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올리기

[청년의사 신문 박기택] “오랫동안 사용해 왔는데 문제가 있었으면 벌써 말이 나왔겠죠.”

한 제약사 관계자가 ‘이소프로필안티피린’(이하 IPA) 성분의 진통·소염제의 안전성 논란에 대해 한 말이다. IPA는 국내에선 1970년대부터 사용돼 온 성분으로,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게보린, 사리돈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를 개최하고 'IPA함유 의약품에 대한 조치방안의 적정성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묵은 IPA의 안전성 논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IPA 안전성 논란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발간된 ‘UN 보고서’에서 위험성 높은 약물들을 리스트를 발표했는데, 여기에 IPA가 올라가 있었다. 이에 한 시민단체가 이 보고서와 함께 캐나다, 미국, 뉴질랜드 등 일부 선진국에선 IPA를 판매하고 있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퇴출이란 단어까지 나왔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약, 그것도 일반의약품으로 사용토록 한 건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본, 독일 등에서는 사용하고 있다는 점과 지금까지 부작용 사례가 많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퇴출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다가, 국회에서까지 이 문제가 거론되자 결국 2011년 IPA 제제 판매 기업에 안전성 입증조사 연구를 지시했다.

해당 연구를 위탁받은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는 그 결과를 지난해 말 식약처에 제출했고, 이를 최근 중앙약심에서 논의한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라 IPA 안전성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발표 후 이야기할 부분이다.

다만, ‘오래됐다’와 ‘안전하다’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오래됐다고 안전하다면, 100년 넘게 사용돼 온 아스피린은 부작용 이슈가 나와선 안 된다. 하지만 최근에도 심혈관계질환 발생 위험이 없는 당뇨병 환자가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할 경우 오히려 허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보다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더 심도 있는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이전에는 몰랐던 약의 효과나 부작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엔 모르고 넘어갔던 문제들을 이제는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앞으로 IPA 같이 안심하던(?) 약들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뜻으로, 오래됐다고 꼭 안전한 약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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