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릭스, 이름 바꾸고 가격 올리자 의료계 비난…처방 바꾸려는 움직임 적지 않아


[청년의사 신문 이혜선]

보령제약의 약가 인상 '꼼수'에 의료계가 비난을 쏟아내면서 일각에선 처방을 변경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의원협회는 지난 26일 보령제약이 작년 혈전제 아스트릭스캡슐 생산을 중단한 후, 계열사인 보령바이오파마를 이용해 이름(바이오아스트릭스캡슐)을 살짝 바꾸면서 가격을 인상해 재출시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혈전제인 아스트릭스는 일반의약품이지만 협심증, 심근경색, 뇌경색뿐만 아니라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당뇨병을 가진 환자에서 관상동맥 혈전증의 예방 등 다양한 적응증을 갖고 있다. 때문에 병의원에서도 광범위하게 처방되며, 한 해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보령제약은 지난해 1정당 43원의 아스트릭스캡슐을 생산 중단한 뒤, 계열사인 보령바이오파마를 통해 1정당 77원인 보령바이오아스트릭스캡슐을 출시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별도의 제조시설과 제조업허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제품 생산에 대한 절차상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의원협회는 "제약사 간 제조생산 위수탁이 가능하고, 신규 허가를 받을 경우 약가를 올려 받을 수 있다는 제도적 허점을 노린 것"이라고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이름만 바꿔 약가를 80% 편법 인상시키면서 생물학적동등성시험 면제라는 특혜를 받았고, 의약품 생산중단 60일 전에 식약처에 중단사유를 보고해야 하는 규정도 어기고 2일 전에야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령제약의 약가인상을 위한 꼼수, 그러한 꼼수가 가능한 제도적 문제, 그리고 보령제약의 꼼수와 규정위반행위를 눈감아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잘못된 행태로 의료기관과 환자들은 혼란에 빠졌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건보재정 역시 연간 80억원 가까이 낭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의사들도 "제약사의 꼼수"라고 비난에 동조하고 있다.

모 대학병원 교수는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코드가 바뀌어 처방을 새로 내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쓰지 말아야 겠다"고 했다.

실제로 보령바이오아스트릭스캡슐은 포장을 제외한 전 제조생산을 보령제약에서 맡고 있어, 사실상 기존 아스트릭스캡슐과 다른 건 포장지와 제조사 이름 뿐이다.

심지어 보령제약은 물론, 보령바이오파마 경영 총괄도 김은선 대표가 맡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김 회장 역시 아스트릭스 가격 인상 편법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보령제약 비상장 계열사로 김은선 회장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이사로 재직 중이다.

김 회장은 이밖에 보령, 보령수앤수, 보령바이오파마, 킴즈컴, 비알네트콤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보령 그룹의 모든 계열사에 이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담당 업무는 '경영 전반의 관리감독'이다.

각 계열사마다 CEO가 따로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 회사들의 경영전반을 진두지휘 하는 건 김은선 회장인 셈이다.

김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지난 6년간 보령제약은 신약 카나브에 대한 호평 등에 힘입어 실적이 꾸준히 상승했다.

당장 올해 1월 공시만 보더라도, 지난해 보령제약 매출은 3,594억원이고 영업이익은 244억원이었다. 매출은 2013년에 비해 9.84% 늘고 영업이익은 27.69% 증가했다.

그러나 약가 34원을 올리기 위해 제품 생산 중지 및 재출시라는 '꼼수'로 의료계의 비난을 받는 이번 사태가 김 회장의 경영에 오점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보령제약이 주창하는 '인류건강에 공한', '인본주의에 입각한 공존공영 실천'에 걸맞는 행보가 아니라는 지적인 것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갑작스런 생산중단과 재출시는 환자나 의료진을 기만한 태도"라며 "절차상 하자가 없지만, 편법임은 분명하다. 이같은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보건당국이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령제약 측에 해명을 요청했지만, 어떤 공식적인 답변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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