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양영구] 사범대를 나온 기자에게 학부시절 주된 안줏거리는 ‘비사범대생은 교사로서 자격이 있는가’였다. 4년 동안 교육학습이론을 배우고 직접 교생실습을 나가는 등 실전을 준비해온 사범대생과 달리 실전교육이 부족한 비사범대생은 교탁에 서기에 교육자로서의 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달라고 주장하는 한의사들을 볼 때면 문득 교권을 두고 뜨겁게 고민했던 학부시절이 떠오른다. 한의사들은 한의대에서 현대의료기기에 대한 교육과 실습을 하고 있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준비가 됐다고 주장한다.

한의사들의 이런 주장은 지난 6일 열렸던 국회 공청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한의계 대표들은 ‘한의과대학에서는 의과대학과 비교해 75% 정도 유사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이는 20여년 전부터 진행돼왔기 때문에 이제는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하는 제도의 보완만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한의계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1993년 한약분쟁 당시 약사에게 한약 조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약사들의 주장에 대한 한의사들의 반박 내용을 언급했다.

당시 약사들은 ‘약용식물학을 배웠기에 한약 조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한의사들은 ‘약용식물학은 본초학의 개념과 다르기에 약사의 한약 조제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 사례를 통해 ‘지금 한의계는 그때의 약사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의대에서 배우는 현대의료기기 교육만으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한의사들의 주장은 1993년 약용식물학을 배웠기 때문에 한약 조제가 가능하다는 약사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한의사들이 1993년 약사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던 자신들의 주장을 기억하고 있다면 본인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어폐가 있다. 자격은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조건과 능력이다. 현대의료기기를 둘러싼 논쟁의 답은 당시 능력이 부족하다며 약사들의 한약 조제를 막은 한의사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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