도도 확대된다. 1인실 일 때 포괄간호서비스를 하면 간호스테이션이 많이 길어져야 하고 인력도 더 필요해 도저히 이대로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지만 1인실 기준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준병실 기준을 시뮬레이션 해보니 1, 2인이 아닌 3인실을 기준으로 하면 어느 정도 병원의 부담을 안고서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연령층에 상관없이 3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입원시 희망하는 기준인력 수가 1, 2인실보다 오히려 3, 4인실이 80%로 많았다”면서 “아직은 환자들을 가족이 돌봐야한다는 한국인들의 인식과 문화가 남아있다. 단계적으로 이를 바꿔나가야 한다. 지금의 환경에서는 어느 병원도 전 병실 1인실은 불가능하지만 1인실이 급여가 될 수 있는 시기가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인실로 변경 가능한 3인실로 문 열어


때문에 이화의료원은 마곡병원 전체 1,036병상 중에서 VVIP 2병상, VIP실 60병상 등은 1인실로 두고 나머지 병상은 3인실(총 579병상, 특수병실 제외)로 만들기로 했다. 3인실 병상당 면적은 10.29㎡로, 의료법상 기준인 6.5㎡보다 1.5배 넓고 국내 9개 대형병원의 면적(7.72~10.07㎡)에 뒤지지 않는다.

향후 1인실도 급여가 될 시점에 이르면 3인실을 2개의 1인실로 구조를 바꿀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다만 환자 감염 등을 우려해 중환자실 96병상 중 소아중환자실 30병상(특수병실)을 제외한 66병상은 모두 1인실로 짓기로 했으며, 응급실 구조도 전면 개선한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병원 내 감염 문제가 부각되면서 동시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곡병원의 1인 병상 계획이 주목 받았었던 만큼 병원 전반에 걸쳐 감염관리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한 것.

이대목동병원 박은애 기조실장은 “응급의료센터에 음압 격리실을 만들고, 환자의 이동 동선도 별도로 분리해서 격리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면서 “이미 이대목동병원은 응급실 체류시간이 6시간 미만, 내원 후 30분 진료가 기본인 만큼 감염관리 등 응급실 진료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병동별로도 층별 7개씩 휴게실 및 면회실을 만들어 병문안 문화 변화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동-서남-마곡, 이화메디컬컴플랙스로 도약

이화의료원이 서남병원, 이대목동병원에 마곡병원까지 더해지면 총 2000병상에 달하는 만큼 이들 간의 역할 구분과 특장점을 살리는 계획도 마련했다.

마곡병원은 100세 시대를 준비해 고난이도 중증질환 전문센터와 국제화에 주력하고, 이대목동병원은 여성암병원을 필두로 모자센터, 극소저체중출생아전문센터 등 여성과 소아를 중심으로 치료하고 연구하는 병원으로 차별화한다.

여기에 마곡병원에 지어지는 의과대학에는 이화임상의학연구소(가칭)도 건립해 기초의학, 임상의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연구와 산업화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김 의료원장은 “새 병원은 고난이도 중증질환에 특화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병원으로 육성하고, 이대목동병원은 여성암병원, 여성질환 전문센터, 어린이병원 등 여성과 소아진료 분야에 쌓아놓은 강점을 살릴 것”이라며 “이대목동병원은 새 병원의 모태로 중증질환의 경쟁력을 강화해 새 병원의 순조로운 출발과 조기 안정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산업을 발전시켜 자체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 이화임상의학연구소를 만들고, 목동병원의 의과대학이 마곡으로 이전하면 남은 의과대학건물을 의학연구소에서 할 수 있는 검체은행, 연구소 등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연구 컴플랙스를 만들어 이를 근거지로 두고 마곡 의과대학 연구자와 R&D단지와 결합해 연구와 산업화를 육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기부금 90억 모아…향후 대중 기금 모금 박차

이같은 병원을 짓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7,000억원. 이화의료원은 부지매입비용에 동대문 병원 매각 비용과 동문회 기금을 더해 2,000억원을 지불한 상태다. 하지만 남은 공사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모금활동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90억원의 기금이 모아졌고 400억원을 모으는 것을 1차 목표로 두고 있다. 착공에 들어서면 1,000억원을 목표로 모금활동을 한다.

박 실장은 “1차 모금액 목표는 400억원이고 2차는 1,000억원이다. 나중에 추가로 필요한 비용은 은행에서 충당할 것이며, 대기업과의 컨소시엄은 이화의 정신을 해치지 않는다면 일부 강당 신축 등 수준으로 고려할 수도 있으나 현재까지 논의되거나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의료원장도 “그동안 기부에 대해서 여러 컨설팅을 받아서 1차 기부는 조용한 기부로 하기로 했다”면서 “작은 뜻을 모아 마곡병원을 짓기로 한 것이며, 이후에는 기업이나 대중에게도 기부를 확대해 큰 금액을 기부하거나 개별 뜻이 있다면 이를 반영하는 방안 등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아직 마곡병원의 이름은 결정하지 못했다”며 “현상공모 등을 고려해서 여성을 보호하고 구하라는 의미의 보구여관의 이름이 지어졌듯 힐링스퀘어로서 가지는 의미 등을 고려해 이름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의료원장은 “국내 최초로 기준병실을 3인실로 하고 국내 최초로 중환자실을 모두 1인실로 만든다는 것은 한국 병원의 기존 진료시스템을 개선한 새로운 병원이 탄생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아울러 앞서가는 의료서비스를 통해 환자들이 찾아오는 병원으로 승부수를 걸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