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


[청년의사 신문 조윤미]

지난해 문신사 합법화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된 데 이어 정부가 비의료인의 카이로프랙틱 서비스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규정된 서비스들을 비의료인에 의해 제공될 수 있도록 합법화 하여 새로운 직능을 개발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정부의 움직임들이다.

실제 문신사나 카이로프랙틱사의 합법화는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것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문신사법 합법화에 대해 “예술문신 증가 등 사회적 수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문신 행위를 의료행위로 보아 불법의 영역으로 방치함에 따라 사회현실과 법 제도의 괴리가 나타나고 있으며, 문신이 제도권 밖에서 음성적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못해 의학적·사회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문신 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문신업자의 직업의 자유 및 예술·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문신을 하고자 하는 자의 표현의 자유와 자기결정권 등이 제한될 소지가 있다”고 밝히고 제한적 허용 입장을 결정한 바 있다.

카이로프랙틱사의 경우 미국 등에서 국가공인 면허를 발급 받아 2015년 1월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200여명 정도라고 한다. 이들은 실제 소비자에게 비용을 받고 시술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불법상황이어서 어떤 직능으로든 합법화의 길이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카이로프랙틱은 문신과 달리 도수의학이나 추나요법 등으로 이미 의료계와 한의계에서 자기영역화 하고 있어 비의료인에 의한 직능 인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력하게 의료인의 배타적 행위권한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대부분 간호사에 의해 수행되는 행위조차도 법상으로 의사에 의해 수행되도록 규정하고 있어 현실과 법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초래해 왔다. 이는 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와 조무사, 의료기사 등 보건의료 영역 전반에 걸쳐 얽혀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이제 직능의 이해관계를 떠나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며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정부에 따르면 2월 현재 우리나라 전국 평균 노인인구 비율은 12.7%이다. 지난해 전남의 노인인구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서는 등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역도 있다. 통계청은 2018년에는 고령화비율이 14%를 돌파해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인구의 고령화는 복지나 경제분야에서 우선 논의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 노인을 부양할 노동력은 감소하고, 점차 신규로 노동력에 진입하는 인구 또한 줄어들어 전체 노동력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저축률 감소와 사회보장 등에 공공지출이 증가해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감소가 유발되며 의료비, 연금 등 각종 복지비 부담이 커지게 된다. 고령사회로의 진입 속도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는 노후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 채 자녀에 의존적인 고령화 1세대 문제에 집중적인 대책을 마련하기에도 벅찬 상태이다.

하지만 고령화 2세대라 할 수 있는 현재 50~60대를 생각해 보면 지금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선 사회, 경제적으로는 이미 노인이지만 신체적으로는 매우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활발하게 젊음을 연장시켜 나가는 노력을 기울이며, 이를 감당할 노후 대책도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는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만성질환을 한두 개는 갖고 있지만 잘 관리하고 있어 환자는 아니다. 자신의 현재 건강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50대 신체 상태를 80대까지 연장하고 유지하는데 많은 비용을 사용하고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찾고 있는 이들에게 현재의 의료시스템이나 의료 중심의 직능으로 이같은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충분하지 않다.

과감하게 의료행위의 많은 영역을 비의료인에 의해 수행가능한 체계로 전환하여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서비스와 결합되도록 해야 한다. 문신사나 카이로프랙틱사 뿐 아니라 보건의료 관련 새로운 많은 직종을 발굴하고 관리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요구는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필요는 시장을 만들기 때문에 제도가 이를 빨리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결국 불법 시장이 생겨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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