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보건복지부가 서아프리카에 에볼라 구호 의료진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파견 의료진은 민간의 지원을 받아서 진행하겠다고 한다. 지난 10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국내 의료진 파견을 언급한 지 닷새 만에 추진된 것이다. 정부는 ‘우리가 어려울 때 원조를 받았기 때문에 지금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 일원이기 때문에 에볼라 퇴치에 나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게다가 의학적으로도 지금의 에볼라 유행 상황은 ‘선제적 방역’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파견 의료진을 보내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파견 의료진의 안전이다. 현재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의료 인력은 240여명으로 그중 120명이 이미 목숨을 잃었다. 보건당국은 파견 의료진에게 전신보호복과 이중 장갑 등의 보호 장비를 지급한다고는 하지만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이 방호복을 제대로 입고 벗기 위해서는 2주일 이상의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 이런 교육을 받았음에도 미국 간호사가 에볼라 환자를 돌보다가 감염된 사례가 있기에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만에 하나 국내 의료진이 감염됐을 때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도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선진국에서 치료하겠다고 알려졌는데, 이런 국가들이 과연 타국 출신 의료진을 받아줄 것인가란 점도 꼭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감염환자를 국내로 받아들여 진료하겠다는 각오도 있어야 한다. 또 환자를 이송할 때 필요한 방역설비가 장착된 에어엠뷸런스 역시 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

의료진의 전문성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보건당국이 감염성 질환, 중환자 관리, 응급의료에 전문성 또는 경력을 갖고 있거나 열대성 감염질환 또는 해외 의료지원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제한을 둔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현지 감염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제한이다.

문제는 이런 인력 대부분이 종합병원 이상의 규모에서 근무하는 의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의사 본인이 가고 싶다고 하더라도 병원 측에서 경영상의 이유 등을 들어 보내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또 ‘에볼라 진료를 하고 온 의사’라는 낙인이 찍혀 진료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문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부산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전권회의(ITU)에 서아프리카 대표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우리가 에볼라 감염을 지나치게 염려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나라 의료진이 감염됐을 때도 같은 이유로 입국을 거부할 경우에는 국제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가능한 모든 위험과 혼란 요소들을 고려해 종합적인 계획을 내놓은 다음에 의료진을 파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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